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른을 키덜트라고 한다. /그림 손혜령
 

2,30대 어른들이 아이들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바비 인형, 테디 베어, 레고, 프라모델 등 우리가 흔히 아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기는 장난감을 찾는 ‘키덜트’가 늘어나고 있다. 유행어·신조어가 등록되는 네이버 오픈사전에 따르면 키덜트(kidult)는 키드(아이)와 어덜트(어른)의 합성어로 ‘2, 30대의 어른이 됐는데도 여전히 어렸을 적의 분위기와 감성을 간직한 성인’으로 정의된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른들을 예로 들 수 있는 키덜트 문화는 체면과 권위와는 상관없이 재미와 유희성을 추구하는 유행과 일맥상통 하는 면이 있다. 장난감이 주는 즐거움을 어린이와 어른이라는 구분 없이 함께 즐기자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장난감을 단순히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취미생활로 즐기는 키덜트가 늘고 있다. 2,6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 동호회 ‘새콤달콤 핑크빛 키덜트 슈가앨리스’의 회장인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배민희(응용미술학과·석사3학기)씨는 “처음에는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물건을 좋아하는 나만의 취향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하지만 어느새 키덜트 문화가 새로운 트렌드로 대두돼 놀랐다”라고 말한다.

키덜트 문화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 지난 2002년 당시에만 해도 이는 유치하거나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어른들이 즐기는 문화로 치부됐다. 특히 어른이 가지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무의식적인 심리상태를 일컫는 말인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팽배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하나의 문화로서 키덜트 문화를 받아들이고, 특정 문화를 향유하는 새로운 족(族)으로 키덜트족을 인정하는 추세다.

키덜트 문화는 전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소설「해리포터」로 인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영화화 된「해리포터」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을 극장으로 이끌며 해리포터 왕국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이처럼 키덜트 문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잊고 살아가기 마련인 잠재의식속의 동심을 건드린다. 이를 통해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허물어 어른들에게 잊혀진 소중한 기억을 되살리게 해준다. 키덜트인 배씨 또한 “키덜트 문화는 복잡한 일상생활에서의 일탈이기도 하고, 어린시절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다”라며 “무엇보다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인간이 가지는 욕구가 아닐까한다”라고 말한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키덜트 문화를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봐야할까? 현태준씨는 그의 유년기에서부터 최근까지 접했던 장난감을 설명한 책인「아저씨의 장난감일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도 장난감들은 제게 떠들어댑니다. 이봐요 아저씨! 똥폼 잡지 말고 우리랑 같이 놀아보자니까요~ 아싸!” 어른들을 둘러싸고 있는 체면, 권위, 명예, 위신, 품격 등은 잠시 내려두자는 것이다. 이처럼 키덜트 문화는 어른이라서 잡을 수 밖에 없었던 ‘똥폼’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어린시절의 순수함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이에 대해 어른들의 정신적 퇴행 혹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쟁구도의 사회에서 잠시 벗어나 심리적인 위로를 얻고 싶은 어른들의 솔직함이 반영된 결과물이 바로 키덜트 문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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