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은 누구나, 수강은 누구만?

 사례1 : 지난 2월 12일 평소와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은 강하영(아동가족·07)씨. 그러나 8시 59분 수강신청 페이지는 하얗게 변했고 결국 9시 15분쯤에야 다시 접속이 됐지만 원하는 수업은 모두 차 버린 후였다. 
 사례2 : 졸업하기 전 꼭 듣고 싶은 교양과목 ‘서양미술사’를 넣지 못한 4학년 김아무개씨.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강 변경기간 교수님을 찾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이다. 
 사례3 : 김아무개(경영·05)씨는 수강변경기간까지 전공을 9학점 밖에 넣지 못했다. 졸업요건을 채우지 못할 것이란 걱정에 사무실에 찾아간 끝에 겨우 전공과목을 더 들을 수 있었다.

위의 사례처럼 매 학기마다 학생들은 ‘수강신청 전쟁’을 치른다. 다음 학기 수강과목을 결정하는 수강신청은 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원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서는 온라인 수강신청을 통해 제한된 수강인원을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오직 운에 의해서 좌우되는 수강신청 문제는 △포털사이트의 서버과부하 △인기강의의 정원부족 △학생들의 수요에 대한 잘못된 예측에서 비롯된다.

▲ 이번 학기에도 여전히 페이지 오류 창이 학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온라인 수강신청시스템의 오류는 수강신청 때마다 발생하는 고질적인 문제다. 정보화추진2과 이영찬 과장은 서버 과부하에 대해 “동시접속자가 많기 때문에 컴퓨터의 처리용량을 벗어나 오류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서버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는 서버를 확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장은 “수강신청일을 제외한 평소에는 시스템의 90%이상이 사실상 휴면상태다”라며 “현재도 수강신청을 위해 과할 정도로 서버를 많이 구축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서버 확충은 비효율적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수강신청 기간의 서버 과부하에 대한 뚜렷한 개선안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양과목의 경우 인기강좌의 수강가능인원이 부족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없는 일이 빈번하다. 지난 1999년도부터 ‘사진예술의 이해’과목을 강의하고 있는 신수진 교수(학부대·심리학)는 “매 학기 수강인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학생들이 많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밝혔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학부대학 측은 “한 과목의 배정인원과 총 희망인원은 비슷하나 학생들이 특정 교수의 강좌로 몰리기 때문에 분반의 수에 비해 경쟁이 더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인기 강의에 대한 수요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공과목의 가능인원이 부족할 경우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타과생과 이중전공생이 많은 일부 전공에서는 본 전공생이 전공과목을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경영대의 경우 많은 본 전공생들이 전공과목을 넣지 못해 큰 혼란을 빚었다. 이에 대해 경영대 사무실 측은 “꼭 필요한 전공과목을 넣지 못해 학과사무실로 오는 학생들은 과목의 정원을 더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수요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뒤늦게 수강인원을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상경·경영대 학생회 정책국장 서형우(경제·06)씨는 “지금과 같은 혼란을 예방하기 위해 3월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과목별 학생수요를 예측해 경영대 사무실에 전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수강신청으로 인한 갈등은 매년 되풀이 돼왔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듣는 것은 학생의 가장 기본적인 학습권이다. 학생들의 요구가 수업개설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많은 학생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수요 조사가 필수적이다. 보다 만족스러운 수강신청을 위해서는 기술적인 개편과 학생들의 수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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