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2학기에 걸맞게 백양로 곳곳에 ‘신입사원채용’이라는 현수막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더불어 여기저기서 취업박람회가 열리기도 한다.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 여학생의 경우 남학생보다는 빠른 시기에 취업문을 두드리게 된다. 김희진(신방·04)씨 역시 취업준비로 바쁘다. 취업을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씨는 “대학원 진학이 아니라면 취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라고 말한다.


높아만 가는 여학생들 취업률?
 
김씨와 같이 많은 여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7년에 나온 ‘20대 남녀의 고용률의 차이는 1%미만’이라는 통계청의 자료는 이런 측면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우리대학교 여성커리어개발센터의 최윤진 선임연구원은 “여성 취업에서는 고용률 이면의 모습을 봐야한다”고 말한다. 그 이면의 문제 중 하나는 여성의 경력단절현상이다. 연령대별 경제활동 상태 곡선을 보게 되면 30대 이후에 많은 여성이 직업을 그만 두게 되는 M자형 곡선을 보여준다(윗표 참조). 남성들의 경제참여율은 20대 후반부터 시작해 50대에 후반에서야 직업을 그만두는 N자형 곡선을 그리는데 비해 여성들은 30대에 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직업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최 연구원은 “취업에 대한 의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최근 실시된 연구들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 경제적 자립 등의 외적 요소보다 자아실현·적성 등의 모호한  내적 요소를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아랫표 참조). 이렇게 직업선택이 내적요소에 치중해 이뤄질 경우 경제적 자립의식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가치와 충돌하게 될 때 많은 여성들이 쉽게 직업을 그만두게 된다. 최 연구원은 “여학생들이 취업시 내·외적 요소를 골고루 고려하는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취업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여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취업 준비!
그렇지만….

여성의 경력단절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취업에 대한 여학생들의 체계적인 취업준비가 중요하다. 그러나 여학생들이 취업 준비하는 모습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경향이 있다. 지난 2001년 우리대학교 여학생 3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여학생들이 고립적인 방식으로 취업준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아랫표 참조). 최 연구원은 “여학생들은 주로 혼자 취업준비를 하게 돼 남학생들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남학생들이 비교적 선배와의 잦은 만남을 통해서 직업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 반면 여학생들은 인맥 쌓기에 미흡한 편이다. 유아무개(신방·03)씨는 “굳이 인맥이 없어도 다른 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며 “인맥은 취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단비(영문·03)씨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관련 분야의 선배와의 인맥형성은 크게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동아리를 통해 알게 된 선배들을 통해 자기소개 쓰는 법, 지원하는 곳의 특성 등 많은 것을 알게 됐다”며 “여자친구들을 보면 선배와 특별히 인맥을 지니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렇게 홀로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여학생들은 외국어 능력 향상이나 학점관리에 치중하는 면이 있다. 현재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신유진(신방·04)씨는 “아무래도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토익 점수나 학점에서는 우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활동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외국어 능력습득과 학점관리가 1·2위로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대개의 여학생들은 공부나 외국어 점수 등의 객관적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 부분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희망직종에 상관없이 외국어 습득이나 학점 관리 등에 치중한 취업준비는 이후 사회생활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도력, 의사소통 능력의 훈련부족을 가져오기도 한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3년째 근무를 하고 있는 서미영 동문(정외·99)은 직장생활을 할 때 조직문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서 동문은 “남학생들이 ‘군대’를 통해 조직문화를 경험을 하는데 비해 졸업 후 바로 취업하는 여학생들의 경우 조직문화에 미숙한 면이 많아 직장생활에서 힘든 점을 겪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서 동문은 취업 전에 공부만이 아니라 아르바이트, 인턴 등의 경험을 통해 조직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쌓을 것을 충고한다. 그녀는 “그런 경험들은 업무와 조직문화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 대한 노하우를 배우게 해준다”며 “이를 통해 여학생들이 진취적으로 취업 준비를 했으면 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여학생들의 취업준비 모습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속적으로 여학생 취업을 연구해온 최 연구원은 “학생들과의 만남을 통해서나 최근의 실행된 연구 결과들을 보면 과거와 다른 면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한다. 최 연구원이 올해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들을 보면 직업선택의 기준이 남학생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남성들의 생계보조자가 아닌 평생 동안 지속할 커리어로서의 직업선택을 중시하는 여학생들이 차차 많아지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올해의 결과만으로 섣불리 판단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여학생의 취업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여학생들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의 여학생 취업에 대한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신인영 기자 kong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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