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 여론기획

대학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 질문에 대한 연세인의 대답은 지난 3월 12일 발행된 「연세춘추」 1559호에서 볼 수 있었다. 연세인의 28.1%는 인간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인간관계는 그만큼 중요하다고들 말하는데, 실제는 여기저기서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이 쏟아진다.

올해 2학년인 이 아무개 (국문·06)씨는 시트콤 ‘논스톱’의 동아리생활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싶어했다. ‘대학에 와서는 사람들 많이 만나고 싶었어요.’ 그는 문과대의 한 반에 들어가 1년간 반 학생회에서 활동을 한 후 2학년 때 동아리에 들어가 현재 그 곳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1학년 때 활발히 활동하던 반 친구들도 동아리활동으로 자주 만나지 못하자, 급격히 어색함을 겪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최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왜 대학에 와서 사귄 인간관계는 오래가지 못하는 걸까? 내 개인적인 성격탓일까? 왜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 가는걸까?’ 이것은 일부 사람들의 고민만은 아니다. 이번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숫자로 드러났다. 2007년 현재 지금의 연세대학생 인간관계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 ‘아는 사람’은 많소
아침 9시 30분.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2학년 김 아무개 씨는 조금 일찍 온 덕에 허겁지겁 강의실로 뛰어가지 않아도 돼 좋다. 정문부터 이과대까지 걸어가다 아는 사람들을 만나서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전공강의 시작 전이라 그런지 15분간 그가 인사를 나눈 사람은 4명이나 됐다.
 우리대학교 학생들이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 걸까? ‘대학에 와서 알게 돼 만나면 인사하는 정도의 사람’ 수를 물어보는 질문에 30%이상이 ‘70명 이상’이라고 대답했다. ‘30~50명’과 ‘50~70명’도 각각 23%, 22%를 차지했다. 우리대학교 학생 두 명중 한명은  최소한 50명정도의 사람들은 알고 지낸다는 소리다. 그렇지만 ‘아는 사람이 10명 미만인 경우’도(5%) 있었다. 연세인의 20명 중 1명 정도는 대학에 와서 사귄 사람 중 인사하고 지내는 사람이 10명 미만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응답한 총 13명 중 남자는 10명이고 여자가 3명이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간관계는 어디서 가장 많이 형성됐을까? 현재 대부분의 단과대가 신입생을 ‘과반 학생회’에 배치하는 구조상 ‘과반 학생회’에서 친구들을 사귀었다는 응답이 43% 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아리 및 학회’가 30.5%, ‘수업시간엷가 17.25%로 그 뒤를 이었다. 그렇지만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사람들은 과반학생회를 떠나고 있었다. 특히 새내기들과 ‘고학번’들의 차이가 심하게 드러났다. ‘공강 시간에 가는 곳’을 물어보는 질문에는 과방에 간다는 사람들의 숫자는 313명 중 99명이었는데 이 중 88명이 07, 06학번이었다. ‘고학번이 되면 중도에서 썩어야지’라는 말은 빈말이 아닌 셈이다. 공강시간에 중도에 간다는 응답은 313명 중 90명이지만 이중 05학번 이상의 응답자가 65명을 차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 나이는 먹어가는데 인간관계는 왜 자꾸 좁아질까
최 아무개씨(심리·06)는 자주 만나는 친구를 부르기 위해 핸드폰을 연다. 핸드폰의 통화목록을 살펴보니 5명 정도의 이름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5명 중 한 명을 선택해 통화버튼을 누른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대학교 학생들 61.1%는 ‘5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수시로 연락하고 있었다. ‘3명 이상 5명 미만’(26%), ‘없거나 2명 이내’(12.7%)로 그 뒤를 이었다.
사람들이 자주 만나는 사람의 수의 변화는 학번별로 많은 차이를 보였다. 07학번의 경우는 응답자의 64%가 점점 증가한다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고학번으로 올라갈 수록 자주 만나는 사람의 수가 갈수록 줄어든다고 대답했다. 07학번 이외의 학생들은 61%가 ‘인간관계는 큰 변화가 없거나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응답했다. 고학번으로 갈수록 사람들을 사귈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 결과인 듯 하다.
 
아는 사람이 많으면 깊은 관계를 유지할만한 사람들도 많아지는걸까?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 답은 ‘아니올시다’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속을 터놓을 만한 친구들도 많다고 단정지어서는 안될 것 같다. 아는 사람의 수와 무관하게, 깊은 고민을 털어 놓을 정도로 가까운 친구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1명 이상 3명 미만’이 49%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깊은 고민을 털어 놓을 친구가 아예 없다는 응답도 10%나 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
1년간 휴학을 한 뒤 복학을 한 아무개씨(경영·05)는 1학년 때 반생활을 하며 가깝게 지냈던 친구를 종합관 언덕에 올라가다 만났다.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불과 한 학기 전 친하게 지냈는데 조금만 안봐도 왜 이리 어색한 걸까? 그 친구가 먼저 말을 꺼낸다. “그래, 잘 지냈지?” “응. 나야 뭐...”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언제 밥이나 한번 먹자.”
어색한 대화가 끝난다.

대학에 와서 생성된 인간관계에서 아쉬운 점을 물어본 주관식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50%)이 ‘피상적 인간관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 기타의견 중에는 ‘나는 밥이나 한번 먹자는 말이 가장 싫다’면서 ‘그 말은 헤어질 때 어색함을 무마하기 위해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인데, 어차피 서로 연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 않은갗라며 불만을 표했다. 또한 다른 기타의견으로 ‘따로 시간을 내어 만날 만큼 적극적이지 않으면 친해지기 힘들다’, ‘진실된 인간관계라기보다는 인맥으로 본다’, ‘술 마실 때가 아니면 가까워지기 곤란하다’, ‘공통적인 관심사를 찾기 쉽지 않으므로 오래 지속될 수 없다’라는 말도 있었다.

피상적 인간관계라는 것. 이것이 개인의 성격문제라고 하기에는 50%라는 숫자를 설명하기에 힘겨워 보인다. 물론 ‘인간관계가 피상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있다. 학교에서 사귄 사람들이 300명이 넘는다는 이 아무개 씨(신방?05)는 ‘사람들을 새로 만날 때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오늘도 또 사람들은 인사를 하고 있다. 가벼운 인사는 가벼운 사이를 드러내며 진지한 인사는 진지한 사이를 드러낸다. 그렇지만 다들 ‘바쁘니까’라는 이유로 ‘언제 밥이나 한 번 먹자’라는 말로 허무하게 헤어진다. 2007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의 요즘, 백양로 위에 유난히 쓸쓸해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안재욱 기자 nowstar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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