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성시경을 만나다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웹진입니다” 압구정의 한 스튜디오에 들어선 기자들에게 그가 무심한 시선을 던진다. “왜 연세대학교에서 고대 사람을 취재하러 왔대요?” 순간 당황하는 기자들에게 그는 이내 빙긋이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어보인다. “농담이에요.”
 그는 성시경이다. 대한민국 대표 발라드 가수이자 최근 ‘무릎팍도사’에서 만만찮은 이야기를 풀어낸 입담꾼. 연예계에서 흔치 않은 고학력에 왠지 까칠한 말투, 그에 상반되는 너무나 감미로운 노래들…. 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사뭇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연고대 악감정? 다 장난이죠 ~

 성시경은 고려대를 졸업했다. 그의 모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은 이미 몇 번의 고대 축제 (입실렌티)에서, 그리고 그가 외친 FM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런 그에게 물었다.

Q. 연세대, 하면 뭐가 생각나세요?
A. 푸르름? 청명한거? 파란색? 맨날 빨간 고대에 살다보니까. 그리고 세련되고 도시스러운거. 사실 저는 슬리퍼 끌고 와인바가는거 좋아하고, 추리닝에 스포츠카타는 거 좋아하고. 내 이미지가 너무 연대같으니까 대학 원서를 쓸 때는 고대에 가보자라는 어린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애요. 나는 연대 고대 하는 그런걸 문화라고 생각하고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만큼 우스운 사람도 없는 것 같아요. 연세대는 그냥 연세대일 뿐이죠. 정기 교류전 이런 것도 즐기자고 해야지. 졸업한 사람들은 안 그래요. 농을 할 수 있어서 좋을 뿐이지 예를 들어서 스윗소로우 같은 연대 애들이 뜨면 불안하다던지…. 연세대학교가 4년제라면서요?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한 기자가 “네?”하고 되묻자 그는 여의 처음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는다. “농담이에요.” 두 번째다. “이런 개그, 재밌잖아요. 연세대, 고려대니까 할 수있는 개그들.” 그러고 보면 연세대와 고려대는 아웅다웅 하면서도 서울 시내에서 가장 친한 학교가 아닐까.

대학생은 ‘모두, 많이, 열심히’ 해봐야죠   

 술을 마실거면 위세척도 한번 하고 진짜로. 연고제에 미쳤으면 거기다가 내 인생을 한번 바쳐보고 연애를 하면 심장이 찢어지게 하라고 (사진설명)

Q. 학업 포기하고 가수하신 거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A. 계속 후회는 있죠. 왜, 짜장면 먹으면 짬뽕이 먹고 싶잖아요. 그래도 둘 다 먹을 수는 없는거죠. 대학이 어떤 곳인지 제대로 느끼고 싶었어요.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싶고, 미팅도 해보고 싶고…. 그런 거 못해서 아쉬워요.

Q. 서른이 돼서 생각하는 대학생은 어때요?
A. 말장난 같지만 그런 시구 있잖아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옛날 같았으면 ‘뭐 어쩌라고’ 이랬을 텐데 지금은 정말 와닿아. 늙기 전에 다 해보세요. 술을 마실거면 위세척도 한번 하고 진짜로. 연고제에 미쳤으면 거기다가 내 인생을 한번 바쳐보고 연애를 하면 심장이 찢어지게 하라고. 이도저도 아닌 대학생은 진짜 아닌거야. 항상 대학생들에게 얘기하는 게 당신이 뭘 하든 당신이 원해서 하라는 거에요. 밋밋하게 졸업하는 대학생만큼 끔찍한 일은 없는 것 같아요. “모두, 많이, 열심히” 하는 게 좋아요. 쓸데없는 거라 생각되어도 나중에는 다 도움이 되더라구요. 대학생은 모든 것에 피가 끓어 넘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라디오는 너와 나 사이의 따뜻한 대화에요

대학생의 모습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그가 잠시 뒤로 몸을 기대며 피로한 기색을 보였다. 걱정이 된 기자가 “오늘 스케쥴 바쁘죠? 이따 또 있나요?”라고 물었더니 ‘라디오있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MBC라디오에서 ‘푸른밤, 그리고 성시경입니다’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Q. 이제 성시경씨의 라디오 마침 멘트 ‘잘자요’를 안들으면 잠이 안온다는 친구들이 주변에도 몇 있어요. 매일 밤 2시에 끝나는데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되진 않나요?
A. 녹음도 있죠. 힘들죠. 2시에 끝나면 3시에 자는게 아니거든요. 와서 사람도 만나고 회의도 하고 책도 보고 하면 아침이에요. 애정이 없으면 못해요. 딴 데 가면 돈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라디오는 따뜻한 매체라서 정이가요. 제가 한번 정지영 아나운서가 라디오 하는걸 봤어요, 라디오 박스 안에 있는데 내가 손을 흔들었어. 근데 나를 못 보는 거야. 밖에서 내가 보는데 모습이 그래. (입모양으로만 아어오우를 하며) 옆에서 보면 얼마나 웃겨요. 그게 교감이 있다는 거야. 신기하죠? 내가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듣고 있는게 느껴지는 거에요. TV는 안그래요. 안녕 하면 안녕? 하고 모습 보이고. 라디오는 1:1인거죠. 난 너한테 말하는거야. ‘모두’ 를 위해 하는 방송이 아니라. 힘들 때 누구랑 얘기하면 누구나 힘을 얻잖아요. 라디오는 시작할 때 힘들어도 끝날 때쯤 되면 힘이 나요. 그게 교감이죠.

