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를 찾아서

“한국어학과? 그런 학과가 있어요?”

우리나라에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혹자는 우리가 항상 쓰고 말하는 언어인데 배울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희대학교, 계명대학교, 배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에서는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과가 개설돼 있다. 하지만 전체를 놓고 보면 한국어 관련 학과는 매우 적은 실정이다. 이처럼 아직 한국어학과에 대한 사회적인 인지도는 매우 낮다. 또한 일부는 외국에 한국어를 알린다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국어교사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경우도 있다.

한국어학과는 국어국문학과와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지만 분명히 구분된다. 국어국문학과가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과라면, 한국어학과는 외국인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어학과의 학생들은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국 문화의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정(情)'의 문화라고 하면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지만 외국인들은 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

특히 경희대학교 한국어학과의 경우 ‘경희대 GK(Globalization of Korean Language and Culture) 대학특성화사업단’에 선정돼 3년째 한국 언어와 문화, 그리고 한국어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경희대 한국어학과 이선이 교수는 “한국어학과는 세계화라는 개방화 시대에 자발적으로 외국에서 수요가 생겨 만들어진 학과”라며 “문과대학이 아니라 외국어대학 안에 소속됐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한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한국어학과는 특히 ‘한국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한다. 또한 학생들이 다른 나라 문화와 언어에 대한 글로벌 마인드를 갖도록 강조한다. 이 교수는 “자국어와 외국어를 모두 할 줄 아는 이중 언어의 습득을 중요시한다”라고 설명한다. 두 개의 언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언어의 학습을 위한 교육과정을 따로 가지고 있다. 이는 한국어 교육자들이 해당 외국어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학생들의 자체적인 열정도 돋보인다.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전공 관련 동아리를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차원을 넘어서 외국인과의 소통을 경험한다. 그 중 ‘비다드미’는 외국인 노동자 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동아리다. 과대표 박창선씨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어학과에는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는 한국 학생 뿐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유학 온 외국 학생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재 경희대에는 7개국에서 온 80여 명의 신입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이 중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일본의 메지로대학교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스즈키 마이씨는 “한국어 선생님이 되기 위해 이 곳에서 한국어 교수법과 외국어 습득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학의 한국어 관련학과에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외국인들의 발걸음이 늘고 있다. 한류를 통해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알게 되면서 수요가 생긴 덕분이다. 얼마전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에서는 작품 해설을 위한 휴대용단말기의 ‘한국어 음성 가이드’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는 한국어에 대한 인지도가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한국어는 우리나라를 넘어서 세계로 점차 뻗어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자국어인 우리말을 사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 조규영 기자 summit_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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