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 한 조각의 여유

   
▲ 우리는 얼마나 많은 광기를 이성의 이름으로 단죄했는가? /그림 손혜령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라는 종족에 ‘다크 아칸’이란 유닛이 있다. 이 유닛은 마인드 컨트롤이라는 특수 기술이 있는데, 이 기술을 쓰면 누군가의 어떤 유닛이든 자신의 통제 하에 둘 수 있다. 미셸 푸코는 자신의 저서 『광기의 역사』에서 이성이 광기를 ‘마인드 컨트롤’ 하고자 했던 역사를 들춰내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성은 결국 광기를 자신의 통제 하에 두긴 했다. 역사 속에 존재하는 광기는, 그리고 현존하는 광기마저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미셸 푸코에게 있어서 광기는 이성에 의해 환원될 수 없는 또다른 인간적 진실이다. 『광기의 역사』는 그러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축조물이다.
그 축조물은 몇 개의 커다란 기둥과 수 만가지 장식으로 이뤄졌다. 그의 글 속에서 유영하는 문학작품들과 공문서들이 그것이다. 미셸 푸코는 공문서와 각종 사료 등으로 광기의 모습을 묘사하고 다양한 문학 작품 속에서 광기의 흔적을 찾아낸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광인들은 17세기 설립된 구빈원에 갇히기 시작한다. 광인 이외에도 성병환자, 경범죄자, 방랑자, 비도덕적인 자 등등 다른 이들과 함께 수용된다. 이른바 ‘대감호’인 것이다. 19세기에 이르러 병리학이 발달하면서 광기는 질병이라는 미명 아래 병원에 수용된다.
미셸 푸코에 따르면, 17세기에서 19세기까지 광기는 자존하지 못했다. 이성으로부터 억압되고 몰이해됐다. 광인들의 수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미셸 푸코는 이성을 회의하고 비판하고 있다. 이성은 광기를 이해하지도 이성으로 환원하지도 못한 채 격리하고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은 그 자체로 완전하지 않음에도 그 사실을 지각하지 못하고 있다. 『광기의 역사』를 감수한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오생근 교수는 해제에서 “광기에 대한 푸코의 연구가 우리에게 감동적인 것은 이성중심적 사회에 의해 억압된 타자 즉 광기의 모습을 파악하려는 저자의 시도가 철저하고 근본적이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지금까지 광인들은 이성에 의해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 소통의 근본적 부재로 우리는 광인들의 사고와 감성을 전달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 장애와 천재적 재능을 동시에 가진 자들, 즉 서반트(Savant)들 중에서 이성의 언어로 자폐증을 앓는 사람의 사고를 전달해줄 수 있는 인물이 나타났다. 다니엘 타멧, 그는 서반트 중에서도 유일하게 자신의 사고를 다른 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 그의 말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광인들의 감성이 타당성 있음을 증명했다. 광기는 그 자체로 또다른 진실이라는 미셸 푸코의 주장이 다시 한번 확인된 순간이었다.
미셸 푸코의 말은 정말 옳았던 것일까? 진실의 OX문제는 단 한 번의 증명만으로 쉽게 답할 수 없다. 하지만 그의 친절하고 치밀한 분석과 담론은 이성의 사고에 옐로우카드를 제시했다. 즉, 지금까지 광인을 바라본 우리의 시각에 근본적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광인들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성과 광기가 손을 잡을 수 있는 날은 언제가 될 것인가.
 

/최지웅 기자  cacawoo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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