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1호 백양로

얼마 전 컴퓨터를 하다 우연히 문구 하나를 발견했다. 'If you really want to touch someone, send them a letter' 나는 이 문구를 본 후 잠시동안 우리에게서 멀어진 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정보화 시대가 되면서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통신기기들이 발달하고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 등이 보편화되면서 갈수록 편지는 소외되고 있다. 사람들 대부분이 쓰기 쉽고 간편한 이메일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편지의 자리를 채운다. 요즈음은 군대에서 조차 편지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추세다. 사람들이 이메일을 디지털, 편지를 아날로그에 빗대어 말할 만큼 편지는 다소 불편하고 번거로운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장점도 많다. 수많은 디지털 기기들이 우리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 주고 있지만 가끔 사람냄새가 나는 아날로그가 그리워지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편지에는 쓰는 이의 정성이 담겨 있다. 이메일은 쓰다가 틀리게 되면 쉽게 지우거나 고칠 수 있다. 하지만 편지는 새로 써야하는 수고로움 때문에 글을 신중히 쓰게 된다. 사람들마다 틀리겠지만 한번에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게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마다 정성과 마음을 다하게 되는 것이다. 그 정성은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느끼게 하고 애틋한 감정까지 불러일으킨다.
우선 편지를 쓰기 위해선 편지지가 필요하다. 편지지를 고를 때는 편지를 받고 좋아할 상대를 생각하게 된다. 이 역시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정성이 더해지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간에 따뜻한 감정 교감이 형성된다. 편지는 그 순간만큼은 평생토록 변하지 않는 마음을 담아 준다. 세월이 흘러 예쁜 편지지가 누런 종이가 될지라도 그때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두고두고 간직할 수 있는 마음이다.
이처럼 편지는 연인뿐만 아니라 친구, 부모님 등 상대를 불문하고 끈끈한 정을 주고  받도록 하는 매개체가 된다. 사랑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땐 차가운 기계와 마주하는 것 보다는 정성을 느낄 수 있는 편지를 쓰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삭막하게 늘어선 아파트 우편함에서 세금고지서가 아닌 예쁜 봉투에 담긴 편지 한통을 받은 적이 있다. 특별한 내용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단순히 안부를 묻는 몇 글자의 편지였지만 그날은 왠지 모르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었다. 이렇게 편지 한 통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마법이 되는 것이다.
그래, 오늘은 기필코 누구에게든 편지를 써야겠다. 우리 모두 이 가을에는 편지를 쓰자. 엽서 한 장이라도. 노란 빛깔을 넘어 빨간 빛깔로 변해가는 이 땅에서 편지를 쓰면서 말라가는 마음의 맑은 샘물을 길어 올리고 잃어가는 인간미를 되찾도록 하자. 그래서 이제라도 살맛나는 세상을 가꿔 나갔으면 한다.

/최봉구 (과기생명·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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