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하하하”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간간히 웃음이 터진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한국’이라는 단어가 이들을 따뜻하게 묶고 있나보다.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미국인 데릭씨, 재일교포 이태성씨, 재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한 대만국적의 염숙지씨, 손기요씨와의 좌담회는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 테릭 테렐(Derek Terrell) 커플티, 부끄러워서 어떻게 입어요?태성: 사람들이 같은 옷으로 맞춰 입고 있는 것을 봤을 때 정말 충격 받았다. 닭살커플들은 커플티를 입고 있고, 같은 반 학생들은 반티를 입고 있다. 한국에서만 이런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또 연인들이 학교 안팎에서 거리낌없이 손을 잡고 스킨십을 하는데 일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일본사람들에게 학교는 ‘공부’하는 장소지 ‘연애’하는 장소가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서로가 사랑하고 있는 티를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데릭: 미국도 같은 옷을 동시에 입는 문화는 없다. 한국은 의외로 공공장소에서 스킨십이 좀 많은 것 같다. 태성: 커플뿐만이 아니라 동성끼리 신체접촉을 하는 것도 신기하다. 일본에서도 가끔 술을 먹으면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길을 걷는 사람이 있긴 하다. 동성끼리 손을 잡고 다니면 레즈비언이나 게이인줄 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평상시에도 친구 어깨에 손을 얹거나 손을 잡는다. 처음에는 동성친구가 내 어깨에 손을 얹는 게 이상했는데 이제는 거리낌없이 접하는 편이다.숙지: 대만도 일본이랑 비슷하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지 연애하거나 노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동제 때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술을 팔아서 깜짝 놀랐다. 대만은 학교 안에서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시면 안된다. 심지어는 맥주 한캔이라도 들고 학교에 가면 난리가 난다. 한국은 캠퍼스 내에서 많은 자유가 허용되는 것 같다. 연합채플 할 때 앞좌석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맥주 한 박스를 사와서 마시더라. 그건 정말 충격적이었다.데릭: 한국에서 또 신기했던 것이 한국여자는 항상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는 것이다. 비가 와도, 산을 올라가도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닌다. 미국 대학생들은 파티, 클럽에 갈 때만 높은 구두를 신는다. 수업에 갈 때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편안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간다. ▲ 이태성

엠티와 연고전, 연세점퍼 정말 좋아요
태성: 내년에 정치외교학과에 편입할 예정이라 한국 친구가 필요하다. 이런 나에게 MT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본은 단체로 MT가는 것은 없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끼리 여행하는 것 정도만 있다.
데릭: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술 마시면서 게임을 하는 문화가 없다. 그냥 술만 마신다. 한국에서는 게임도 하고 벌칙으로 술도 마시며 재밌게 노는 것 같다. 연고전 이전에 IYC 엠티를 다녀왔는데 우리대학교 응원곡과 응원동작도 배워 재밌었다.
태성: 학생들은 과나 동아리 이름을 넣어 연세점퍼를 입는다. 같은 점퍼를 입으면 서로 가족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집단으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연세점퍼는 따뜻한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 좋다. 나도 집단에 속해 있는 느낌을 좋아한다.
