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친환경 문화공간

 

자연 속의 문화, 혹은 예술 공간으로서의 환경은 어떻게 비춰질까. 예술의 대중화와 동시에 환경 친화적인 생활양식이 확산되면서 이 둘의 만남이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채 그 위에 문화·예술을 입힌 ‘친환경 문화공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상쾌한 자연 속에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친환경 문화공간을 소개한다.

 서울 숲 - 예술을 머금은 도심 속 웰빙공간

2호선 뚝섬역 근처에 위치한 ‘서울 숲’은 손꼽히는 친환경 문화공간이다. ‘서울 숲’은  골프장, 승마장 등이 있었던 뚝섬 일대를 시민들을 위한 웰빙(Well-being)공간으로 만들자는 목적에서 조성됐다. 이곳에는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는 녹지 환경 속에 시민들이 공연, 행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서울 숲 내의 ‘체험 학습원’과 ‘습지 생태원’은 각각 과거의 뚝섬 정류장 구조물과 유수지의 자연 환경을 그대로 재활용했다.

서울에서 제일 큰 규모의 생태환경 공원인 만큼 서울 숲은 환경과 관련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매주 혹은 격주로 진행되는 ‘서울 숲 북아트’, ‘조물조물 숲속 공작실’, ‘서울 숲 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관련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환경재단의 추천을 받은 영화를 상영하는 ‘환경영화산책’ 프로그램도 있다. 습지 생태원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시민들이 영화를 통해 즐겁게 환경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다. 또한 유아, 청소년, 성인,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들을 꾸려놓고 있다. 서울 숲의 문화이벤트를 담당하는 ‘서울 숲 사랑모임’ 이한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신체적 불편으로 자연 체험의 기회가 적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생태계 체험 활동 프로그램인 ‘더불어 사는 자연’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계절에 따라 ‘서울 숲 가을페스티발’과 같은 자체 축제를 개최해 아카펠라, 밴드, 마술,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인다. 또한 ‘문화예술공원’에 위치한 가족마당과 야외무대 등의 공연 시설물은 대여할 수 있어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서울 숲에서 문화 행사를 개최할 수 있다. 서울 숲 조성 1주년을 기념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기증한 야외조각전시회도 볼거리 중 하나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서울 숲은 가족 나들이나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뿐만 아니라 친환경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 버려진 땅을 창작의 산실로


지난 2006년, 17개의 스튜디오와 야외조각공원으로 모습을 드러낸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아래 난지스튜디오)’도 빼놓을 수 없는 친환경 문화공간이다. 이곳은 쓰레기 산이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뀐 상암 월드컵 공원 내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전에 난지도 침출수를 처리하던 처리장 건물 내부를 개조해 그 외관과 주변 환경은 그대로 남아 있다. 침출수 처리량이 감소함에 따라 유휴 시설이 돼버린 침출수 처리장을 창작의 산실로 만든 셈이다. 난지스튜디오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주상일 주임은 “버려진 땅이 문화가 숨 쉬는 생명동산으로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개장과 동시에 1기 작가 17명이 입주했고 지난 11월 1일에 2기 작가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입주하는 작가들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되는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는 젊은 작가들이 모여 창작에 힘쓰고 있다. 난지스튜디오에서는 입주한 작가들에게 1년 동안 작업실을 무상으로 임대한다. 입주 기간이 끝날 즈음에는 그동안의 창작 활동을 선보이는 전시회도 개최한다. 창작활동을 단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시회를 통해 작가들이 장기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난지스튜디오는 현재 스튜디오 내부에 전시관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 달부터 시작된 2차 리모델링을 통해 침출수 처리 시설을 공동 작업 공간과 전시관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 공간은 오픈 스튜디오형태이기 때문에 누구나 원하는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거나 작품을 감상 할 수도 있다. 이정준 직원은 “대부분의 작가가 외골수인 경우가 많은데 함께 거주하면서 서로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고 교류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한 이곳은 예술인과 시민의 소통의 공간이 된다. 특히 미술 관련 학과 학생들이나 주변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의 방문이 잦다고 한다. 이 직원은 “주변 공원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찾는 시민들도 많다”고 말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예술 공간이 시민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친환경 문화공간, 시민 곁으로        

지난 2005년 청계천 9가로 이전한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해 복합 예술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하는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1~3층까지 전시장, 공연장, 자료전시관이 꾸며져 있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청계천의 자연도 느끼고 더불어 문화생활까지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민들의 발걸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강서구의 ‘드림랜드’를 오는 2013년까지 대형 체험테마 녹지공원으로 변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곳에는 아트 갤러리, 야외 공연장, 조각 정원 등 다양한 친환경적 문화·휴식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글 이승희 기자 unique_hui@yonsei.ac.kr  

/ 사진 김영아, 김평화 기자 naei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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