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하하하”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도 간간히 웃음이 터진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지만 ‘한국’이라는 단어가 이들을 따뜻하게 묶고 있나보다. 교환학생으로 와있는 미국인 데릭씨, 재일교포 이태성씨, 재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한 대만국적의 염숙지씨, 손기요씨와의 좌담회는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엠티와 연고전, 연세점퍼 정말 좋아요
태성: 내년에 정치외교학과에 편입할 예정이라 한국 친구가
필요하다. 이런 나에게 MT는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일본은 단체로 MT가는 것은 없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끼리 여행하는 것
정도만 있다.
데릭: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술 마시면서 게임을 하는 문화가 없다. 그냥 술만 마신다. 한국에서는 게임도 하고 벌칙으로
술도 마시며 재밌게 노는 것 같다. 연고전 이전에 IYC 엠티를 다녀왔는데 우리대학교 응원곡과 응원동작도 배워 재밌었다.
태성: 학생들은
과나 동아리 이름을 넣어 연세점퍼를 입는다. 같은 점퍼를 입으면 서로 가족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보다 집단으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연세점퍼는 따뜻한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 좋다. 나도 집단에 속해 있는 느낌을 좋아한다.
데릭:
친구랑 같이 있다가 ‘사랑한다 연세’를 부르게 됐다. 나는 홉(Hope) 칼리지 학생인데 그 노래를 부르니 ‘연세는 나의 학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성: 일본에서 도시샤 대학교를 다니고 있었는데 단순히 내가 다니는 학교라는 느낌만 있었지, 학교에 대한 긍지는 별로 느낀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대학교에서 응원곡을 부르다보면 애교심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연고전을 치르고 서 우리대학교에 자부심을 느끼게 됐다.
학업도 빼놓을 수 없죠
태성: 시험기간에 친구가 ‘도자기역’ 맡아줄 수 있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가
했는데 대신 중앙도서관에 자리를 맡아달라는 말이었다. 도서관에 자리맡기가 그렇게 힘들까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리고 도서관이 24시간 개방되는
게 참 매력적이다. 일본은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만 도서관 문을 연다. 한국 도서관은 학생들이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해서 오래 개방하나
보다. 일본은 졸업하기도 쉽고 취직할 때도 성적보다는 다른 특성을 많이 보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은 취직할 때 학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도서관에
오래 있는 것 같다.
데릭: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려고 해도 공부가 어려워서 도중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 특히 공부하는 방법이
습관화돼있지 않아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 학생들은 고등학교때도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학업을 힘들어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하고, 놀 때는 신나게 논다. 정말 좋은 것 같다.
숙지: 대만은 고등학생, 대학생 모두 열심히 공부한다. 한국남자들은
대학교 일학년 때나 이학년 때 군대를 가서 공부하는 흐름이 깨지는 것 같다. 대만은 대학공부를 마치고도 더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은 대학원과정까지
다 마친 다음에야 군대에 간다. 학생신분으로서 공부해야 할 기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태성: 한국의 대학교에서는 영어강의가
많아지고 있다. 나쁜 효과도 있다고 들었지만, 학교가 학생들의 영어공부를 지원하는 것 같아 긍정적으로 본다. 일본의 학생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일본의 대학교에는 영어강의가 전혀 없다. 한국의 대학교들은 영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다.
숙지: 특별전형을 만들어서 외국인을 모집했는데 입학하고 나니까 불리한 점이 많다. 식품영양학과를 가고 싶어 관련된 전공탐색 과목을
들으려고 했는데 그 수업이 영어강의였다. 교수님께 외국인이니까 말이 좀 서툴고 글도 유창하지 못하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교수님이 내 말을 단칼에
자르면서 “그럴거면 내 수업 듣지 말고 나가라”고 하더라. 교수님이 힘들다는 이유로 수업을 듣지 말라고 한 것 같아 속상하다. 또 강의평가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똑같은 질문에 답한다. 외국인과 한국인은 강의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다르기 때문에 설문지를 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좌담회는 각자 앞으로의 인생계획을 말하면서 끝이 났다. 그러나 환하게 단체사진을 찍는 이들을 보며 수다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양아름 기자 diddpql@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