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웅아, 너 사진 좀 ‘안습’이던걸?”
“지웅, 지못미 T.T”

우리 주변의 대화를 들어보면 종종 알다가도 모를 신조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무의식 중에 사용하는 인터넷 유행어가 그것이다. ‘지못미’나 ‘안습’의 경우엔 단순한 줄임말이지만, 그 뜻을 파악하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안습은 ‘안구에 습기가 찬다’ 즉 눈물이 글썽거림의 다른 표현으로 연민의 감정을 담고있다. 지못미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줄임말로 연민과 동정 내지 위로를 뜻한다. 이처럼 인터넷에서만 사용되던 유행어들이 어느 순간 우리의 삶까지 깊숙이 파고들었다. 우리대학교 권민용(신방· 07)씨는 “지못미나 안습의 경우야 꽤나 쉬운 유행어에 속하지만, 때론 인터넷을 잘 이용하는 나도 모르는 유행어가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인터넷 유행어의 양이 방대하다는 말이다.

인터넷 유행어 너는 뭥미?

인터넷 유행어란 인터넷 상에서 일정 기간 특정 사건을 통해 인기몰이를 한 단어라 할 수 있다.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대 초반 유명세를 떨친 ‘아햏햏’을 들 수 있다. 하이텔이나 나우누리 등 통신을 하던 시절에도 유행어는 있었지만, ‘아햏햏’을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그 당시부터 인터넷이 급속히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아무 뜻 없는 웃음소리인 ‘아햏햏’은 디지털카메라를 전문적으로 다루던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에서 시작됐다. 비록 지금은 많이 퇴색됐지만, ‘아햏햏’의 등장으로 많은 누리꾼들이 디시인사이드만의 특수한 문화를 형성해 가면서 인터넷 유행어의 도약를 이뤄냈다.

그렇다면 인터넷 유행어는 어떻게 만들어 지는 것일까. 그것은 대개 익명의 누리꾼 한 명의 감각으로 태어나 많은 이들에게서 화자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센스가 있다’고 말하는 그 감각은 웹툰, 합성사진, 댓글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우왕ㅋ굳ㅋ*’ 의 경우 웹툰이라는 문화콘텐츠를 감각적으로 소화해 하나의 유행이 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나중엔 ‘우왕ㅋ굳ㅋ’과 비슷하게 발음되는 이름인 우왕국씨의 개인 홈페이지에 수 만명이 접속할 정도였다. 이외에도 특정 사이트에서 다수의 누리꾼들에 의해 유행어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디시인사이드는 인터넷 유행의 성지라 할 수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유행어, 문화콘텐츠 등은 디시인사이드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뭐병’, ‘여병추’ 등 수많은 인터넷 유행어가 그 곳에서 탄생했다.

인터넷 유행어 사용 실태 백서

우리대학교 학생들은 인터넷 유행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이메일을 통해 이뤄진 설문에서 총 866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먼저 인터넷 유행어를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냐는 물음에는 65.3%의 학생이 쓰고 있다고 답했다. 65%라는 비율은 과반수는 넘었지만 인터넷 이용빈도를 생각했을 때 그리 높은 수치는 아니다. 인터넷의 비중은 날로 늘어가지만 인터넷 언어의 비중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인터넷 유행어의 뜻을 잘 몰라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박미정(26)씨의 말처럼 인터넷 유행어가 누리꾼들에게 많이 노출돼 있더라도 누리꾼 나름대로 취사선택해 언어 생활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유행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서는 52.5%의 학생이 단순한 유행어일 뿐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는 우리대학교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의 견해와도 일치한다. 황 교수는 “인터넷 유행어의 경우,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유행어와 성질이 같다”며 “다만 인터넷 매체 특성상 유행어의 변동이 일반 생활에서의 유행어 기간보다 훨씬 짧아졌다”고 말한다. 인터넷 유행어도 일반 유행어처럼 한창 쓰이다가 쉽게 자취를 감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2004년 디시인사이드에서 유행했던 이소룡의 별칭인 ‘싱하형’은 이젠 게시글이나 댓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이처럼 인터넷 유행어의 변화 속도는 채 몇 년을 가지 못할 정도로 그 생성 및 소멸의 주기가 짧다.

그렇다면 인터넷 유행어를 처음 접했을 때의 반응은 어떨까? 69.3%의 학생이 잘 모르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긴다고 응답했다. 인터넷 유행어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뜻을 알고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편이라 답한 학생이 17.7%였고, 거부감이 든다는 학생은 12.8%에 지나지 않았다. 인터넷 유행어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결과였다. 새로운 유행어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감각적인 언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터넷 유행어 ≠ 우리말 파괴

그러나 한편에서는 인터넷 유행어 사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바로 우리말 파괴에 대한 논란이다. 이에 우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하수 교수(문과대 · 사회언어학)는 “인터넷 유행어를 우리말 파괴의 주범으로 보는 시각은 주로 기성세대에 의한 관점”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기성세대로서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아니라 막연한 거부감이 든다는 것이다. 때문에 인터넷 언어 생활이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다. 또한 김 교수는 기성세대의 유행어 쓰임과 현재의 유행어 쓰임이 다르다는 것도 지적한다. 기성세대의 경우 말로써 유행어를 사용했기에 기록이 남지 않지만, 인터넷 유행어는 말 뿐만 아니라 글로도 남기 때문에 훨씬 자극적이고 부도덕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인터넷 언어가 부도덕성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내에서의 언어 사용이 부도덕적인 경우가 많다”는 김 교수의 말처럼 무분별한 인터넷 언어생활에는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적 기능을 갖는 공적 문서에는 서로 원활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그에 맞는 표준어를 사용해야 한다.

언어는 삶을 반영한다. 또한 언어는 생성되고 변화하고 소멸한다. 변화무쌍한 언어를 무조건 통제하려고만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언어의 순환성을 인정하는 것이 언어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유행어 역시 생겨난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 인터넷 유행어가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지켜봐야할 것이다.

* 우왕ㅋ굳ㅋ: 웹툰의 한 대사. 두 주인공이 계속 자신을 가식적으로 낮추자 다른 인물이 등장하여 그 둘의 행태를 비꼬는 대사였으나 지금은 단어 뜻 자체의 ‘좋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글 최지웅 기자 cacawoong@yonsei.ac.kr

/일러스트레이션 남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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