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뻥' 차는 짜릿함… 이제 여성도 운동을 즐긴다

일본에서 유학 온 여학생 기무라 아이리(정외·07)씨는 “한국 여성들은 축구, 농구 등의 팀운동을 즐기지 않는 것 같아 놀랐다”고 말한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특별활동으로 농구를 했는데 한국에서는 농구를 하기 힘들어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기무라씨와는 달리 한국 여성들은  함께 하는 운동보다는 혼자서 몸에 맵시를 위한 운동을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렇게 목적성 있는 개인 운동에 취중되다 보니 운동은 놀이로 인식되지 않는다. 여성들은 운동을 놀이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여자는 운동을 안한다? 아니 못한다!

우리대학교 간호대에는 축고동아리 ‘FC nurse’가 있다. 여학생이 대부분인 단과대라 운동선수로 참여하는 학생들도 여학생들이 많을 것 같지만 운동선수는 모두 남학생이다. 여학생들은 매니저를 이름 하에 운동을 보조하는 역할에 머문다. 생활과학대 축구동아리 ‘에이크’, 농구동아리 ‘히트’ 역시 마찬가지다. 여학생들은 왜 직접 뛰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현미 교수(사회대·젠더 및 문화)는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단정하고 정숙해야한다고 교육을 받는다”며 “몸을 통제하는 과정을 거쳐 운동이 익숙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격렬한 운동 끝에 몸에서 나는 땀냄새와 더러워진 옷은 여성들이 교육받아온  이상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게 한다. 때문에 여성은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고 운동을 피하게 된다.

하이힐과 짧은 치마가 여자다운 매력을 극대화한다는 인식도 여성들이 운동하는 것을 방해한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오면 스스로 위축되는 감정을 느끼는 여성이 많다. ‘여성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복장은 스스로의 가치를 낮춘다는 인식 때문에 여성들은 계속 움직이기에 불편한 복장을 입게 된다. 이런 복장으로 학교를 다니는 여학생들에게 운동은 그야말로 ‘일’이다.또한 운동을 하면서도 여성은 운동 자체의 즐거움보다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이렇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도록 교육받은 여성들이 농구장과 축구장에서 남성들과 함께 운동을 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아무개씨는 “우리도 운동장을 관리하는 비용을 내지만 남성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제대로 사용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여학생들이 운동을 즐기기 위해서는 보여지는 모습을 신경쓰지 않고 운동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며 “여성또한 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의식을 느낀 이들, 발벗고 나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모임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여성주의 모임인 ‘언니네’를 통해 모이게 된 ‘짝토 야간 축구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홍익대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한다. 주말에 시간을 내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이들은 매우 밝고 건강한 모습이다. 문구미정(35)씨는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는 운동시간 외에도 운동을 생각할 정도”라고 말한다. 그는 또 축구회 사람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것 같은 믿음이 생길 정도로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축구회 사람들은 몸을 움직이는 재미와 함께 끈끈한 유대의식도 느끼고 있었다.

이송이(사회·06)씨는 매주 일요일에 자신이 기획한 여성주의 자기방어훈련인 ‘날자’ㄴ에 참여하고 있다. 이름만 보면 밤길이 무서운 여성들이 호신술을 배우는 곳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씨는 “몸을 움직이며 내 몸에 대해 알아가게 됐다”며 “이를 통해 몸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한다. 그는 이곳에서 체조와 태권도의 기본 동작인 품세, 발차기, 쌍절곤 등을배우며 여러 가지 근육들을 움직이는 재미에도 푹 빠져있다. 이러한 경험을 몸을 움직일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던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 우리대학교 여학생들과 함께 운동 소모임을 만들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다 함께

시간 약속이나 준비 없이도 간단하게 운동을 할 수 있다. 남녀 학생 모두 어울릴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을 공강 시간을 활용해서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방이나 동아리방에서 수다를 떨거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도 가끔은 밖으로 나가 친구들과 함께 몸을 움직여보자. 서울대학교에서는 공강 시간마다 ‘팩차기’라는 놀이를 자주 한다. 세 개의 우유곽을 뭉쳐서 공 역할의 팩을 만들고 남자들은 발으로 여자들은 손으로 상대편의 영역에 이 팩을 집어넣는다. 법대와 자연대 앞을 거닐다보면 팩차기를 하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유바미(법학·06)씨는 “대학에 들어와 처음 팩차기를 하게 됐다”며 “수업시간을 잊을 정도로 남녀학생 모두 재밌게 하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꼭 거창한 놀이가 아니어도 좋다. 하루쯤은 하이힐을 벗어버리고 운동을 하는 건 어떨까. 팩차기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에 하던 땅따먹기, 얼음 땡, 고무줄 놀이는 차가 없는 빈 공간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벽만 바라보며 혼자 고된 일을 치르듯 인상 찌푸리며 운동할 필요는 없다. 친구들과 함께 몸을 움직이며 신나는 놀이를 즐겨보자.

/글 양아름 기자 diddpql@
/사진 박소영 기자 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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