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사립대 학보사 연합기획

대학 등록금이 드디어 1천만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가계의 월 평균 수입은 320만원으로 석달치 월급을 등록금으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마다 인상되는 등록금에 대한 목소리는 사회각층에서 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는 부족하다. 이에 따라 우리대학교를 비롯해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서울지역 6개 사립대학 학보사에서 <등록금 1천만원 시대, 이대로 좋은가?>란 캐치프레이즈로 연합기획을 구성했다. 이번 대담에서는 등록금 문제의 대안으로 등록금 후불제, 등록금  상한제, 소득에 따른 차등 부과제를 제시했다.

대담은 「연세춘추」 손국희 편집국장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민주노동당(아래 민노당) 최순영 의원,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남근 본부장, 사학진흥재단 이상도 전문위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황희란 연구원이 참석했으며 지난 2월 22일 우리대학교 미우관 2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등록금 후불제

최순영 : 우리나라의 교육비 예산은 GDP 대비 0.4%정도다. OECD 국가 평균이 1%인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교육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지원을 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등록금 후불제 법안을 냈다. 등록금 후불제는 졸업 후 어느 정도 수입이 있을 때 갚아 나가는 제도다.
이상도 :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등록금 후불제를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교육부에서 수용하지 않았다. 호주에서는 대학 교육비 전부를 정부가 부담했지만 최근 들어 교육비가 높아지자 호주 정부는 등록금의 일정부분을 학생 부담으로 하는 대신 후불제를 시행했다.
김남근 : 등록금 후불제는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등록금 후불제로 소요되는 예산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등록금이 4년에 2천만원일때 4조원정도다. 지금부터 10년 정도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가면 큰 부담 없이 정착시킬 수 있다. 또한 그 중간단계로 학자금 대출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현재 금리가 높아 연체 비율이 17%라서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신용 등급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예산을 점점 늘려 금리를 낮추거나 보존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작년에 학자금 대출 관련 예산이 1천억원이나 깎였다.

등록금 상한선제

사회자 :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납부 기한이 늦춰지는 것이지, 등록금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등록금 후불제라는 대안에 가려 등록금 자체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최순영 : 맞다. 그래서 상한제를 도입하자고 했다. 등록금 1천만원 시대가 되면서 반값 등록금, 등록금 후불제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상한선이 없으면 이것은 실효성이 없다. 민노당에서 제안한 상한선은 연 소득의 1/12다. 평균적으로 가계 소득의 1/12을 저금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희란 : 민노당은 1/12을 주장하고 참여연대는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인상률 이하로 제한하자고 했다. 등록금 후불제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이 상한제다. 그 다음으로 무상학자금과 저금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김남근 : 지난 1989년까지 대학교 등록금 상한제가 있었지만 이를 폐지하자 90년대부터 등록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등록금 상한제는 부활해야 한다. 물론 과거의 등록금 상한제 모델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상한의 기준이나 재량의 범위를 일정 조정하면 얼마든지 부활시킬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차등부과제

사회자 : 등록금문제의 대안으로 소득에 따른 차등부과제를 실시하자는 주장도 있다. 소득에 따른 차등부과제, 그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 있는가?
김남근 :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을 통해 소득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법을 제정할 때 교육부에서 소득수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면 실시하는데 문제가 없다.
이상도 : 개인사업자나 기업의 소득신고가 걸림돌이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목적성 적립금

사회자 : 대학에는 엄청난 규모의 목적성 자금, 즉 적립금이 있다. 이를 이용해 등록금 인상률을 낮추자고 하면 목적이 정해진 것이므로 불가능 하다고 한다.
최순영 : 해마다 적립금이 엄청나게 늘어 7조원 가까이 적립금이 쌓이고 있다. 대학 발전을 위해 적립금을 쌓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묻지마식 적립금’은 문제가 있다. 또한 적립금이 학생 복지정책에 쓰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적립금이 건물을 짓는데 쓰이는 것도 문제다. ‘묻지마식 적립금’은 등록금 인상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투명한 경영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립금 상한선 법안을 내놓은 상태지만 논의 되지 않고 있다.
황희란 : 교육을 위해 등록금을 올린다고는 하지만 예산에 비해 지출하지 않는 것이 너무 많다. 등록금 합의는 학교에서 자료를 공개하고 문의사항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일방적인 설명이 대부분이고, 자료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이라고 수긍하기 힘들다.
최순영 : 필요한 적립은 해야 하지만 투명성이 중요하다. 예산과 결산 과정에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를 해야 한다.
이상도 : 적립금을 쓰면 등록금을 올리지 않아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미국 대학의 경우 적립금이 많을수록 학교 순위가 높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지 않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적립금은 특정 목적이 반드시 정해져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많은 돈을 한꺼번에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투자위원회를 결성해서 적립금을 불린다. 원금을 쓰지 않고 적립을 하되 거기서 수입을 창출하고, 수입금의 일정부분은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다.
김남근 : 미국식 대학 적립금 모델을 우리나라에 적용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적립금을 모으고, 투자하는 모델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참여 하고 등록금 문제를 공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처럼 대학에 자율을 줘 수익을 올리고 대학의 재정을 크게 키우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어려울 것이다.
황희란 : 목적 있는 적립은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그 재원이 등록금이기 때문이다. 등록금을 재원으로 모든 것을 충당하려는 자본 구조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힘들다.

독립된 회계

사회자 : 등록금의 예, 결산을 따로 관리하면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상도 : 현재 교비회계를 투명하게 구분해서 결산 하려는 대학이 많다. 자금 계산서에 상세 내역까지 기록되지만 회계를 전공하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든 자료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만간 사학진흥재단에서 결산경영분석을 만들어 알아보기 쉽도록 예, 결산 자료를 공개할 예정이다.

학기 초에는 등록금 인상문제가 학생들의 반발로 부각되다가 3월이 지나면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식게 된다. 대담 참석자들은 이런 자리가 계속 마련돼야 한다면서 등록금 인상에 대한 대학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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