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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공강은 한 시간인데 어쩌지?"기획르포 - 우리대학교 학생식당 실태를 점검한다
  • 김문현 기자
  • 승인 2008.03.22 18:46
  • 호수 1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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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게 늘어선 줄은 배고픈 학생들을 더욱 지치게 한다. 김가람 기자 super100@yonsei.ac.kr

학생들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몰려드는 시간대인 낮 12시부터 2시, 위당관 지하에 위치한 청경관은 발 디딜 틈도 없다. 주문을 받는 계산대부터 시작된 줄이 매점 안에서 한 바퀴 똬리를 틀고 청경관 매장 바깥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줄의 끄트머리에 서 있던 홍진덕(사회·04)씨는 “이럴 땐 그냥 포기하고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음식을 주문하거나 굶는 게 낫다”며 “상경대에 상록샘이 생겼지만 별 차이가 없다. 청경관은 여전히 포화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경관은 일반 테이블 22개, 원탁형 테이블 3개, 긴 식탁 2개뿐이어서 오밀조밀 붙어 식사를 해도 100여 명 정도 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그에 비해 청경관 주변 단과대 인원은 문과대 1천563명(이하 재학생 인원), 사회과학대 1천98명으로 2천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종합관에서 교양수업을 듣는 학생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커진다. 상록샘 역시 130석에 불과해 상경대 학생 986명, 경영대 1천446명을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식사하기까지 ‘산 넘어 산’

인내심을 갖고 차례를 기다려 주문을 마쳤어도 안심하긴 이르다. 빈 테이블을 찾는 일이 남았기 때문이다. 막 계산을 마친 여학생 둘이 재빨리 역할분담을 하기 시작한다.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명은 스파게티를 기다리는 줄에 합류하고, 다른 한 명은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자리 나는 곳이 있는지 살핀다. 아예 식사하고 있는 테이블에 붙어 서서 빨리 일어서길 재촉하는 사람도 있다. 그나마 빈 테이블을 찾아내도 방금 전에 앉았던 학생들이 흘린 음식물과 쓰레기가 곳곳에 남아 있다. 학생회관(아래 학관) 고를샘에서 식사를 하던 최지영(아동가족·04)씨는 “식당 환경이 청결치 못해 불쾌감을 준다. 따로 치우는 사람도 없어 매번 그러려니 할 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뿐아니라 학관 가건물의 벽면 균열로 비가 새서 맛나샘 천장은 천장타일 한 부분이 떼어진 채 흉하게 방치돼 있다. 게다가 주변천장은 누수 흔적으로 누렇게 얼룩져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학생들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며 긴 행렬을 만들고 있었다. 하얀샘 ‘누들누들’ 코너에 서 있는 학생들의 표정엔 짜증이 섞여있다. 조리 공간의 더운 열기가 학생들에게까지 미치는데다 우동을 기다리는 긴 줄이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학생들로 인해 조리근로자도 고생하긴 마찬가지다. 우동을 조리하는 1평 남짓한 공간에 조리근로 아주머니가 가스 불 위에서 끓고 있는 서너 개의 양은냄비를 급한 손길로 옮겨놓고 있다. 학생들은 밀려드는데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집게를 사용해 냄비를 옮길 여유조차 없어 공업용 장갑만 끼고 위태롭게 일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리근로자는 “점심시간엔 손이 모자라 눈 코 뜰 새도 없다.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학생들이 이해해줬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 청결하지 못한 식당 테이블이 불쾌감을 준다. 박소영기자 behappy@yonsei.ac.kr

주변에 식당이 없는 단과대는 이마저도 배부른 소리다. 삼성관의 경우 지하에 위치한 작은 스낵코너 하나가 생활과학대 학생들의 식사를 감당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니 김밥, 컵라면, 인스턴트 죽 등이 금세 동이 났다. 최유진(주거·07)씨는 “너무 멀어 학관까지 갈 엄두가 안 난다. 매번 매점에서 인스턴트 음식으로 때우는데 질리기도 하고 건강도 걱정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반방 주변은 배달 음식을 먹은 후 내다놓은 그릇이 널려있고 여러 음식 냄새가 뒤섞여 환기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경비원 ㅇ아무개씨는 “건물 안으로 음식 배달하는 것을 제재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으나, 현재 인원으로는 많은 배달원을 모두 통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내 식당에 등돌리는 학생들

학생들로 붐비는 학내 식당들을 뒤로 하고 학교 밖의 음식점으로 향하는 발길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유를 물었더니 부족한 식사공간뿐 아니라 메뉴나 음식의 질에 대한 불평이 쏟아진다. 장홍석(전기전자·07)씨는 “메뉴 선택의 폭이 좁다. 학관에 ‘샘’이 여러 곳 있는데 서로 어떤 차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가격이든 한식, 중식, 양식 같은 분류든 학생들이 알 수 있는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꾸준히 오르고 있는 가격에 비해 학생들의 입맛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수연(사회·05)씨는 “가격이 입학 당시보다 많이 오른데 비해 음식 맛이 좋아진 건 못 느낀다. 공강이 길다면 학교 식당에서 먹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맛나샘에는 1천원 대의 정식 메뉴가 학생들의 인기를 끌었다. 올해엔 맛나샘이 4천원 대의 ‘실크 스테이크’까지 내놓았지만, 학생들의 선호도는 낮은 편이다. 이에 학생복지위원회 방영화(신방·06)씨는 “학기에 1~2번씩 설문조사를 하거나 모니터링을 실시해 식당의 가격, 맛,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씨는 “메뉴 역시 생활협동조합(아래 생협)에 공개입찰한 업체들이 제시한 단가와 맛, 종류 등을 보고 점수를 매겨 합리적인 방식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법이 없다?

다른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식사할 공간조차 확보돼 있지 않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당 공간 부족을 해결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생협 역시 이런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식당 공간 확충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생협 김민우 차장은 “학관식당 이용인원은 하루 6천500명 정도지만 일정 시간에만 몰려 공간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리모델링 후엔 푸드코트 시스템으로 메뉴 선택의 폭도 넓히고 대기시간을 줄이는 한편, 식사시간 이후엔 휴게 용도로도 이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공간에 한정된 리모델링이 식당공간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김문현 기자 peterpan@yonsei.ac.kr

김문현 기자  peterp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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