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가 등록금 천만 원 시대를 열었다. 우리대학교의 경우 8.9%의 큰 인상률로 의과대 연간 등록금은 1천만 원을 넘어섰고 인문·사회대를 제외한 대부분의 단과대 등록금도 900만원을 웃돌았다.

지난 1월 29일 열린 제6차 비상 등록금책정협의위원회(아래 등책위)에서 학교 측은 △비전2020·특성화 사업 등의 신규사업비용 △기본운영비용의 증가 △교수 수 증가에 따른 비용 △경상수지 적자 충당 등을 이유로 등록금을 위와 같이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예산조정부 정정래 부장은 “학교의 재정을 고려해 10% 후반대 인상을 계획했었다”라며 “그러나 신임총장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초 계획보다 낮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대표 측은 △인상 근거 미흡 △학교와 학생 간의 대화부재 △계속되는 인상에도 변화 없는 교육환경 등을 들어 이번 등록금 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

불분명한 예산 편성이 등록금 인상규모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획실 정책부실장 김갑성 교수(공과대·도시개발및정책)는 “2008년만 해도 200여억 원의 적자가 예상 된다”고 말했지만, 등책위에 참여했던 학생대표의 입장은 다르다. 총학생회장 성치훈(토목·02)씨는 “학교 측의 예산안은 상당히 부풀려 잡은 것”이라며 “단적인 예로 예산항목 중 신입교직원 30명의 OT비가 약 1억 원이었다. 교직원 사기충전이 목적이라지만, 학교가 학생들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예·결산 자료공개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행 정보공개법 제2조에 따르면 ‘초·중등교육법 및 고등교육법 기타 다른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각급 학교’에 해당하는 대학은 정보공개 청구대상이 되는 공공기관이다. 이에 대해 성씨는 “학교 측에서는 예산안이 비밀문서이기 때문에 외부유출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회계전문가가 정리한 수십 페이지의 예산안을 보고 학생들이 허점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예산수립과 집행에 있어 명확한 산출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경쟁대학 등록금 수준 따라잡아

매년 인상 원인으로 꼽혔던 ‘경쟁대학보다 낮은 등록금’도 이제는 지난 얘기다. 특히 올해 고려대 등록금 인상률이 5.7%로 우리대학교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360만원대(인문·사회대 기준)로 비슷한 수준이 됐다. 그렇다고 학교의 재정 확충이 곧 학생들의 복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교육환경 개선, 자치공간 확충과 같은 문제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기획실장 이태영 교수(이과대·중규모기상학)는 “등록금액 대비 교육서비스비 지출 비율인 등록금 환원율은 사립대 중 1위”라며 “그에 비해 등록금은 인문·사회대 외엔 경쟁대학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유명무실한 등책위

등록금 책정과정 또한 민주적이라 말하기 어렵다. 등책위는 연세사회의 3주체인 학교·교수·학생이 모여 등록금 책정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명칭은 ‘협의회’지만 인상률 결정권이 전혀 없기 때문에 사실상 통보에 가깝다. 때문에 등록금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지난 2004년까지는 학교, 교수평의회(아래 교평), 학생대표로 구성된 등록금책정심의위원회(아래 심의위원회)가 모두 의결권을 가지고 참여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교평측이 심의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지난 2006년 학교와 학생대표만이 참여하는 등책위가 임시방편으로 꾸려지게 됐고 등록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의결권’을 상실하게 됐다. 이로 인해 등책위는 학교실무자가 학교의 예산에 대해 설명하고 단순히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에 그쳐 학교의 일방적 결정을 막을 길이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정 부장은 “협의위원회이기 때문에 의결권이 없는 게 당연하다”라며 “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새학기만 되면 등록금 문제로 캠퍼스가 들썩인다. 인상에는 다양한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는 간단하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총학생회장 성씨는 “사립대 총학생회 연대를 통해 등록금 부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시켜 학교 외적으로 압박을 느끼도록 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대학자율화 정책을 주장하는 새 정부 하에서 등록금 연간 1천만 원 시대는 서막에 불과한 것일지 모른다. 등록금 오르는 게 무서워 ‘빨리 떠나야 할 곳’이 된 학교에서 학생들의 경쟁력은 얼마나 오를 수 있을까.

/김문현 기자 peterpan@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