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석 연극 『염쟁이 유씨』

▲ 연극 『염쟁이 유씨』의 배우 유순웅 씨 /김영아 기자 imstaring@

“술 한잔 하실라우?” 공연에서 배우가 관객에게 술을 권한다. 어리둥절할 법도 한데 제법 많은 수의 관객이 손을 들며 같이 마시길 청한다. 연극 『염쟁이 유씨』에서 염을 하기 전에 소주를 한 잔 걸치던 유씨가 같이 마시고 싶은 관객이 있냐고 묻자 관객들이 반응한 것이다. 한 여성관객이 소주잔을 받자 유씨는 “남자친구 없는겨?”라며 은근슬쩍 관객에게 장난을 치기도 한다. 단체로 공연을 보러 온 아주머니들은 즉석에서 캐스팅된 관객 배우에게 연기 좀 잘하라며 잔소리를 했다. ‘서로 다 아는 사람들인갗하는 착각이 드는 공연의 한 장면이다.

『염쟁이 유씨』는 유씨가 시신을 염하면서 각박한 세상사와 자신이 느끼는 삶의 의미를 말하는 1인극이다. “죽는 거 무서워들 말어. 잘 사는게 더 어렵고 힘들어”라고 말하는 유씨. 죽음을 마무리하는 염쟁이지만 그는 죽음에 대해 말하기보다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 김인경씨의 말처럼 관객은 연극을 통해 죽기 이전에 ‘어떻게 살 것인갗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죽음 이전의 삶을 소재로 하는 연극이지만 내용이 무겁게 전개되지는 않는다. 『염쟁이 유씨』는 지난해 ‘서울연극제’에서 인기상을 받을 정도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웃음과 철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 인기요인이다. 연극은 공연 내내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함과 동시에 삶에 대한 철학을 제시한다. 가볍지만은 않은 주제를 다뤄 관객층도 대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연극에서 관객은 단순히 배우의 말에 반응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관객은 직접 배우가 되어 적극적으로 무대에 개입하기도 한다. 배우와 함께 관객이 무대를 만들어가는 전통연극의 형식을 따른 것이다. 관객이 배우와 분리돼 무대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는 일반적인 공연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자신이 말을 걸면 배우가 듣고 화답을 해줄 것이라는 느낌은 관객에게 배우와 소통하는 짜릿함을 준다.

잘 짜여진 대본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주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든다. 시종일관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면서도 결코 ‘삶’이라는 주제를 놓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유씨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의 죽음은 극의 두 축을 이루며 관객을 끌어들인다.

짜임새있는 대본이 있었더라도 배우 유순웅씨의 연기가 없었다면 연극은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이다. “술 한잔 제대로 못해 속상해하고, 진지하고 착하게 생겨먹었고 평생 그렇게 살 것 같다”는 연출자 위성신씨의 말처럼 그는 소박한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그는 1인 15역을 무리없이 소화하는 연기의 달인이다. 작가 김인경씨가 주인공으로 배우 유순웅씨만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염쟁이 유씨』는 오직 그를 위해 만들어진, 배우 유순웅씨만이 할 수 있는 연극이었다.

염쟁이 유씨와 함께 울고 웃으며 느끼게 된 죽음. 그것은 두려워하거나 피해야만 할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 제대로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으며 하루하루 부지런히 사는 것, 염쟁이 유씨는 그것이 삶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두레홀에서.
(문의: ☎ (02)741-5979)          

/양아름 기자 diddpq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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