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人3色 Interview - 정과리교수(문과대·국문학)

▲ /홍선화 기자 maximin@yonsei.ac.kr

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과거에 비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더이상 문학이 읽히지 않는 ‘문학의 위기’가 도래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무엇 때문일까? 일단은 문학이 문자로 이뤄졌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문자는 민족과 국가마다 다르고 그 다양성에서 비로소 문학은 생명력을 얻는데, 영어라는 국제어 때문에 문학의 다양성은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 다음으로 요즘 시대는 영화·음악·그림과 같이 언어의 비중이 적은 문화가 더욱 번창해 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과거 문학이 문화의 중심에 서있을 때 사람들은 문학을 통해 자신을 확고한 주체로 느낄 수 있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것이 그것이다. 문학평론가 정과리(본명 : 정명교) 교수(문과대·국문학)는 “정보화 사회에서는 어떤 자리에 자신이 서있다는 ‘주체의 입지감각’보다는 자신이 세계 전체를 끊임없이 이동한다는 ‘유동적인 감각’이 훨씬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이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새로이 태어나는 경험을 하는 것처럼 인터넷에서 마우스 클릭을 통해 다른 존재로의 변신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주체에 대한 감각보다는 주체가 분산되는 타자화를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영상문화가 등장하기 전 문학은 ‘상상’과 ‘반성’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했다. 여기서 새로운 것을 꿈꾸는 상상의 기능은 영상 문화가 차지하게 됐다. 그것은 현실을 해석하는 도구인 문학과 달리 영상 문화는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는 개인이 한 곳에 머물러 있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요구한다. 정 교수는 “이제 문학은 문화의 중심에 서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며 “다만 문학이 현재 새로운 문화가 해주지 못하는 ‘반성적 기능’을 통해 문화의 근본이 돼야한다”고 말한다. 이는 윤동주의「서시」의 ‘하늘을 우러러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구절처럼 문학이 현실을 보는 필터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문학의 위기에 관한 해법은 무엇일까. 대중이 책을 읽는 것에서 시작해 문학이 갖고 있는 고유의 ‘반성적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중은 문학 작품을 잘 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문학작품에 대한 소비 역시 읽고 나면 공허한 대중문학 위주로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급문학의 경우 전문가들에게는 높은 평가를 받는 반면 대중들에게는 외면 받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고급 문학과 대중 문학 사이의 엄청난 격차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 

정 교수는 “이제는 일반 마트에서 고급 문학이 팔리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 많이 읽는 나라인 프랑스의 경우 대형 마트에 갖춰져 있는 서점에서 대중에게 어려운 소설도 판매하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어려운 작품들은 문화의 고급 지대에서 평가가 이뤄진 후 대중이 책을 구입해 읽는 방식으로 재검증 된다. 정 교수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를 매개해주는 연결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이 연결선이 끊어져 있어 대중은 대중문화만 소비하게 되고 고급 문학 창조자들은 고급문학을 생산만 해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중을 문화적으로 끌어올려 잠재적 문화 생산자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는 매개자인 문학지도사를 통해 대중들이 문학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가능해질 것이다.

 /글 조규영 기자 summit_k@yonsei.ac.kr
/사진 홍선화 기자 maximi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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