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미스(gold miss) :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확보한 30대 싱글 전문직 여성을 일컫는 말


골드미스인 박민정 동문(주거·85)은 인테리어 전문 디자이너다. 그녀는 인테리어 회사에서 상무이사 직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 상당히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 그녀는 철저한 자기 관리를 중시한다.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전문가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도 이의 일종이다. 그녀는 “전문직 여성으로서 남들과 다르게 보이는 세련된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옷에 대한 투자도 상당하다. 백화점보다는 이태원이나 홍대 앞에서 자기에게 맞는 부티끄를 찾는 편이다.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도 건강관리를 위해 일주일에 5일 정도는 하루에 두시간씩 운동을 한다. 이렇게 그녀는 수입의 20~30% 정도를 자기관리에 투자하며 수입의 40%정도는 저축을 한다. 그녀는 결혼에 대해 “결혼을 안하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꼭 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말한다. 

주목받는, 그러나 쉽지 않은 골드미스

이런 골드미스를 사회적으로 제일 처음 주목한 분야는 ‘마케팅’이다. 경제력을 가진 2·30대 미혼여성을 주로 겨냥한 ‘골드미스 프리미엄 환전 이벤트’ 등 금융상품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골드미스를 대상으로 한 여행 상품도 기획되고 있다. 이렇듯 마케팅 분야에서 보여지는 골드미스 열풍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마케팅전략실 수석연구원 최순화씨는 “골드미스의 사회적 영향력 증대가 전망되면서 고학력, 고소득 싱글 여성들이 고부가 가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봉 5천만원이상의 구매력 높은 30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골드미스가 마케팅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소비 경제력과 나이만을 기준으로 골드미스를 규정하는 것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올해 한 결혼정보업체에서 903명의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골드미스를 규정하는 첫번째 조건으로 전체의 31.5%(284명)가 ‘전문 직업’을 선택했다. 이는 단순한 소비 경제력보다 싱글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골드미스의 지표로서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어서 전체의 25.1%(227명)가 ‘높은 연봉’을 골드미스의 두번째 조건으로 꼽았다. 그밖에는 △자신을 위한 투자 △세련된 외모 △연령 △부모의 경제력 △고학력 순으로 골드미스의 조건이 선택됐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씨 역시 “자신의 전문직을 가지고 독립적인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미혼 여성이 골드미스 아니냐”라며 전문직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모습에서 골드미스의 의미를 찾았다.

실제로 지난 3월 삼성경제연구소는 ‘여성 리더계층의 부상과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2012년이 되면 정치, 법조, 언론 및 학계의 여성 리더 비율이 20%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직업세계에서 화려해 보이는 골드미스의 모습과는 달리 실제 현실에서 싱글 여성들이 사회적 리더로 성장하기 힘든 부분이 존재한다.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는 손희경(24)씨는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여자라서 큰일을 맡기지 않는 것 같다”며 “함께 진행하는 회사 프로젝트지만 그 결정권이 동료 남자사원에게 부여되는 경우가 대다수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박씨 역시 “‘이때쯤이면 시집가야하는데’라는 식의 능력과 상관없는 선입견을 가진 남자 상관들의 시선 때문에 힘들었다”며 여성들의 역할에 한계를 설정하려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골드미스, 그 이면의 그림자

한편 우리사회의 골드미스 열풍이 직업을 가진 싱글 여성의 다양한 모습들을 획일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언론계에서 일하는 김현경(25)씨는 “2·30대 직장 여성의 다양한 모습들이 ‘골드미스’란 단어 하나로 일반화된다”며 “‘골드미스’란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성들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미스 열풍을 여성 직업사회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분석하는 관점도 존재한다. 우리대학교 김현미 교수(사회대·문화인류학)는 “골드미스처럼 개인의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여성 부류가 있는 반면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박탈당하는 여성 부류가 있다”며 여성사회의 양극화를 지적했다. 실제로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06년 여성 취업자 중 전문·관리직 종사자 비율은 18.8%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라지만 23.6%에 달하는 남성 전문·관리직 비율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또한 김 교수는 골드미스 열풍에 대해 “보육 등 가족을 위한 소비를 주로 하는 기혼 여성들과 달리 자신을 위한 소비를 하는 골드미스들은 한국여성이라면 누구나 욕망하는 대상이다”며 “골드미스 열풍은 한국여성들에게 현실에 대한 환상을 일으키는 정치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미스와 같은 화려한 싱글의 모습에 열광하는 사회적 분위기 이면에 결혼과 가족으로부터 회피하고자하는 한국여성들의 욕망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직까지 한국 여성들에게 결혼과 일은 현실적으로 남겨진 숙제다. 그러나 여성들의 사회참여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골드미스 열풍 역시 이와 함께 함께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골드미스라는 성공신화에 열광한 나머지 일과 결혼에서 소외받는 여성들의 애환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 김용민 기자 sinsung704@
/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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