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공학관은 비상하는 독수리를 본떠 만들어졌다

"젊은 사람 있는 곳인데 창의력을 팍팍 주는 디자인이어야지"

IZM 디자인  김종호  사장은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 꽃봉오리는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넘실대는 상상의 에너지로 톡 터질 수 있어야 한다. 캠퍼스의 외관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건축물과 도로의 디자인

우리대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쭉 뻗은 백양로가 한 눈에 들어온다. 홍익대학교 송유섭(건축·06)씨는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는 건물이 건물을 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정문에서 본관까지 이어주는 백양로가 건물들을 시원스럽게 보이도록 하기 때문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백양로지만 캠퍼스 내에 길고 곧은 도로가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캠퍼스는 드물다. 최문규 교수(공과대·건축설계)는 “백양로가 강력한 중심축을 잡아주기 때문에 " 건물들이 산만하지 않고 통일성있게 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백양로 중간 자락에 있는 중앙도서관과 학생회간은  마주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학생회관은 작고 섬세한 창들이 모여 여성적인 느낌을, 중앙도서관은 무거운 느낌의 화강암과 굵직한 선들이 합쳐져 남성적인 느낌을 주도록 지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 서로 다르지만 비례의 미를 가지고 있듯이, 중도와 학관 역시 이를 고려해 만들어졌다.

백양로 끝자락의 아펜젤러관(사적 277호), 본관(사적 276호), 스팀슨관(사적 275호)은 우리대학교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조인성의 마음을 알게 되는 장면을 기억하는지. 영화상에서는 여주인공이 매점에서 뛰어나오지만 자세히 보면 그곳은 매점이 아니라 아펜젤러관이다.

다른 영화 속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이 세 건물은 1920년대에 지어져 역사적 가치도 높다. 민선주 교수(공과대·건축설계)는 "네 건물이 직사각형 모양으로 구성되는 쿼드형의 방식을 따랐지만 백양로로 향하는 남측면을 열어서 걸어들어오는 사람을 환영하는 구조"라고 말한다. 지식의 개방적 소통을 중시하는 대학의 학풍을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불편한 줄만 알았는데 이런 의미가

불편하게만 느껴지는 몇몇 건물들도 알고 보면 디자인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 제1공학관의 경우, 이혜진(외국어문학부·07)씨는 "내부구조가 복잡하게 돼있어 처음 강의실을 찾을 때 애를 먹었다"고 말한다. 이는 제1공학관이 우리대학교를 상징하는 독수리의 모양으로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제1공학관은 독수리가 비상하는 모습을 닮았다. 김태연 교수(공과대·건축환경공학)는 "디자인을 강조하다가 기능면에서 불편함이 생겼지만 시각적 의미를 알게 되면 건물이 다시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새내기들이 학부수업을 듣게 될 백양관 역시 강의실 간의 이동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남측동에 있는 612호에서 북측동에 있는 621호로 갈 경우, 1층이나 2층으로 내려가서 북측동의 계단을 통해 다시 올라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2층 중앙로비에 배럴볼트를 사용하다 보니 남측동과 북측동을 따로 지으며 생긴 문제다. 민교수는 “배럴볼트위에는 하중이 전될 되면 안되기 때문에 양측 가장자리에만 측을 더 짓게 됐다”고 말한다. 사실 백양관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배럴볼트를 이용해서 지은 건물로 건축적 의의가 깊다.  이 덕분에 2층 중앙로비가 기둥이 시야를 가리지 않는 트인 공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생소했던 방식이었기 때문에 공사를 하던 인부들은  기둥을 지지하는 구조물을 떼어내면   건물이 무너질까 걱정했다고 한다.  이에 김근덕 교수(건축학·퇴임)가 ‘자신이 그 안에 있을 테니 구조물을 떼어내라’고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더 멋진 디자인을 꿈꾸다

우리캠퍼스에는 디자인이 강조된 건물이 많지만 우정문의 디자인은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국립서울대'의 ㄱㅅㄷ을 조합하여 만든 '샤' 모양의 정문이 대학의 상징물이 되었다. 이에 비해 우리대학교의 정문은 경계를 표시하는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 교수 역시 "정문은 캠퍼스의 전체 디자인을 대표하는 구조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정문뿐만 아니라 그 앞의 외부공간도 잘 조성해야 정문이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정문 앞의 공간도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등 디자인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세계 유수 대학들의 명성은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그 속에서 공부한 학생들의 자부심으로부터 비롯된다. 디자인만 극도로 강조하는 ‘캠퍼스 외모지상주의’로만 빠지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배움의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양아름 기자 diddpql@

* 배럴볼트 : 아치에서 발달된 반원형의 구조체로 현장이나 지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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