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한 장에 담긴 소설을 읽어본 적 있는가? 이렇게 아주 짧은 단편을 일컬어 미니픽션(minifiction)이라고 한다. 과테말라 작가 몬테로소의 『전집』 중 「공룡」은 ‘깨어나 보니 저기에 공룡이 있었다’라는 단 한 줄에 불과하지만 시공간, 인물, 사건 등이 압축돼 있는 한 줄짜리의 미니픽션이다.
미니픽션은 20세기 후반 라틴아메리카에서 시작해 현재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새로운 문학 장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우언문학(寓言文學), 고려시대 설(說)과 설화, 민담, 신화가 미니픽션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런 점에서 동양의 걸출한 미니픽션 작가는 중국의 ‘장자’라고 볼 수 있다. 현대에 와서는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와 같은 걸출한 문인들이 미니픽션을 연구하고 심화시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4년에 ‘미니픽션작가모임’이 만들어져 현재 40명 정도의 회원이 낭송회와 작품집 발간을 통해 미니픽션을 전하고 있다.
미니픽션은 모든 것을 담은 사진같이 하나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소설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아름다운 음악 한 곡을 듣는 것처럼 여운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미니픽션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다는 점에서 생명력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많은 내용이 압축된 것이 좋은 작품이 된다. ‘미니픽션작가모임’의 회장 김의규씨는 “미니픽션은 촌철살인의 문학적 완성도를 보인다”고 말한다.
미니픽션은 사이버시대에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시대가 되면서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화면상에서는 짧고 재밌는 글일수록 잘 읽히는 경향이 있다. 글의 긴 분량 때문에 스크롤바를 내려서 읽어야 하는 기존의 소설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다르게 미니픽션은 한 눈에 모든 내용이 들어온다. 제1회 미니픽션작가모임 세미나 자료집에서 문학박사이자 평론가인 김홍근씨는 ‘미니픽션은 사실상 모든 소설작법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열린 표현 공간’이라며 ‘누구나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이용하는 시대에 미니픽션은 모두에게 열린 문학 장르’라고 설명한다.
라우로 사발라는 멕시코의 일간지 「호르나다」에서 ‘미니픽션에 담긴 이야기는 영화, 영상물, 그림 등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보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미니픽션은 그 자체로 이용될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영화, 연극, 무용, 소리를 만드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의 씨앗이 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김의규씨는 “이제는 컨텐츠 싸움의 시대다. 하드웨어가 발전해 여기에 담아낼 재료가 필요한데 바로 미니픽션이 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며 “여기서 얼마나 맵시있게 담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미니픽션이 ‘예술 장르의 핵’이 되는 것이다.
김의규씨는 “미니픽션은 비타민”이라며 “이를 통해 지하철, 공항대합실, 기차와 같은 곳에서 대중들에게 읽힐 수 있는 신선한 영혼의 양식을 꿈꾼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부터 시작돼 민들레 꽃씨처럼 여러 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미니픽션. 이번 기회에 조금씩 피어나고 있는 미니픽션이라는 꽃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조규영 기자 summit_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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