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교 제2외국어 강의를 점검한다

분반 기준 모호해 학생, 강사 혼란 겪어

재외국민 학점 취득에 악용되기도

▲ 대부분의 제2외국어 강의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평화 기자 naeil@

현재 우리대학교에서는 학기마다 10여 개의 제2외국어 수업이 개설된다. 하지만 수강생이 많지 않고, 수준별로 분반이 나눠지지 않아 학생들의 효율적인 학습이 어려운 상황이다.

제2외국어수업, 선행학습은 필수?

실제로 학생들은 더 많은 수의 분반을 만들 것과 분반 별 수강생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학원에 가서 따로 배워야 하나 싶기도 하다”는 박온유(불문·06)씨의 말처럼 해당 언어에 익숙한 학생들이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가 많아 처음 제2외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수업에 적응하지 못해 철회하는 수강생도 일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예림(법학·06)씨는 “수준별로 반을 나누기 보다는 우선 기초반이 생겨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과목의 경우 선행학습을 마친 수강생이 상대적으로 적기에 수강생 간 수준 차이 문제는 크지 않지만, 수강인원이 모자라 폐강되는 경우도 있다. 안태경(사회·04)씨는 “소수 제2외국어의 경우 학생 수가 적더라도 수업을 열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사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느낀다. 제2외국어 수업은 각 담당강사의 재량으로 분반한다. 특히 재외국민이나 특목고 출신 등의 수강생과 그렇지 않은 수강생 간의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됨에 따라 일부 강사는 아예 재외국민 재학생의 수강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여년 간 일본어를 강의해 온 현숙자 강사는 “예전보다 분반에 배정된 수강생 수가 축소되는 등 발전한 면이 있지만 여전히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특히 고급 과정 분반의 평가에 융통성을 확대하고 분반 수를 대폭 늘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제2외국어 수업은 수준별로 반을 나눠 진행되지만 분반의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제2외국어 실력이 출중한데도 낮은 분반에 수강 신청하는 일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준별 분반을 위한 평가도 시행한 바 있지만 이 역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독일어 강의를 하는 지광선 교수(문과대·독어독문)는 “학생들이 오히려 원어민이 강의하는 반을 꺼리기도 한다”며, “수준별 분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은 최대의 학습효과를 내지 못하고, 강사진 또한 학생의 수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수업의 진행과 평가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에게 해결을 맡기기엔...

학교측 역시 이러한 불만사항을 파악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선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2외국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 수가 많지 않아 다양한 분반을 마련하기 어렵고, 분반의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제2외국어 강좌를 절대평가화 하는 것도 어렵다. 학부대학 박용평 직원은 “자칫 제2외국어 강좌에 대한 학점특혜로 인식될 수 있다”며 말했다. 또한 현재 수강생이 9명 이하인 강의에 대해 허용하는 절대평가제도에 대해 수업지원부측에서는 “절대평가화를 위해 임의로 수강생 수를 조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말해 현재와 같은 평가 방법이 당분간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학부대학측은 빠르면 내년부터 각 언어 별로 코디네이터(가칭)를 배치해 나눠진 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코디네이터(가칭)의 활동이 활성화되면 현재 강사 재량으로 운용되는 분반과 평가 등의 부분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분반별로 난이도를 일정하게 조절하고, 수업자료 등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도움으로서 형평성과 효율성의 제고가 예상된다. 더불어 내년부터는 주로 영어 회화 강의가 이뤄지는 종합관 3층 강의실의 음향시설을 포함한 대대적인 시설 보완이 이뤄질 것이라 전했다. 현재 외국어 강좌들은 종합관 5,6층의 어학 실습용 강의실에 우선적으로 배정된다.

한편 지난 1999년부터 실시된 언어능력특기자의 외국어 멘토 프로그램은 2005년 이후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아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측에겐 효율적인 제도마련과 시설개선 뿐 아니라 기존 제도를 제대로 이용하는 일 역시 과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글 권영, 김문현 기자 peterpan@
/사진 김평화 기자 na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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