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부족?…한국사회의 특수성과 내부운영체계에서 기인

   
위 그래프는 지난 3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시민단체에 대한 시민의 의식 현황’ 설문조사 결과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이승종 교수는 조사결과를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모든 항목에서 최소 50%에 근접하는 평가를 받았지만 60%를 넘는 긍정적 평가도 없다고 지적한다. 시민단체가 불신의 대상은 아니지만 낙관할 정도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특히 시민단체의 ‘책임인정(46.6%)’에 대한 낮은 평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기잘못에 대한 인정이 인색하다는 평가인데 이는 시민단체가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맥을 같이한다. 다수의 시민을 외면한 채 소수의 전문가가 시민단체를 운영하고 여론을 형성한다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시민없는 시민운동? 현실은…

이 교수는 “시민 없는 시민운동의 한계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시민의 참여 없이도 시민단체가 제 기능을 다하는 한 책임성의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란 비판에 대해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교적 민주화의 역사가 짧은 한국사회의 경우 제도적 민주화가 완전히 정착된 시민사회라 보기 어렵다. 이런 사회적 상황에서 우리사회의 시민단체들은 제도적·법적 차원에서의 감시 기능과 개혁 기능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회를 감시하거나 법률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시민운동은 활동의 성격상 소수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한국사회에 필요한 운동의 성격을 고려할 때 ‘시민없는 시민운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민들이 시민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조성돼 있지 않은 것도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란 비판을 일으킨 사회적 요소다. 참여연대 시민교육팀 정형기 간사는 “시민들이 활동에 참여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평일에 자신의 일상을 벗어나 자원활동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상근활동가들도 주말같이 쉬는 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민회원들과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 때문에 현재 시민회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회비나 후원금을 통한 단체 지원 정도다.

조직의 비대화와 시민의 소외

시민단체의 시민회원들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일부 언론의 비판에 대해 참여연대 정 간사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상근활동가들의 여력이 부족하다는 말로 답했다. 참여연대나 경실련같이 규모가 큰 단체의 경우 만명 정도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데 참여연대의 상근활동가는 40명 정도, 경실련의 경우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상근활동가 한 사람당 2~300명의 회원을 관리해야하는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회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에 현실적으로 힘든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정 간사는 “비대화된 시민단체의 내부의사결정구조에서 시민들의 의견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구조는 시민단체의 내부운영체계가 권위주의적이며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단체와 회원간의 소통체계가 일방적인 상황에서 단체의 활동 사업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시민회원들의 의견보다 상근활동가들이나 간부들의 의견이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이런 내부운영체계는 시민회원들의 역할을 시민운동의 주체가 아닌 시민운동의 보조자로 한정짓는 결과를 만든다.

시민운동, 위기인가 기회인가

사회 곳곳에서 시민운동에 대한 비판이 들려오는 지금, 시민운동의 위기라는 인식에 대해 정형기 간사는 “요즘들어 운동하기가 점점 힘들어졌다”며 “언론에서 시민단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고 말했다.

경실련 커뮤니케이션팀 김미영 팀장은 “사회운동단체들이 다양해졌고 시민운동의 사회감시기능을 언론도 일정 부분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시민단체들이 갖고 있던 사회감시기능이 분산되고 시민들의 관심사가 다양해지면서 기존의 시민운동은 그 사회적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시민단체가 불신의 대상은 아니지만 낙관할 정도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는 설문조사의 결과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이 시민운동의 변화에 있어 과도기적 기회라 여기는 운동가들도 있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이호 소장은 “민주화에 큰 기여를 했던 기존의 시민단체들의 영향력이 분산되는 과도기적 시기다”며 “일반시민들이 주체가 돼 운동에 참여하는 풀뿌리자치시민운동이 요즘 늘어나는 추세다”라고 말했다.

/김용민 기자 sinsung704@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