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미디어부 부기자 박수연

 

 

 

난 글 쓰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할뿐더러 아주 어려워한다.

글이라는 걸 쓰고 있자면 밑도 끝도 없어진다. 아마 나오는 대로 지껄이듯이 자판을 두드리기 때문에? (언제부터 나에게, 글 쓰는 것이 곧 자판을 두들기는 것과 동의어가 됐는지…)
음 내 고등어 시절 ‘논술’에 대해 말하자면, 논술학원에서는 ‘첨삭하기가곤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학교 정시모집 때 논술고사에서는 한 페이지도 다 못 채우고 나왔었다.

 

 

새터, OT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생과대에는 반도 없어서 내 학기 초 생활은 그야말로 고독의 연속이었다. 대학에 와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도피처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서예 동아리에 들려고 했다. 그런데 아빠가 먹 냄새에 절어서 다니지말라고해서 학관 앞 데스크를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찾은 것이 여기 「연세춘추」였다. 예쁜 언니가 ‘지원서’라고 적힌 노란색 종이를 주면서 “시험보긴 보는데 별로 안 어려워요”하고 웃었다.  정이 고팠던 나는 그 웃음에 넘어가고 말았다.

 

 

거지같은 논술ㆍ수필ㆍ상식 3종 지필시험, 꽤 재밌던 부장단 면접, 몸이 배배 꼬이던 교수 면접을 거쳐서 개미가 바늘구멍 통과하듯 합격했다. 엄마가 하는 말이 학교에 합격한 것보다 더 좋아하더란다. 그래 그 땐 마냥 좋았지… 수습기자 때 신문에 관련된 일은 끽해야 ‘애드바룬’, ‘우리동네’만 하면 됐기 때문에 뭐가 ‘빡센 건지’ 잘 몰랐고 평가회의, 수요세미나 때문에 미우관까지 오는 것은 좀 귀찮았지만 제작 시간은 그저 즐거웠다.

 

 

원주세미나에 가서 웹미디어부 부기자로 임명됐다. ‘제대로 된 기사 쓰는 법’같은 교육도 받지 못한 나인데 첫 주부터 기사를 쓰래서 부장님한테 뻗대고 이리저리 방황했다. 방학을 했으면 집(창원)에 가야하는데 방중일정 때문에 엄마 아빠도 못봐서 씩씩대며 코평수를 넓혔다. 「연세춘추」에서는 아이템은 ‘줍고’ 기사는 ‘토한다’고 한다. ‘득템’하는 것도 쉽지 않고, 밀려드는 기사의 압박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에 치여 결국 첫 주에는 기사를 펑크 냈다. 골골대던 나는 취재차 들른 연세상담센터에서 결국 주 1시간씩 상담을 받게 됐다. 그 후로도 제작이 있는 금요일에는 집에 들어간 기억이… 없다.

 

 

웹미디어부에 오게 된 것은… 일단 「연세춘추」 지원서에 “웹미디어부에 들어가고 싶다”고 설레발친 게 화근(?)이었다. 지원서를 쓰면서 인터넷에서 ‘이력서 잘 쓰는 법’따위를 검색했는데 모든 사항은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길래 그냥 좀 재밌고 쉬워 보이는 ‘웹미디어부’를 쓴 것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말했듯이 글 쓰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 지면보다는 웹진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기사 밑에는 기사의견이 달렸다. 연고전 문자중계 밑에 달린 악플에 입을 삐죽이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재미삼아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내 아이디 'psy8365'로 검색해봤다. 검색결과에는 내가 쓴 기사 몇 개가 주르륵 나왔다. 연예인들이 자기 이름으로 검색해보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어떤 블로그에는 내 기사인 'SKY 출신 3명이 술을 마신 뒤 술값은 누가 낼까’가 내 이름과 함께 스크랩돼있었다.

 

 

난 이번학기 취재원 복이 많았다. 다들 좋은 분들이었다.
ㆍ국제대학회장 박천완(UIC경제ㆍ06)씨
단과대학 학생회장 선거 관련 취재를 했다. 「한겨레21」, 「연세애널스」에서 비판적인 기사를 썼기 때문에 국제대학회장은 사소한 것 하나 말하는 데에도 조심스럽게 단어를 선택했다. “국제대학 생긴 지 얼마 안됐지만 저희 정말 잘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하는 회장님 말씀을 듣고 짠해서 비판을 하더라도 최대한 인터뷰이가 상처받지 않게 기사를 쓰려고 했다.
ㆍ우리대학교 아이스하키부
주장님이나 감독님이나 취재에 잘 응해주고 친절하다. 운동부 버스도 태워주시고 선수들 분위기도 유쾌해서 일주일여 동안 취재를 놀러다니는 기분으로 할 수 있었다. 비록 정기전 경기는 결렬 때는 나까지도 눈물이 날 뻔했지만 그 뒤에 각종 경기에서는 승리를 연발했다. 비정기전에서는 한 점 차로 석패했지만 다음해 정기전을 기대해본다.
ㆍ종합서비스센터 직원 김진아 씨
얼마 전부터 서비스된 ‘I-민원’이 막 마무리 작업 때 취재했다. 원래 기사가 나가기로 한 날에 서비스도 같이 시작될 예정이었는데 단과대학 학생회장 관련 기사 때문에 지면 부족으로 신촌 보도 기사가 다 빠져버렸다. 기사가 그 다음 주로 밀리게 되면서 서비스 개통도 기사 나가는 날짜에 맞춰 그 다음 주로 밀리게 돼서 정말 죄송했다.
ㆍ연세선두 선본 부후보 김주인(신학ㆍ03)씨
전화할 적마다 귀찮아하는 기색 없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선거 결과를 볼 적에는 괜히 내가 기사를 열심히 쓰지 않은 것도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죄스러웠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취재할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ㆍ정치외교학과 회장 이준태(정외ㆍ05)씨
‘연세인의 인간관계’ 여론기획 기사 때 취재했다. 급하게 잡은 인터뷰 약속에도 흔쾌히 응해줬다.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인간적으로 배울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대단한 분이다. 초짜인 내가 허둥대다가 인터뷰가 중간 중간 끊기는 것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줬다. 감사했다.


에휴 결국 난 오늘도 글인지 똥인지 알 수 없는 것을 연두에다… (싸질러 놨구나)


/글 박수연 기자 psy8365@yonsei.ac.kr
/사진 홍선화 기자 maxim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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