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더걸스의 인기는 로리타콤플렉스 덕분?   /그림 손혜령
 

2007년 한 해, 그 중에서도 후반기를 뜨겁게 달군 단어가 있다면 그것은 ‘텔미’일 것이다.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의 제자로 유명한 ‘원더걸스’의 노래 ‘텔미’의 열풍은 대단했다. ‘텔미’ 안무 동영상은 ‘군인 텔미’, ‘태권도 텔미’ 등 갖가지 형식으로 변형돼 UCC사이트를 휩쓸었다. 특히 원더걸스 멤버 중에서도 소희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그룹 내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깜찍한 가사와 안무를 소화하는 소희는 ‘만두소희’라 불리며 수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소희와 원더걸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로리타 콤플렉스’에서 기인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열두살 이하의 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뜻하는 로리타 콤플렉스는 1955년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저술한 소설「로리타」에서 비롯됐다. 중년 남자 험버트와 12살 소녀 로리타의 만남과 사랑, 죽음을 그린 「로리타」는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린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사회적 금기를 깨버렸기 때문이다.

원더걸스, 국민여동생, 로리타

원더걸스의 인기를 어떻게 로리타 콤플렉스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맴버들의 어린 나이에 주목해 볼 수 있다. 라이벌로 여겨지는 ‘소녀시대’의 경우 평균 88년생이지만 원더걸스의 멤버 소희와 선미는 92년생으로 상당히 어리다. 두 번째로 화장과 옷차림이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한 상대에게 다시 한번 자길 좋아한다고 말해보라며 즐거워하는 노래 가사와 분위기, 안무는 사춘기 소녀의 두근거림을 잘 표현해냈다. 그런 귀엽고 순수할 것만 같은 아이들이 어른스럽게 행동한다. 짙은 화장과 짧은 미니스커트, 곡선미를 드러내는 윗옷. 이런 요소들이 혼합돼 원더걸스는 로리콘(아동에게 성욕을 느끼는 경향을 가진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이다.

송원섭 JES/일간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팀장은 “결코 성적인 대상이 돼서는 안될 10대 소녀들이 콜라병 스타일의 몸매나 상당히 노골적인 몸짓의 안무를 보여준다”면서 “원더걸스는 성인들이 성적 매력을 느껴서는 안될 10대에게 그런 느낌을 느끼게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성인들의 죄책감 섞인 즐거움을 노골적으로 자극하는 아주 영악한 상품"이라고 원더걸스를 평했다. 원더걸스가 로리타 콤플렉스, 즉 성적 자극을 내재한 상품이라는 것이다.

로리타 콤플렉스는 ‘국민여동생’이란 개념에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민 여동생이라 할 수 있는 문근영은 귀여운 미모와 진심에서 우러나온 선행으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문근영도 그녀의 의도와는 달리 영화 속에선 ‘소설 속 로리타’가 되버렸다. 송 팀장은 “문근영이 연기했던 『어린 신부』라는 영화에서 그의 역할은 여고생이지만 실제로는 신부라는 성적인 대상으로 설정돼 있다”면서 “영화 속 남자주인공이 장난스럽게 문근영을 성적인 대상으로 삼으려는 듯한 움직임은 노골적으로 로리콘을 자극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즉 문근영에게도 로리타 콤플렉스가 적용돼 성상품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 스며든 성상품

로리타 콤플렉스의 상품화는 비단 여자 연예인 뿐만 아니라 대중문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인 ‘프린세스 메이커’를 들 수 있다. 이 게임의 주된 목적은 한 여자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키워내는 것이다. 다양한 결말이 있음은 물론이요,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도 수십 가지이기 때문에 남녀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었던 게임이다. 일부 남성들의 입장에서 이 게임은 단순히 한 여자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로리타를 키우는 소설 속의 험버튼이 돼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10대의 성상품화가 그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이뤄졌고 소비된다는 것이다. 이런 성적 자극은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 예측할 수 없기에 위험하다. 실제로 아동 포르노도 존재하며 음성적인 방법을 통해 공유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이런 것은 성적 자극 내에 잠재된 위험이 비정상적인 형태로 변질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즉, 합법적인 활동 내에서 이뤄지는 성상품화도 변질될 경우, 종잡을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 성(性)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박진영이 직접 밝혔듯 원더걸스는 10대서부터 4,50대까지 두루 인기를 얻고 있다. 나이를 불문하고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원더걸스가 다양한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1,20대의 경우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주는 가사내용을, 4,50대의 경우 자신의 딸과 같은 아이들이 재롱을 떠는 귀여운 모습을 좋아한다. 또한 반복되는 부분이 많고 쉬운 박자의 텔미는 누구나 들으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 이렇듯 원더걸스의 인기는 로리타 콤플렉스만으로는 설명하긴 어렵다. 

귀여움과 섹시함의 중간지대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원더걸스. 원더걸스는 충분히 대중문화 속에서 소비될 수 있는 가치를 지녔다. 비단 로리타 콤플렉스 뿐만 아니라 위에 언급된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서 말이다. 그에 맞춰 수많은 남성팬들도 그 중간에 걸쳐 서있다. 성적 매력에 빠진 것인지 단순한 귀여움에 빠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어중간함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 어중간함의 이유는 원더걸스가 로리타 콤플렉스를 적절히 자극하는 상품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물론 원더걸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10대에게 비정상적인 성욕구를 느낀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원더걸스를 좋아할 수 있는 이유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호하는 그 순간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한번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신을 조작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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