내가 생각하는 가수는 이야기 해주는 사람
"요새 점점 감성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성시경은 올 가을 『한번 더 이별』이라는 싱글 앨범을 내고 활동중이다.

Q. 이제 대한민국 발라드에서 성시경을 빼놓고선 얘기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오랫동안 음악을 해왔고, 앞으로도 할건데, 계속 발라드를 할건가요?
A. 발라드‘도’ 하죠. 제 음악에 발라드만 있지 않아요. 발라드라는 말이 원래 사랑노래라는 뜻이거든요. 댄스도 있고 스윙도 있었고 락 비슷한 것도 있었고.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내가 했을 때 팬 여러분이 좋아해줄 것 같은 것을 생각하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모든 인터뷰에서 물어보는게 저번 앨범과의 변화는 무엇인가요, 인데 사실 변화가 꼭 있어야 하나요? 새로운 CD가 나오면 그 사람의 발전된 새로운 감성을 듣고 싶었던 거지 아예 변해버리는거 짜증났거든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요?
A. 요새 점점 감성으로 노래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이건 빨리 뭔가를 보여줘야 먹히는 소비에도 문제가 있어요. 우리는 3분짜리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노래가 원래 연기에요. 봐봐. 내가 기분이 좋으면 하하, 좋잖아. 슬프면 노래를 하는 사람도 슬퍼져요. 슬프면 목이매고, 울리고. 그게 감정이에요. 육성이랑 가성을 30퍼센트 섞어봐, 이런 테크닉보다 가사가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가수는 가사로 이야기 하는 사람이에요. 3분이면 기승전결이 있을꺼 아니에요. 처음부터 우는건 테크니션들이야. 김광석씨 같은 경우는 이야기꾼이죠. 노래랑 이야기랑 다르지 않잖아요.
음악시장은 점점 성숙해질 거에요. 우리나라는 너무 다양성이 없어. 발라드만 좋아하다가 댄스만 좋아하다가…힙합 등등 얼마나 많은게 있어. 아직은 시장이 협소해요. 이게 경제와 함께 다 좋아져야 할텐데. 근데 좀 먹어요. 한명이 질문하면 한명이 먹고. 지금은 자기가 먹을 차례야.

 그는 푸짐하게 놓여있던 안주를 두고 인터뷰에 집중하던 기자들에게 음식을 권한다. 소탈하게 타코를 배어먹으며 흘린 음식을 주워 담는 그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까칠한 귀공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문득 지금까지 그가 열변한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가수’ 너머의 그가 궁금해졌다. 
한 프로그램에서 한 말이 화제가 됐는데, 라는 질문을 던지자마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무릎팍도사에서 제가 얘기한게 난리가 났죠.” 그 얘길 해줄 수 있냐는 기자의 조심스런 질문에 오히려 그는 “이게 편집이 됐는데 이 얘긴 꼭 해주고 싶어요.”라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나와 ‘다른 것’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내가 살면서 느끼는 건데 ‘다르다’와 ‘틀리다’의 차이. 우리랑 다르다면 틀리다고 얘기 하는것. 우리는 나랑 같은걸 좋아하는 민족이에요. 그러니깐 문화가 다양해질 수 없어요. 발전도 없고, 정체가 되는거야. 난 대학생들이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열린 사고. 나도 그렇게 못하니깐 얘기를 하는 거에요.
 그리고 미움이 많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나라에요. 왜그래요? 부러워해야지. 남이 잘 되도 부러워하고, 좋아하고, 아,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 그랬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낼, 다음 바통을 넘겨받을 사람들은 대학생들일 확률이 커요. 정치, 문화, 사회 어떤 면이건. 중간 이상의 어떤 위치를 할텐데 그랬을 때 아무 생각이 없는 대학생이 아니라 지금부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맥주와 안주를 벗 삼아 오간 이야기들. 그의 솔직한 이야기들과 소박한 모습들. TV 속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 성시경이 아니라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이야기꾼, 가수 성시경이었다. 한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의 인터뷰는 그의 달변에 지루할 틈 없이 지나갔다. 성시경은 자신의 음악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의 세상을 보는 시각도 기꺼이 공유해주었다. 12월 22-24일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이소라와 함께 콘서트를 연다. 그 콘서트를 위해 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그는 이제 노래로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김윤정, 김필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사진 김지영 수습기자 yondo@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