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한다’는 ‘잘 못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하지 못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혹은 둘 다 일수도 있다. 독자 여러분들의 배경지식과 기존의 관점에 따라 ‘마광수 교수’라는 단어는 ‘(강의를)잘 못한다’와 연결이 더 잘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피치 못하게 강의를 할 수 없는 마광수 교수의 모습과 더 잘 연결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목을 읽는 과정에서 이미 여러분은 나름의 결론을 내셨을 것이다. 기사를 읽으시기 전에 질문 드리고 싶다. 어떤 의미가 먼저 파악 되셨는지, 그리고 어떤 의미로 파악하는 것이 옳을지.

이번 사안에 대해서 이미 많은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기성언론에서도 많이 다뤘고, 학교 자유게시판에도 현재 12월 25일까지 50개가 넘는 관련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렇게 수많은 의견과 주장들 사이에서 이번 사안의 또 다른 주체인 국문과의 입장은 찾기 힘들었다.

▲ 연두에 달린 댓글 중 일부

그래서 이번에 연두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된 주체들의 목소리를 모두 담으려 노력했다.

▲ 국문학과 사무실과 마광수 교수의 연구실, 사람이 서 있는 부근이 마광수 교수의 연구실이다.
“표절한 사람은 교수로서의 자격이 없다.”

국문과에서는 마광수 교수의 제자 시 무단도용을 이번 강의폐쇄의 가장 큰 근거로 꼽는다. 마교수는 지난 2007년 자신의 저서 『야하디 야라숑』에 제자의 시를 무단으로 실었는데 국문과에서는 이 같은 교수의 표절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문제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지난 해 초 마교수는 재단 징계위원회로부터 2개월의 정직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때문에 이번에 또 처벌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국문과의 한 관계자는 “이곳은 법원이 아니라 대학이기 때문에 학문적 도둑질을 했다는 것 자체로 이미 논란의 여지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본다. 당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없고, 교수의 표절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당위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제까지 국문과의 의견을 듣기 힘들었던 것은 이 같은 이유에 기인한다. 그러나 국문과의 한 관계자는 “다만 국문과에서는 강의를 개설하거나, (표절한 사람을)추천할 수 없다는 것일 뿐 학교에서 수업을 주는 것을 간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교양강의는 관례 상 해당학과의 추천을 받아 개설됐지만 원래는 학부대학 소관이다)

마교수는 국문과 조교의 이메일을 통해서 강의를 배정받지 못함을 전해 들었다. 지난 학기 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을 때 징계위원회에서는 변론의 기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통보만을 받았다는 것이다. 마교수의 강의폐쇄를 결정한 회의는 ‘현대문학 전공교수 회의’로 이 회의에 마교수는 참여조차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문과의 한 관계자는 “(마광수 교수는)교수회의에 원래 자주 참석을 안 하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관계자는 “그 사람에 대한 징계의 성격을 갖는 회의에 당사자를 불러 회의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교수 강의폐쇄반대모임’에서는 이번 강의폐쇄를 지난 2000년에 있었던 재임용 탈락 사건의 연장으로 본다. 2000년 재임용 탄락 사건은 마광수 교수를 학술연구자로서의 의무적 연구활동을 한 게 없다 며 재임용 부적격 판정을 내렸고, 이와 여타 다른 이유 등으로 반발한 대학원생 11명이 학교를 쫓겨나고 마광수 재임용 탈락에 반대하는 16명의 연대 국문과 출신 타대학 교수들이 고소당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을 그 때부터 이미 있었던 마교수를 향한 언어폭력과 ‘이지메’의 연장선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문과의 한 관계자는 “왕따라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소리”라며 “그 때는 교수는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번엔 도작을 하는 것은 교수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연히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다”며 “재임용 문제는 2000년에 이미 끝난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국문과에서는 (이미 징계가 끝난)‘국문과 정교수’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문과의 결정은 사형(私刑)이라는 지적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없다고 하긴 힘들다.

▲ 마광수 교수의 연구실과 국문학과 사무실, 벽에 무언가 붙어 있는 것이 위에서 보이는 알림판이다.

“강의를 하고 싶다.”

잠긴 마교수의 연구실 앞에서 2007학년도 가을학기 연극의 이해 수강생 아무개(의예·06)씨를 만났다. 연극의 이해 수업에 대한 느낌을 묻자 그는 “좋은 수업이죠. 정말 재밌었고, 얻은 것도 많았어요. 비주류의 이야기를 체계적인 이론으로 체화해서 하는 강의는 쉽게 들을 수 없으니까요. 물론 그게 연극의 이해라는 수업명과 맞는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러나 그래도 저는 좋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좋다는 평이 많지만 ‘마교수는 어떤 수업에서든 성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 ‘성적은 항상 일명 야설쓰기로 결정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교수는 아니지 않느냐’란 지적도 공존한다. 이런 것들과 더불어 도작에 대한 책임과 언론플레이 의혹에 대해 마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니 인터뷰 - 마광수 교수

