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신드롬(Superwoman Syndrome)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슈퍼우먼이란 말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이 증후군은 ‘슈퍼급’ 역할을 떠안은 여성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 현상이다. 이는 여성들이 아내·어머니·직업인·이웃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나머지 생긴 과부하를 일컫는다. 하지만 ‘완벽’은 엄두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두가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배윤정(33)씨는 4살된 아이가 있다. 올해로 직장생활을 한지 8년째다. 결혼 전부터 직장생활을 했던 그녀는 결혼 후 일부러 아이를 갖는 시기를 좀 늦게 조절했다. 가사분담은 비교적 남편과 동일하게 분담해서 그에 대한 부담은 별로 크지 않다고 한다. 그녀는 아이를 세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냈고 그보다 더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나 언니가 아이의 양육을 도와줬다. 배씨는 “영아 어린이집은 없다”며 “가족 중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으면 직장을 그만 뒀을 것 같다”고 말했다. 때문에 아이를 더 낳을 계획은 없다고 한다. “둘을 낳으면 직장은 일단 그만둬야 한다”며 “주위의 친구들도 둘 이상 낳은 경우는 다 직장생활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일단 두명을 맡길데도 마땅치 않을 뿐 아니라 보육시설에 맡기더라도 저녁시간에 아이들을 씻기거나 챙기는 것도 큰 일이기 때문이다. 출산이나 육아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들에 대해 그녀는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방송기자로 14년째 활동하고 있는 박선영(39)씨는 초등학생인 자녀 1명을 두고 있다. 그는 임신 중에 철야근무를 할 상황에 처했었다. 그는 이를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당시 부장은 “지금까지 임산부라는 이유로 철야근무를 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며 그녀의 요구에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씨는 임산부의 권리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을 근거로 부장에게 철야근무를 할 수 없다는 뜻을 피력한 결과 야근을 하지 않았다. 또한 박씨는 아이를 낳은 후 육아휴직을 하려고 했었다.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당시, 그가 3달간 육아휴직을 낸다고 했을 때 ‘그러다 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니냐’며 주위에서 만류했었다. 하지만 그는 육아휴직을 냈고 3개월 후 복귀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자리를 비운것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박씨는 “오히려 여성들이 지레 겁을 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한 후에도 직업의 특성상 많은 밤일과 고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박씨는 친정어머니의 집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갔고 친정어머니가 2살이 좀 넘을 때까지 아이를 돌봐주셨다고 한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은 아이양육에 대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친척이나 가족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직장생활과 아이양육을 병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아이때문에 직장에 휴가를 냈다는 박씨는 “어릴 때는 조금만 더 크면 손 가는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성장하니까 성장한 만큼 또 엄마의 손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를 양육하는데는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따른다. 게다가 청소부터 설거지, 빨래까지 가사노동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런 부담은 아직 육아와 가사는 전적으로 여성의 담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남성의 육아휴직률은 아주 낮은 수치로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또한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국․공립 보육시설의 수가 적은 것도 직장여성들의 큰 고민거리다. 출산장려금 지원이나 육아장려정책과 같이 정부가 여러가지 제도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출산율에 변화가 없는 등 제도의 실효성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이 궁극적인 귀결점은 되지 못한다. 박씨는 그보다 기업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잘 정비돼 있어도 기업에서 아이양육에 대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는 아이문제가 회사일에 우선한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며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 여성들이 눈치를 봐야하는 풍토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근무기간이 탄력적으로 조절되는 것도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휴직과 복직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에 있어 매우 경직돼 있어서 많은 고급여성인력이 쓰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렇듯 아직까지도 여성들에게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의 문제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현재진행형’이다.


/김세정 기자 ksj1786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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