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3色 Interview -한국 시인협회 회장 오세영 시인

   
▲ /김평화 기자 naeil@yonsei.ac.kr

1908년 발표된 최남선 시인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한국 현대시의 출발점이라고 볼 때, 올해는 현대시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얼마 전 한국 시인협회는 이를 기념하여 10대 시인을 선정했다. 「또 다른 고향」의 윤동주, 「진달래꽃」의 김소월, 「님의 침묵」의 한용운을 비롯해 정지용, 백석, 김수용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지난날 한반도의 역사를 펜 끝으로 그려낸 시대의 증인으로,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뜨겁게 살아있는 작가로 꼽힌다. 베스트셀러는 있지만 베스트 작가는 드물고 경영 서적은 불티나지만 문학 작품은 천대받는 요즘, 시인으로서의 삶은 어떨까. 한국 시인협회 회장이자 서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인 오세영 시인을 만났다.
지난 1965년 박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지를 통해 등단한 이래 40여년이 흐른 지금, 오세영 시인은 어느덧 교단을 떠날 준비를 하는 원로가 됐다. 그간 발표한 17권의 시집과 1,100여 편의 시작(詩作)은 그의 성실하고 곧은 작가 생활을 잘 반영한다. 그는 100년의 현대시사(詩史)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올해는 과거를 돌아보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지 성찰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답한 오세영 시인은 과거 ‘정캄라는 굴레에 벗어나지 못했던 문학사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시대의 문학은 한국전쟁과 독재, 권위정부 아래서 ‘인간다운 사회를 쟁취’하는 정치적 소명을 반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더이상 정치적 수단으로서의 문학이 아닌 자율성이 옹호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문학의 자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 못지않게 문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가 지적하는 한국 문학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중앙지역 집중화 현상, 권력화, 그리고 상업화다. 영상과 미디어의 발달로 정보전달의 수단이 첨단화 돼 지역 문학이 활성화되고 있기는 하지만 문학활동이 수도권으로 집중된 현상은 여전하다. 또한, 몇 개의 문단 세력이 기득권을 확보하고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그는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문학성을 일탈하고 상품화되는 ‘문학의 상업화’를 가장 경계한다. “문학의 대중화와 상업화는 다르다”고 분명히 지적하면서 독자를 문학의 구매자로 보는 시각의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작가를 전업으로 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사회, 그래서 신인 작가를 양성하기도 힘든 사회에서 젊은 신인 작가들을 바라보는 오세영 시인의 눈은 한없이 따뜻하다. 하지만 그는 ‘감동’ 보다는 ‘재미’에 가치를 두는 요즘 추세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낸다. “젊은 작가들이 문학을 하는 태도는 일견 감각적이고 찰나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괴기스럽고 충격적인 소재의 작품을 보면 쾌락적 욕망 충족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듯하다”고 말한다. 작품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인류의 근원적인 가치에 초점을 두고 탐구하는 문학인으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그리고 물질적 가치의 충족과 감각적 즐거움은 ‘행복’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때문에 이 시대의 청년들은 끊임없는 경쟁과 시험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양 옆구리에 당연한 듯 들려있는 영어 문제집과 자기계발서적이 꽤 익숙해진 것이다. 이에 오세영 시인은 반문한다. ‘우리는 진정 행복한가?’라고. “지나친 물질적 욕망과 현실적인 충족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서 우러나는 가치를 추구할 때 진정한 행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너무 도덕 교과서적 말인 것 같다”며 웃는다. 자본주의 흐름에 편성한 가치관 때문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문학, 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역설적으로 문학이 더욱 요청되는 시대가 아닐까. 

/글 강조아 기자 ijoamoon@
/사진 김평화 기자 n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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