Q 수업 내용이 연극의 이해라는 과목명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마교수 수업은 수업명에 상관없이 성에 대한 이야기만 한다는 지적, 성적은 일명 ‘야설쓰기’로 결정된다는 지적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원래는 연극개론이라는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했어요. 그 때는 시험문제도 객관식으로 50개를 냈어요. 그런데 학생들이 싫어하더라고. 그도 그럴게 연극 용어들을 모두 암기해야 했으니까. 요즘은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란 교재로 수업을 해요. 물론 간단하게 연극용어에 대한 소개는 하지, 참고도서도 추천해주고. 그런데 사실 그런 내용들은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책 한번 보면 알 수 있는 내용들이에요. 나는 강의실에서는 강의를 통해서만 해 줄 수 있는 얘기를 해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 교수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얘기, 마광수니까 들려줄 수 있는 얘기, 그런 것을 전해주고 싶어요.
대학 다닐 때 연극을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때의 경험을 위주로 얘기해 주면 오히려 더 수업효율이 좋아지더라구. 그리고 카타르시스 자체가 연극론이에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보면, 그 당시는 시학이 곧 드라마였으니까, 카타르시스라는 말이 등장해요. 연극 이론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말해주기 보다는 연극심리 위주로 얘기해 주고 싶어요. 예를 들면 연극에서 비극이 소위 먹히는 장르인 까닭은 무엇인가? 새디즘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요. 연극이론에 대해서 듣고 싶다면 다른 선생님 강의도 개설돼 있으니까 그걸 들으면 되는 것이고.
야한 소설을 쓰라고 하는 것은 섹스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주기 위한 거예요. 솔직한 얘기로 성관계하는 학생들 많고, 괜히 죄의식 갖는 건 좋지 않죠. 그리고 기말 시험은 서술형으로 봤어요.

Q 전공이 현대문학비평이시고, 윤동주 연구로 교수가 되신 것으로 아는데요. 그런 전공과 상관없는 것을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윤동주 연구는 이미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이미 모든 작품을 다뤘고요. 나는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수필도 쓰고, 평론집, 이론집도 낸 셈인데 이게 요즘 나오는 이른바 학제 간 교류 아닌가요. 왜 에드거 앨런 포우 봐. 시도 좋고 소설도 좋잖아. 미셀푸코도 감옥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섹스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뭐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서는 얘기하면서 왜 그것을 작품에 적용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Q 도작과 관련해서 교수의 자격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그 문제는 내가 정말 잘못했어요. 사죄한다고 여러 경로를 통해서 계속 빌었고, 사실 그 일이 터지고 두려웠어요. 학생들이 (도작한 교수의)강의는 못 듣겠다고 할까봐. 그런데 정작 학생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더군요. 만약 그 때 잘렸으면 할 말 없죠. 징계위원회 가서도 말했어요. 모든 것을 달게 받겠다고. 그래서 학교에서 결정한 징계는 이미 받았어요. 그런데 현대문학교수회에서 수업을 안주니까 내가 이번 일이 ‘이지메’라고 하는 거야.

Q 언론 플레이가 아닌가는 지적도 있는데요. 왜 직접 싸우시지 않나요?
글은 직설적으로 써도 실제로는 맞대놓고 싸우지 못하는 성격이야. 내가 고참 노릇할 성격도 아니지만, 그래도 국문과 교수들이 동료애를 발휘해 줬으면 좋겠어요.
나는 선생이 하고 싶어서 박사과정을 밟았어요. 이제껏 언론도, 사회도, 검찰도, 법원도 어느 하나 내편이 아니었지만 그나마 날 이해해 준 게 학생들이었어. 그래서 이렇게라도 하는 것 같아요.


교무처, 문과대, 학부대학 曰 “앞으로 잘 해결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러나...”

마광수 교수와 국문과의 문제이지만 교무처와 학부대학, 문과대학의 입장도 각각 들어봤다.
정교수가 6시간 강의를 하는 것은 의무이자 동시에 권리라는 맥락에서는 교무처가. 교양강의는 학부대학에서 개설한다는 점에서는 학부대학이. 문과대학 소속이라는 점에서 문과대학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교무처는 이번 일과 관련돼서 문과대학과 학부대학에 각각 강의를 배정하는 쪽으로 권고를 했다. 권고의 내용과 관련해서는 (이미 있는 교수도 활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신임교원 채용과 강의 개설에 약간의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도 포함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교무처에서는 “(국문과에)명령 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잘 해결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말 밖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문과대학에서는 교무처에서 한 공고를 국문과에 전달했으나 그 이후 아무 얘기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문과대학의 한 관계자는 “정교수가 전공과 대학원 강의를 맡지 못한다는 점, 상위의결기구인 징계위원회의 결정과 대치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지적했다. 이어 문과대학에서는 잘 풀릴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교양강의는 학부대학에서 주관한다. 그러나 관례 상 해당학과에서 추천을 받아 강의를 개설하기 때문에 만약 이렇게 공론화가 되지 않았다면 학부대학으로서는 아는 것 조차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학부대학의 한 관계자는 “국문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마교수는 국문과 교수인데 학부대학에서 개설한 강의만 하면 학부대학 소속의 교수란 것인지, 사실 그 점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마광수 교수 원 소속은 학부대학이 아닌 국문과라는 것이다.

▲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

/이상민 기자 chalddugice@yonsei.ac.kr
/사진 송은석 기자, 홍선화 기자 maxim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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