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 서점인 ‘인터넷 교보’가 문을 연 이후 10년이 지났다. 당시 ‘직원 2명에 하루 매출 40만원’이라는 인터넷 교보의 판매성적은 과히 출판업계를 놀라게 할 만한 것이었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터넷 서점은 현재 40여 개에 달한다. 오늘날 인터넷 쇼핑이 보편화 된 만큼 쇼핑 목록에 책을 추가하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한 『2007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말 인터넷 서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출판 시장의 26.9%로 매년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서점은 가격할인과 빠른 배송, 그리고 마일리지 적립 등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서점은 어떨까?
지난 2005년 말 전국 오프라인 서점 수는 2,103개로 3,589개였던 2003년에 비해 천 개 이상의 서점이 문을 닫았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데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인터넷 서점의 공세가 가장 크다. 하지만 “책을 직접 살펴보고 그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는 오프라인 서점을 애용한다”는 이슬기(컴공·06)씨의 말처럼 여전히 오프라인 서점을 고집하는 고객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변화, 발전하고 있는 오프라인 서점의 노력은 고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냄으로써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변화하는 오프라인 서점, 그 모습을 살펴보기로 한다.

대형서점의 포효, 그 비결은?

하루 평균 5~6만 명의 고객이 드나드는 광화문 교보문고는 지난 1981년에 개점한 이래 오늘날까지 탄탄한 고객층을 둔 대형서점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2,700여 평의 넓은 공간과 50만여 종의 다양한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교보문고는 시내 중심지에 편리한 교통편까지 두루 갖추고 있어 그간 고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외적인 조건만으로는 고객의 꾸준한 관심을 설명할 순 없다. 과연 교보문고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19개의 분야로 세분화해 도서를 합리적으로 분류, 진열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대형서점의 너른 공간은 다수의 책을 보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효과적으로 분류, 진열되지 않으면 치명적인 단점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교보문고에서 탁월한 도서 배열로 눈에 띄는 곳은 ‘외국서적’ 코너와 ‘어린이 책 동산’ 코너다. 외국 만화책에서부터 전공 서적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외국서적’코너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외국서적 코너의 박효진 판매사원은 “고객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추기 위해 도서 주문을 받고 있다”면서 “대개 2주 안으로 주문한 외국서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어린이 책 동산’ 코너에는 아이와 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인다. 종종 이곳을 찾는다는 학부모 박은영씨는 “아이들만의 공간이 따로 있어서 아이들 스스로 흥미에 맞춰 책을 고를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또한 편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널찍한 공간 곳곳에 마련된 의자도 고객 만족에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 어린이들도 집에서처럼 편하게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사진 김평화 기자 naeil@ 서비스와 이벤트로 공략하라 무엇보다 교보문고의 가장 큰 인기비결은 ‘도심 속 복합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교보문고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기능 이외에도 문구류, 음반, 화장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상점을 같은 공간에 배치함으로써 색다른 쇼핑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스낵코너와 그림코너와 같은 고객 편의시설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교보문고 내 화장품 판매사원 이한나씨는 “대형서점이라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아무래도 수요가 더 많다”고 말한다. 고객과 판매자 모두 윈윈(win-win)하는 전략인 것이다. 고객만족에 초점을 두는 교보문고의 서비스는 전 매장에 ‘북도우미’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빛을 발한다. 각 주제별로 나눠진 파트 안에서 담당직원이 책임을 지는 북도우미는 많은 수의 고객을 효율적으로 상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서점 내에 고객쉼터와 수유실이 마련돼 있어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세밀하게 살핀다. 한편 교보문고에서 추진하는 각종 이벤트와 행사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와 연예인의 팬 사인회와 공연 초대 혜택 등은 ‘오프라인’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강점을 최대한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저자의 사인을 받은 오혜자씨는 “평소에 좋아하던 작가의 사인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기쁨을 표했다. ▲ 저자의 사인회가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 김평화 기자 naeil@

소형 서점의 전문화

사실 인터넷 서점의 성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타격을 많이 받은 곳은 대형서점 보다는 소형서점이다. 소형서점은 물적, 인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형서점의 몰락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의 소형서점들도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연간 2~300개의 소형서점이 문을 닫고 있지만 역시 비슷한 수준의 소형서점이 새로 늘어나고 있는 미국의 소형서점 생존전략은 ‘전문화와 이색화’다. 대형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특색 있는 서점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의 수를 확 줄이는 대신 그 공간에 테이블과 쇼파를 놓고 쉴 수 있는 ‘북카페’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서적을 판매하는 대신 만화나 외국 서적, 예술 서적 등 전문적인 도서만을 다루는 소형 서점이 보다 경쟁력 있다. 국내에도 신사동에 위치한 디자인 전문 서점인 ‘아트앤드림’과 여의도에 위치한 북카페 ‘베세토’와 같이 전문화된 이색 서점들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텔레비전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라디오의 시대는 끝났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라디오는 많은 이들의 귀를 울리고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온라인 서점이 활발해져도 앞으로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기지 않을 것이다. 이전의 서점과는 그 모습이 조금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요즘 서점에서 직접 고른 책을 들고 집으로 가서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배달된 책과 함께 책꽂이에 꽂는다. 결국 어느 것이 더 매력적인지는 고객이 택해야 할 몫이다.

/강조아 기자 ijoa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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