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초록 -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은희경 작가

   
▲ 은희경 작가의 소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사진 윤영필 기자 holinnam@yonsei.ac.kr

지난 8월 25일 낮 3시 녹음이 짙게 드리운 무더운 여름 한 날.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이중주』로 등단해, 같은 해 첫 장편소설 『새의 선물』로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한 작가 은희경의 강연이 있었다. 은씨의 강연은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소설가 박경리의 기념문화재단인 ‘토지문화관’에서 ‘2007 우리시대 작가와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무더위 날씨에도 불구하고 은씨의 강연을 듣기위해 60여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평소 독자들에게 사회에 대한 냉소적 시선을 소설에 담는다고 평가받는 작가 은희경. 하지만 그녀의 강연만큼은 결코 냉소적이지 않았다. 은씨는 자신이 정식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소개하며 가볍게 강연을 시작했다. 당시 30대 중반이던 은씨는 “갑작스럽게 인생에 대한 허무함을 느껴,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채 지방에 내려가게 된 것이 정식으로 글을 쓰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은씨는 “지방에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라며 그때부터 자기가 생각하고 있었던 상상에 대해 실제적으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써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러한 경험을 통해 글을 쓰는 자신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에게서 그녀만의 당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후 은씨는 본격적으로 ‘우리는 과연 문학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은씨는 자신에게 무언가 이겨낼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절박함이 있을 때 그것을 창조해내는 것이 문학이라 얘기하며, 이것이 문학의 정의라고 말한다. 또한 우리가 항상 글을 쓸 때 ‘무엇을 써야하나?’라고 고민하는 것은 우리들 자신에게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인생에 대한 절박한 문제의식’이 중요하며,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처음이다”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 자신의 ‘절박함’끝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중편소설인 『이중주』이다. 하지만 이러한 절박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쓰인 신춘문예 당선작도 작가 은희경을 크게 알리지 못했고, 그녀는 새로운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다시 절박함을 찾아 산사로 들어갔다.

은씨의 작품 중 몇몇은 독자들에게 ‘문체가 너무 비판적이고 냉소적이다’, ‘사회적 불신만 가득하고, 정작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소설이다’라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녀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어야 완벽한 형상이 되는 것처럼, 세상에는 나같이 약간은 사회를 불신하는 문체를 보여주는 작가도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시 되물음 한다. 또한 은씨는 이것이 ‘인간을 사랑하는 나만의 휴머니즘’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강연이 끝날 무렵, 은씨는 ‘과연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 “첫째는 물질적인 만족으로도 채울 수 없는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문학이고, 둘째로는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문학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가 왜 ‘복잡한 인간심리를 이해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면 사회 속에 이해 받지 못한 사람이 소외받기 때문”이라고 은씨는 설명한다.

삶에서 절박함에 대한 창조적인 대답을 얻기 위해 소설을 쓰고, 새로운 시도를 위해 글을 쓴다는 작가 은희경. 그녀는 “인간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것이 소설의 본질이고 소설가의 역할이다”라는 말로 강연을 정리했다.  더불어 그녀는 “요즘 현대인들은 독서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는 책을 읽으라고 권유만 하는 언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라며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더 깊은 성찰도 당부했다.

냉소적이지만 그 안에서 인간을 사랑하고 소설을 사랑하는 작가 ‘은희경만의 휴머니즘’이 묻어나오는 뜻 깊은 강연이었다.                                      

/이채현 기자 chaehyunv@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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