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해 보이는 기부, 생활속에서 바라보자!

이번 연고전 기간에 눈에 띄는 행사 하나를 발견 할 수 있었다. 'Blue shirts day'가 그것이다. 연고전 준비 기간 중 교내에서 파란 색 옷을 입은 사람 수만큼의 금액을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는 행사였다. 이뿐 아니라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작은 나눔을 강조하는 행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돈을 주는 것’만을 기부라고 생각하는 전통적 개념과는 다르게 보인다. 과연 이런 것들도 기부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기부에 대해서 알아보자.

기부, 돈이면 돼?

기부의 사전적 정의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남을 위해 조건 없이 내놓는 것’이다. 이 뜻이라면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는 행위도 기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바람직한 기부는 이런 단순한 자선활동과 차이가 있다. 만약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알콜중독자에게 불쌍해서 돈을 준다면, 그는 자신이 받은 돈을 술을 마시는데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부자는 그가 어떤 식으로 돈을 쓰는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기부가 단순히 돈을 주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다. 바람직한 기부는 이와 다르다. 비영리단체인 ‘굿네이버스’ 김기영 자원개발팀장은 “무조건 돈을 주는 것은 기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바람직한 기부행위는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람직한 기부행위는 하나의 사회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기부가 ‘돈’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부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건 없이 내놓은 무형의 것들도 기부가 될 수 있다. 대학생들이 많이 하는 자원봉사도 기부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전문성을 이용해서 기부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예인들의 경우 비영리단체들의 행사에서 사회를 보거나 홍보 대사가 되는 등의 활동을 하는데, 이는 자신의 ‘끼’를 기부하는 것이다. 최근 ‘아름다운 재단’에서는 비영리단체와 디자이너들을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의 사업 홍보물 제작 등 전문적인 디자인이 필요한 곳에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기부하는 것이다. 또한 비영리단체의 특정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기부의 영역에 속한다. 이를 ‘창의적 기부’라고 지칭하는데, 많은 단체들이 이를 통해 도움을 얻는다. ‘굿네이버스’ 김 팀장은 “시민들이 ‘이런 영역에서 어떤 이들을 돕고 싶다’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며 “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새로운 사업을 한다”고 말했다.

 작은 실천을 통한 생활 속의 나눔

우리 사회가 점차 성숙해지면서 기부 문화 역시 발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일반인 1,050명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응답자의 약 69%가 ‘기부를 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01년(48%), 2003년(64%) 보다는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기부를 정기적으로 하는갗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20% 정도만이 ‘한다’라고 대답해 24%를 기록한 지난 2003년 보다 오히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한번하고 그치는 이벤트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비영리단체들이 생활 속의 기부를 강조한다. ‘아름다운 재단’ 김정수 간사는 “어떤 분은 담배를 끊어서 그 값만큼 기부를 하기도 하고 결혼기념일 같은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며 “기부는 생활 속에서 이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주위는 작은 금액을 통해서 기부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굿네이버스’에서는 ‘100원의 기적’이라는 인터넷 사이트로 많은 사람들이 적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생활 속의 기부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기부자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 ‘아름다운 재단’의 김 간사는 “기부는 고민· 결정· 실천의 단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며 “단순히 누군가 불쌍하다는 동정심보다는 ‘어느 분야에 어떤 도움이 필요하겠다’는 고민을 통해 기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정심에서 나오는 기부는 단순히 한번만으로 끝나지만 이성적 고민을 통한 기부는 지속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기부를 한 후에도 자신의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굿네이버스’ 김 팀장은 “자신이 기부한 단체에 당당히 피드백을 요청하라”고 조언한다. 이런 시민들의 관심은 비영리단체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 바람직한 기부문화를 이끄는 큰 원동력이 된다.

사회를 위한 투자, 사회를 위한 기부

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살아가는 곳이 사회다. 그 곳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는다. ‘아름다운 재단’ 김 간사는 “단순히 나와 내 가족이 지금 잘 산다고 해서 지속적으로 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부를 하면 함께하는 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기부는 단순히 불쌍한 사람을 돕는 행위가 아니라 사회를 위한 ‘투자’, 나아가 나를 위한 ‘투자’인것이다.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아직 돈이 없어’ 혹은 ‘나중에 돈 벌면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부터 생활 속에서 나눔의 실천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지.


/글 신인영 기자 kong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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