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문제 등으로 기공식만 되풀이 돼

“새 체육관 도대체 언제 볼 수 있나요?”
권준헌(기계·04)씨의 말이다. 지난 5월 12일 종합체육관(가칭) 기공식을 한지 4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가시적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기공식이 이미 4~5차례나 있었던 데다가 체육관 신설 계획이 수립된 지 14년이 다 돼간다는 사실이다.

우리대학교의 현(現) 체육관은 지난 1960년 11월에 완공됐다. 당시에는 규모면에서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47년이 지난 지금은 퇴물로 남아있다. 체육관을 이용하는 동아리나 교양체육수업 수강생들은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농구동아리 활동을 하는 김현광(공학계열·04)씨는 “비오는 날 체육관 천장에서 비가 샌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 2학기 농구수업을 들었던 권영우(법학·06)씨는 “체육관 샤워실 벽이 손을 데일 정도로 뜨겁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샤워실의 절반부분만 온수가 나오는 등 부대시설 문제가 심각하다.

종합체육관 건립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종합체육관에는 주경기장과 보조경기장, 수영장, 아이스링크 등 현 체육관에 없거나 모자란 시설들이 들어설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새 체육관의 건립은 1993년부터 남단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기공식도 그간 너덧 차례 있었다. 그러나 기공식 이후 번번이 별다른 진척이 없었고, 연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종합체육관 건립 계획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그리고 올해로 무려 1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종합체육관의 부지로 정해진 야구장은 현실적이지 않은 조감도만 설치된 채 방치돼있다. 기공식만 무의미하게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2006년 7월 완공된 고려대학교(아래 고대)의 화정체육관은 이와 대비된다. 최대 8,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화정체육관은 계획이 잡힌 때부터 착공하기 까지 5년이 채 안 걸린 반면 우리대학교 종합체육관은 14년이 넘게 끌고 있다. 고대 시설부 이기현 과장은 “대규모 행사 유치를 위한 체육관의 필요성이 컸던 데다가 학교법인이 300억 가량 되는 공사비를 거의 다 지원해줬다”며 공사에 큰 장애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대학교의 종합체육관이 수차례의 기공식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던 것에 반해 고대의 경우는 기공식 이후 1~2개월 만에 본격적인 공사가 이뤄졌다.

이처럼 우리대학교 종합체육관 건립이 지연되고 있는 핵심적인 원인은 재원조달문제이다. 기획실 정책부실장 김갑성 교수(공과대·도시개발 및 정책)는 “그동안 학교의 제한적인 예산 때문에 종합체육관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보면 된다”며 “기공식은 보통 학내의 다른 건물들도 4~5번 정도 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예산이 정해져 있는 학교 측에서 공사비가 총 900억원이 넘는 체육관을 건설하기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공식 후 별 진척이 없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대학교 종합체육관과 고대의 화정체육관의 사업방식이 달라서다”라고 답변했다. 우리대학교는 공모를 통해 외부 기업의 설계를 선정해 맡기는 방식이지만, 고대는 직접 발주해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고대의 방식은 계획기간에 설계까지 완료하는데 비해 우리대학교가 채택한 방식은 외부 업체를 선정하기 전에는 상세한 건축계획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기획실 재산관리과 이철수 과장은 “아직은 계획 중에 있으며 10월 말쯤이면 구체적인 사항들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해 체육관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 역시 “학교에서 500억을 지원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설계업체 선정도 내년 초면 끝날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나머지 400억 원은 외부기업이 20년 동안 종합체육관 내 시설을 사용하는 대가로 충당된다.

이러한 종합체육관의 완공은 2010년으로 예정돼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4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종합체육관 건설이 실현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