데릭: 친구랑 같이 있다가 ‘사랑한다 연세’를 부르게 됐다. 나는 홉(Hope) 칼리지 학생인데 그 노래를 부르니 ‘연세는 나의 학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성: 일본에서 도시샤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단순히 내가 다니는 학교라는 느낌만 있었지, 학교에 대한 긍지는 별로 느낀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대학교에서 응원곡을 부르다보면 애교심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연고전을 치르고 서 우리대학교에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 염숙지(생활과학계열·06) 소개팅, 미팅을 통해서 돈 쓰는 문화를 알았어요태성: 얼마전 소개팅에서 만난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미팅은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소개팅은 처음이었다. 일본에서 1:1로 만나는 것은 성적 의미를 전제로 하는 만남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성친구를 사귀려는 목적으로 건전하게 만나는 것 같다.기요: 미팅보다 소개팅이 훨씬 재밌다. 예과 일학년 때 8:8 미팅을 처음 나갔는데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 뒤로 미팅 안하고 소개팅만 한다. 오늘 좌담회도 참석하면 친구가 소개팅 해준다고 해서 왔다(웃음).태성: 미팅이나 소개팅을 통해 한국에서 돈 내는 문화를 접할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선후배가 같이 식사를 하면 후배가 돈을 낸다. ‘내가 신세를 많이 지고 있으니까 고맙다’는 뜻이다. 그런데 한국은 남녀가 서로 만날때 식사비는 남자가 내고 찻값은 여자가 내더라. 또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어린 사람에게 밥을 산다. 얼마 전에 특이한 경험을 했는데,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귀갓길에 마을버스가 끊긴 것 같아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들이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나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같은 곳으로 가면 택시를 같이 타고 가자는 거였다. 그분들과 이야기하다가 돈을 내고 택시에서 내리려니까 그분들이 자기가 형이니까 돈을 내겠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사람인데도 어리다고 돈을 내주는 것이 신기했다. 일본에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다.데릭: 나이트는 가봤는데 미팅이나 소개팅은 안 해봤다. 미국에서는 친구 사이에는 각자 돈을 내고,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이 있으면 돈을 다 낸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는 돌아가면서 돈을 내는 경우가 있다.숙지: 대만은 맞선이나 미팅은 있지만 소개팅은 없다. 미팅에서는 주선자가 책임을 지고 계산까지 관리한다. 주선자에게 각자 돈을 내기 때문에 더치페이다. 대만에서는 친한 친구끼리도 각자 돈을 낸다. 대신 돈을 내주면 이상한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네가 뭔데 내 밥값을 내냐”는 식이다. 한국에서는 몰라도 대만에서는 잘못 돈을 냈다간 절교 당할 수도 있다. ▲ 손기요(치의예·04)

학업도 빼놓을 수 없죠
태성: 시험기간에 친구가 ‘도자기역’ 맡아줄 수 있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가 했는데 대신 중앙도서관에 자리를 맡아달라는 말이었다. 도서관에 자리맡기가 그렇게 힘들까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리고 도서관이 24시간 개방되는 게 참 매력적이다. 일본은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만 도서관 문을 연다. 한국 도서관은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해서 오래 개방하나 보다. 일본은 졸업하기도 쉽고 취직할 때도 성적보다는 다른 특성을 많이 보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취직할 때 학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오래 있는 것 같다.
데릭: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해도 공부가 어려워서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특히 공부하는 방법이 습관화돼있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 학생들은 고등학교때도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학업을 힘들어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놀 때는 신나게 논다. 정말 좋은 것 같다.
숙지: 대만은 고등학생, 대학생 모두 열심히 공부한다. 한국남자들은 대학교 일학년 때나 이학년 때 군대를 가서 공부하는 흐름이 깨지는 것 같다. 대만은 대학공부를 마치고도 더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대학원과정까지 다 마친 다음에야 군대에 간다. 학생신분으로서 공부해야 할 기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성: 한국의 대학교에서는 영어강의가 많아지고 있다. 나쁜 효과도 있다고 들었지만, 학교가 학생들의 영어공부를 지원하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본다. 일본의 학생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일본의 대학교에는 영어강의가 전혀 없다. 한국의 대학교들은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다.
숙지: 특별전형을 만들어서 외국인을 모집했는데 입학하고 나니까 불리한 점이 많다. 식품영양학과를 가고 싶어 관련된 전공탐색 과목을 들으려고 했는데 그 수업이 영어강의였다. 교수님께 외국인이니까 말이 좀 서툴고 글도 유창하지 못하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교수님이 내 말을 단칼에 자르면서 “그럴거면 내 수업 듣지 말고 나가라”고 하더라. 교수님이 힘들다는 이유로 수업을 듣지 말라고 한 것 같아 속상하다. 또 강의평가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똑같은 질문에 답한다. 외국인과 한국인은 강의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다르기 때문에 설문지를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좌담회는 각자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말하면서 끝이 났다. 그러나 환하게 단체사진을 찍는 이들을 보며 수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양아름 기자 diddpql@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