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내부고발자는 말한다.

▲ 자신의 근무지를 바라보는 내부고발자 최학수씨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지난 2004년 1월 4일, 우리대학교에서 계절학기를 강의하던 ‘ㄿ강사는 아내에게 물었다. “문제제기를 하고 싶다. 당신이 허락하면 하겠다” 아내는 그에게 “난 당신을 믿는다”고 답했다.

한 강사의 고발

다음날 아침 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발칵 뒤집혔다.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글에는 ‘ㅇ’연구소의 연구비 횡령 의혹과 교수임용비리 의혹이 담겨있었다. 대학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학교를 대상으로 한 고발은 그에게도 버거운 일이었다. 추운 겨울날 난방이 안되는 강사실에 있다가 밤이 되면 중앙도서관 앞에 대자보를 붙였다. 새벽에는 학교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렇게 그는 일년동안 학내 비리에 맞섰다.

학술진흥재단 조사 결과 그의 고발은 사실로 밝혀졌고 관계 교수들은 징계를 받아야했다. 그러나 웬일인지 그의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ㄿ강사의 몫으로 배정된 강의가 개강 며칠 전 인터넷 상에서 사라져 학생들의 항의가 일기도 했다. 결국 그는 2005년 1학기 이후로 강의를 배정받지 못한 채 학교를 나와야 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부모님과 형제들의 도움을 청해야만 했다”며 “대학사회에서 실명으로 내부고발한 경우는 내가 처음이었고 이것이 마지막이기를 바랐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보호받지 못하는 내부고발자

내부고발을 한 후 직업적 위기를 맞은 것은 ‘ㄿ강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메트로 최학수 과장은 지난 12월 말 한 방송사로부터 취재 협조 요청을 받았다. 지하철 석면 피해와 관련된 자료를 받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취재에 협조했고, 석면 제거 작업을 무시한 지하철 불법공사 영상이 며칠 후 뉴스에 방송됐다. 그리고 9일 후 그는 직위해제를 통보받았다. 사유는 ‘근무지 무단이탈’이었다. 이에 서울메트로 노동조합은 최 과장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며 반발했다. 직위해제를 당한 최 과장은 1/5 수준의 급여를 받으며 징계위원회의 징계를 기다려야 한다.

최 과장에 대한 서울메트로의 조치가 언론에 후속 보도된 뒤, 감사원에서 징계과정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감사는 최 과장에게 내려진 조치에 대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감사원은 서울메트로의 형식적인 징계절차 외에는 문제시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부패문제를 체계적으로 전담하고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구 국가청렴위원회) 역시 내부고발자인 최 과장의 신분을 보호할 수 없었다. 공직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인에게 부패방지법 내 내부고발자보호 관련 조항(제3장 부패행위 등의 신고 및 신고자 등 보호)은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서울메트로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근로자와 사용자의 부당한 관계에 대해 제소할 수밖에 없었다. 
 

  공직자만을 위한 부패방지법

현재 부패방지법 제25조는 ‘누구든지 부패행위를 알게 된 때에는 이를 위원회에 신고할 수있다’라고 규정하지만 동시에 부패행위의 대상을 ‘공직자의 직무’와 ‘공공기관의 예산사용’으로 한정하고 있다.

 결국 민간인 신분의 내부고발자들과 민간기업 비리와 관련된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한국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부패행위 신고나 보호에 있어 사각지대에 놓인 민간인 내부고발자들은 조직의 보복조치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에 대해 공익변호사 단체 ‘공감’의 김영수 변호사는 “내부고발자 보호에 대한 법 조항이 소홀한 게 사실이다”며 “민간부분까지 부패방지법의 대상을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이지영 사무관은 “부패방지법 내 내부고발자보호관련 조항들을 독립적인 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캐나다, 대만은 우리나라와 달리 내부고발자보호법을 따로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내부고발에 대한 인식도 변해야

법적인 문제뿐 아니라 내부고발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부정적 시선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ㄿ강사 역시 학내 비리를 고발하며 맞서는 과정 속에서 그의 인격과 명예를 폄훼하는 일부 글들을 접해야했다.  또 사적인 명예나 이득을 위해 고발을 하지 않았느냐는 사회적 편견과도 맞서야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신광식 위원은 “사적인 동기만으로 내부고발을 하는 경우는 내부고발자를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에서 걸러지게 돼 있다”며 “신고를 한다고 해서 모든 제보자들이 지원받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내부고발자들이 용기있게 행동했을 때 그들을 받춰줄 수 있는 사회적 지지가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한다”

/글 김용민 기자 sinsung704@
/사진 박소영 기자 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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