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1호 사설

최근 서울대학교가 공대 교수 채용에 실패했다고 보도되면서, 다시 이공계 위기론이 등장했다. 실제로 우수한 인력들이 이공계 분야를 공부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자는 국내 대학의 열악한 연구 환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환경이 기술 선진국에 비해 결코 열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는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고 북돋아 주려는 사회적 환경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 현실에 먼저 그 이유를 둘 수 있다. 70년대 고등학교에서는 이과와 문과 비율이 7:3 정도였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지금은 이과반 학생이 불과 40%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수학2와 과학2의 비중이 낮은 수학능력시험 덕택에,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점수관리가 수월하며 수능에서 비중이 큰 기초과목에 매달린다. 따라서 이공계에 대한 흥미 유발이 되지 않고 진학 목표 역시 이공계 학문이 더 이상 아니게 됐다. 결국 이러한 선수층의 약화가 우수한 인재가 이공계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막게 됐다고 보여진다.
둘째, 이공계를 대표할 만한 ‘롤 모델(Role Model)’의 부재다. 우리나라 행정부처의 사무관급 이상의 공무원 중, 이공계 출신자가 몇 퍼센트나 되는가? 삼성전자와 같은 몇몇 전자회사를 제외한 대기업의 경영진 중, 이공계 출신이 몇 명이나 되는가? 우리나라 역사를 통틀어 위인 중에 장영실 이외에 다른 이공계 인물이 떠오르는가? 실제로 엔지니어에 대한 통상적인 사회적 몰이해와 푸대접이 이공계를 전공하려는 우수인재들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가 정책의 미흡함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이공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몇가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 중에 이공계 장학금 제도가 있는데, 이는 수능에서 수학과 과학탐구 과목에서 1등급 혹은 2등급 이상인 학생들에게 대학 전 학년 동안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말할 나위 없이 고마운 제도지만, 정작 학생들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이공계를 진학했다고는 볼 수 없다. 애당초 이공계에 관심이 있었기에 수학과 과학 성적이 높았으며, 그렇기에 이공계 진학을 선택했다고 예상한다. 즉 장학금은 대학 입학 후 결과론적으로 받은 것이다. 차라리 이러한 자금을 이공계 진학을 꿈꾸는 중·고등학교 우수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하거나 선진 과학교육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정부는 우수한 이공계 꿈나무를 발굴해,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키워서 빌게이츠와 같은 인물들을 여러명 만드는 일을 도와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노력이 궁극적으로 이공계를 전공하고자 하는 우수한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꿈을 갖고 이공계로 몰려드는 이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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