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의 슬픈 현실, 집단 따돌림

제가 2007년 11월 말 국어국문학과 교수들의 결의로 2008년 1학기 강의를 단 한 과목도 배정 받지 못했습니다. 20년 넘게 연세대에서 강의한 정교수가 특별한 결격 사유 없이 전공과목 및 교양과목 강의를 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저는 작년에 출간한 제 시집 문제로 인해 지난 2007년 1학기에 학교 당국으로부터 적절한 징계를 받았습니다. 2개월 간 정직 처분과 더불어 해당 학기에 강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학교 징계가 끝나고 난 뒤 저는 2007년 2학기부터 다시 강의를 시작했었습니다. 전공과목은 학부든 대학원이든 주어지지 않았고, 단지 <연극의 이해> 교양과목만 맡겼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똑같은 일인데, 교양과목만 맡으라고 한 게 마치 '벌'을 주는 거처럼 느껴져 내심 씁쓸했지요. 어쨌든 저는 맡은 과목을 열심히 강의했습니다.

하지만 국어국문학과 교수들은 당시 재단 징계위원회가 결정한 징계절차를 무시하고 알 수 없는 사유를 2007년 11월 말에 다시 끄집어내어 저의 2008학년도 1학기 강의를 전면 폐쇄시켰습니다. 말하자면 '일사부재리' 원칙의 무시요, 이중처벌적 '린치(私刑)'라고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저도 엄연히 국문학과 교수인데 교수회의에 부르지도 않았습니다. 집단 린치 자체도 문제지만, 설사 국문과 교수회의를 인정한다 해도, 명백한 '절차상 하자'입니다.

이미 학교 당국과 이사회가 결정한 징계가 끝난 일을(제 잘못 대해서는 다시금 사죄드립니다), 국어국문학과 교수들이 다시 거론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습니다. 강의를 할 수 없게 만들어 저를 '이지메' 시키려는 의도는 아닐까요? 합당한 이유 없이 한 교수의 강의권을 박탈하려는 다수 교수들의 행위는 반이성적이며 거의 감정적 폭력에 가깝습니다. 교수의 강의권뿐만 아니라 학생듫의 수업권까지도 박탈하는 지극히 비합리적이고 "패거리주의적 발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단지 '너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행해지는 집단 따돌림처럼 말입니다. 무엇 때문에 저를 이토록 미워하는지, 왜 이리도 미움의 감정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000년도에도 저는 불투명한 이유를 내세우는 국문과 교수들에 의해 재임명 탈락을 당할뻔 한 적이 있지요. 그 뒤 4 년간을 저는 휴직을 하면서 극심한 우울증을 앓아야만 했습니다.

국어국문학과 교수들은 한 사람의 희생양이 필요한 것일까요? 다수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자신들과 맞지 않아 보이는 한 사람의 약자를 희생시켜야만 국어국문학과라는 조직이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요? 한 사람을 향한 집단의 폭력은 자기 집단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의 약자를 희생시키고 유지되는 조직이라면, 또한 그러한 관성에 익숙해지는 조직이라면 희생양은 단 한 사람으로 멈추지 않습니다. 어느 때고 그 다음 희생양이 지목되겠지요. 그 희생양은 조직의 이념을 따르지 않는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연세대는 각 개인의 개성이 강한 대학교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윤동주 시인 이래로 많은 문인 작가들이 배출된 걸로 압니다. 이번에 제가 당하게 된 '이지메'는 연세대 학풍을 역행하는 수구적이고 집단주의적인 파행으로 보입니다. 저 마광수 한 사람에 국한해서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런 일이 연세대 내에서 계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연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의 기반이 손상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한 개성과 독창성을 가진 인물이 대학 구성원 내에서 '이지메'를 당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개성과 독창성의 씨앗에 싹이 돋도록 물을 주어야 할 대학 내에서 그 씨앗을 으깨어버리는 행위가 용납되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에 그러하다면 어느 누가 창조적인 생각으로 정체된 집단에 충격을 줄 수 있겠습니까? 집단의 건강한 도약을 위해서라도 한 개인의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사고와 행위는 필요합니다.

지성의 요람이라 할 대학 내에서 이번에 저질러진 저에 대한 집단 폭력행사 사태 같은 반이성적이고 중세적인 '마녀사냥'의 모습이 재현되어서는 안 됩니다. 직위로도 정교수인 저의 정당한 강의권은 바로 회복되어야 하며, 학생들의 수업권도 존중되어야 합니다. 저의 개성과 독창성이 연세대를 살찌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에 대한 다수의 횡포가 용인되지 않도록 많은 학생과 교수님들이 부당한 처사에 대해 항의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개성적이고 독창적인 사람들이 자유의 공기 속에서 살아 숨쉬는 연세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마 광 수 삼가드림

 

*연두연재 <마광수가 성에 대해 말하다> :  http://www.yondo.net/news/articleList.html?sc_serial_code=SRN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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