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동아시아 시민사회는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수호자와 천사, 암흑의 공간에 희망의 전파를 보내다’
기나긴 군부 독재 하에 놓여있는 버마의 국민들은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여전히 민주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피스 라디오 운동’은 이러한 버마 국민들이 민주화의 메시지가 담긴 라디오채널을 들을 수 있도록 라디오를 보내는 캠페인이다. 피스 라디오를 위한 모금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는 수호자, 천사라는 이름을 준다. 현재 38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버마 민주화를 위한 수호자와 천사가 됐다.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이미희 간사는 “소홀히 대하기 쉬운 버마의 정치 상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줬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에 감사를 표했다.

연대의 배경에서부터 성과까지

비단 피스라디오 운동뿐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동아시아 연대 활동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동아시아 연대 활동은 지난 1990년대 초, 동아시아 담론이 형성되면서 생겨났다. ‘서남포럼’의 백영서 운영위원은 “동아시아 연대활동이 강조되는 일차적인 이유는 접근성이다”며 “우리와 역사적으로, 현실적으로 긴밀한 연관관계를 맺어온 동아시아를 한 단위로 생각하는 것이 연대활동의 배경이다”라고 아시아 연대활동의 취지를 설명한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연대는 현재 어디까지 온 것일까? 백위원은 “연대운동을 해서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현재 동아시아 연대 상황은 청소년기에 비유할 수 있다. 아직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연대 활동의 성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 연대운동의 성과를 정리하고 평가한 『동아시아 연대 백서』에서는 △시민운동 전반에 국제연대에 대한 인식의 제고와 실질적인 활동 증대 △동북아로 집중돼있던 관심지역의 확대 △시민운동 경험이 풍부하고 문제의식이 뚜렷한 활동가들의 과감하고 순발력 있는 활동 △시민연대 단체들의 재정적 독립성 유지 △활동방법의 심화와 다양화 등의 성과를 소개하면서 연대 활동의 의의를 강조한다.

동아시아 연대활동의 ‘다양함’

아직 청소년기 정도에 비유되지만 이는 동아시아 연대활동의 성장가능성이 충분함을 의미한다. 동아시아 연대활동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 중인 것을 봐도 그렇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부터 황사문제에 대한 연대와 반전평화연대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무한하다. 활동내역도 연구토론회만 뿐만 아니라 각 국가들과의 교류방문, 활동가 교환, 인적, 물적 지원 등으로 다양하다. 대표적인 연대활동 단체 중 하나인 ‘환경운동연합’에서는 중국의 ‘자연지우’, ‘천하계’ 등의 단체와  함께 현지 주민들과 만나고 지방 정부와도 협력하면서 사막화 방지를 위한 초지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여성과 소수자 문제에 대해 중심적으로 연대활동을 하고 있는 아시아이주여성인권센터(아래 여성인권센터)는 국내적으로는 폭력 피해 이주여성 보호를 위한 쉼터를 운영하면서 이주여성들을 위해 한국어, 컴퓨터 교실 등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여성인권센터는 현재 행해지고 있는 국제결혼을 인신매매성 국제결혼이라고 파악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또한 베트남, 필리핀, 일본, 대만과 같은 나라들의 시민단체들과 모여 회의를 하고 이들 단체들과 네트워킹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필리핀에 본부를 두고 있는 ‘MFA’의 이주여성 분과에 들어가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동아시아 연대의 모습

연대 활동에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대 활동 단체들에서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바로 언어문제다. 인권센터의 허오영숙 팀장은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서 토론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언어문제라고 말한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토론을 할 때 '우리'의 의사를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영어를 어쩔 수 없이 써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연대 활동에 대한 몰이해나 대중적 기반과 시민적 연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과 정부의 지원이 아직까지 미비하다는 점 등이 동아시아 연대활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아시아 연대활동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왜 하필 동아시아 연대인가’라는 민족주의적 시선이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의 이경숙 간사는 동아시아 연대의 문제를 떠나 연대의 의미에 주목한다. 그는 “어떤 식의 연대이든 간에 함께 한다는 자체가 보물”이라며 “연대활동을 통해 나의 문제, 너의 문제, 우리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고 서로가 가진 정보, 노력들이 모여 더 좋은 것들을 찾아내는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시아 연대 역시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한 하나의 활동이라는 것이다 

아직은 청소년기인 동아시아 연대활동은 성과도 많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다양한 해결책들이 제시돼야 하겠지만, 결국에는 ‘인식의 문제’가 해결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 고국 버마에서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마웅저씨는 “‘우리’라는 단어가 한국 시민만을 표현하는 말이 아닌, 세계 시민을 표현하는 단어가 되기를 바란다”며 한국인들의 인식 변화를 소망했다. 아픔과 행복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나누면서 한국과 아시아 사회의 평화를 함께 만들고 싶다는 그의 소망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아시아 연대의 필요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명헌기자 futurewalker@
/자료사진 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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