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대학생의 정치 참여 매우 저조해

오는 19일 제 17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은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부터 선거 연령이 만 19세로 낮아지면서 대학생들이 대선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정치 교육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대학생들의 정치 참여 의식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대학생이 대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대학생 정치참여의 현주소


대학생의 정치참여는 물론 투표율도 저조하자, 각 학교에서는 부재자 투표소까지 설치해 이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추세다. 이번 대선에 우리대학교는 1,800여명, 이화여대는 220여명의 유권자가 부재자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다. 부재자 투표소 설치의 추진을 담당한 이화여대 SFC회장 정원희 씨는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이러한 활동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대학생의 정치 참여가 부족한 이유는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현실 정치에서 대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할뿐더러, 근래 학생운동이 급격히 몰락해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 참여가 부재하다 보니 학생들은 정치권의 부정부패 와 같은 문제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만을 갖는 경우도 많다. 열린우리당 대학생 정책자문단원인 이동학(경기대·법학)씨는 “대학생 중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이 30%나 된다”며 생각보다 무관심한 사람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정치에 무관심한 대학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원인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찾는 시각이 있는 반면,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자발적인 정치참여 의식을 심어주지 못한 것을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대학생의 정치참여가 소극적인 것에 대해 방송통신대 교육과 김영인 교수는 “교육과정에 정치관련 교과 내용이 극히 적고, 입시에 급급하다보니 이조차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고 말하며, “외국이 지역사회와 시민단체와 연계해 정치에 시민이 참여할 것을 권장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활동들이 미미하다”라고 안타까움을 보였다. 또한 전교조 참교육실장 천희완씨는 “많은 교사들이 시민교육에 무관심하다”라며 “교과서 외의 정치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시사했다.


실제로 초·중·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는 윤리적이고 원론적인 설명으로 정치의 개념을 설명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정당정치나 선거에 대한 언급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교육과정을 통해 시민사회 및 정칟법 제도 속에서 다양한 참여와 법적 권리 실현 방식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분주해진 대학생들

반면 대선을 앞두고 정당에서 선거운동을 하거나, 학내에서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운동을 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다. 홍승표(법학·05)씨는 이회창 캠프의 대학생 대표다. 그는 “이론으로만 배우는 것들을 직접 체험하며 돈보다 귀중한 경험과 기회들을 얻는다”며 캠프 활동의 의의를 설명했다. 서대문구 선거부정감시단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일한(방통대·행정학)씨는 “많은 돈을 벌겠다기 보다는 공정한 선거를 위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한나라당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인 윤성호(28)씨는 “이전에는 정치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했지만, 이제 정치가 생활을 바꾸는 수단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개인의 작은 관심이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은 대학생이 정치와 사회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려고 한다. 또한 단순한 참여를 넘어 실제 정책 입안에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현재 16개 대학이 참여하는 ‘대학생 유권자 행동위원회’ 회장 박은재(전북대 총학생회장, 29)씨는 “대선에서 대학생 유권자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정치권에 대학생의 목소리를 낼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위원회를 결성했다”고 전했다. 특히 “대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취업 문제로 고민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민주시민으로서의 주인의식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지지 대학생 연대 위원장 양중균(한양대·신방)씨는 “요즘 학생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고 수동적인 자세를 갖는 것 같다”며 “이번 대선을 통해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대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권자가 정치에 활발히 참여하는 외국의 사례는 흥미롭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대학생 유권자가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물론 그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스레 정치계에서도 이들을 주목한다. 특히 선거 시 80%이상의 투표율을 보이는 스웨덴의 경우, 대학생은 대선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주체로 활동한다. 우리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에린(Elin, 22)은 “대학생들의 표심을 잡아야 장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선거철이면 각 정당대표가 대학으로 찾아와 정책 홍보와 토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과에 재학 중인 에릭(Eric, 24)씨도 “스웨덴에서는 각 정당에 전화를 걸어 정책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묻는 것이 아주 평범한 일이다”라며 참여의 문화가 대학생 뿐 아니라 모든 유권자에게 퍼져있음을 알렸다.


대선 대학생 캠페인단 ‘위키’의 오프라인 홍보팀장인 노정현(고려대·영문)씨는 “대학생은 이권에 얽혀 있지 않기 때문에 정치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을 대표해서 나라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다음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에서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권영 기자
femmefatal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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