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줍어 말고 먼저 다가가요
- 전문 파티플래너 이우용씨

▲ 전문 파티플래너 이우용씨 /자료사진 이우용 지인들과의 친목도모를 넘어서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멋들어진 공간, 그 기회. 그것을 만드는 사람을 우리는 ‘파티플래너’라 부른다. 전문 파티플래너가 말하는 파티는 무엇이고, 그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파티플래너를 다룬 책인 『파티&파티플래너』의 저자 이우용씨를 인터뷰했다. 강남의 한 모임공간에서 미래의 파티플래너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강의에서는 특별한 파티 기획이 이뤄지고 있었다. 한 발표자는 모교의 고등학교 졸업파티 계획을 발표하며 추억의 분식집 떡볶이를 메뉴로 정해 강의실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파티하면 말쑥하게 빼입은 신사숙녀들이 춤추는 모습이나, 연예인이 참여하는 기업의 제품 홍보 파티만을 떠올리던 기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파티는 사람들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되기에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는 실제로 파티에서 처음 만난 45살의 누님과 결혼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자신의 흥미보다 안정성을 따져 직업을 선택하는 시대에 미래가 불투명해보이는 파티플래너를 직업으로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시절 단과대 회장을 맡으며 늘 파티를 주최했어요. 그러다 ‘선후배간 사귐의 방법이 술밖에 없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죠.” 그래서 시도한 것이 술 대신 테마가 있는 파티였다. 그는 그러한 파티의 예로 '전통문화 바로알기'를 주제로 일일호프를 열었던 경험을 말한다. 직접 파티를 해보니 투호도 다트만큼 재밌고 우리 음악도 힙합만큼 흥겨운 음악이었다고. “이런 파티들은 일반적인 파티보다 호응이 좋아요. 곱씹어 이야기할 추억도 많이 생기죠. 졸업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파티를 기획하게 됐어요.” 파티는 사교의 장이라고 말하는 그. 하지만 파티에서 말하는 사교가 인맥을 쌓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실질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만이 사교의 목적은 아니에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사귀고 싶은 것일 수도 있고 조언을 얻기 위해서일수도 있죠.” 그는 오히려 지금까지 파티에서 순수한 의도의 사교를 더 많이 경험했다고 말했다.혹시 파티의 분위기가 가라앉아 가슴 졸였던 적은 없을까? 개강파티 때 누군가가 분위기를 띄워주기만을 기다리며 어색하게 앉아있던 기자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게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의 특성이에요. 새로 만난 사람에 대해 배타적이고, 파티장에서 수동적 태도를 취해요.” 그는 이런 점이 힘들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파티플래너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파티를 열었던 지난 2004년에 비해 지금은 파티문화가 많이 발전했다고 했다. 처음보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서는 파티 참석자들도 많이 늘었단다. “파티문화가 고급문화에서 대중문화로 발전했다는 걸 느낍니다.” 물론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는 파티문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았다. “파티플래너란 상업성을 추구하면서도 대한민국에 사교적 파티문화를 전파시키는 사람이에요.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져 다른 이에게 먼저 다가갈 수 있는 파티문화를 만드는 게 파티플래너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얘들아, 졸업파티 하자- 서울대 파티플랜 동아리 ‘스크루바’회장 박현식씨 ▲ 서울대 파티플랜동아리 ‘스크루바’ 회장 박현식씨 /조형준 기자 soarer@

졸업이 다가오면 학교생활이 끝난다는 해방감과 더불어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맞물려 한바탕 어울려 놀고싶다는 욕구가 정점에 이른다. 이때 학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지난 2006년부터 졸업파티를 열어온 서울대학교 파티플랜 동아리 스크루바(S.Crewbar). 스크루바는 천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파티를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있다. 신촌의 어느 카페에서 회장 박현식(컴퓨터공학부·01)씨를 만났다.

스크루바의 시작은 엉뚱했다. 친구들끼리 모여 생일파티를 계획하다가 졸업이라는 테마로 파티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동아리가 지금의 스크루바다. 지난 2006년 2월 처음 개최한 졸업파티 ‘The S Party 2006’은 천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을 정도로 예상치 못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두번째 졸업파티 ‘The S Party 2007’에서는 자체행사와 자선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여름을 즐겁게 시작하자는 취지로 ‘Summer Cruise’행사도 열었다.

스크루바는 아마추어 파티플랜 동아리지만 전문가 못지않게 체계적으로 준비한다. “기획팀, 디자인팀, 프로모션 팀으로 나뉘어 6개월 전부터 꼼꼼하게 준비해요. 기업의 마케팅을 벤치마킹해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회의를 거듭합니다.”

그러나 스크루바의 졸업파티는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서울대에서 대학 최초로 졸업파티가 열리자 일부 언론들이 파티 장소와 그들의 신분을 두고 ‘특권층의 호화파티’라며 비판적 태도를 취한 것이다. “클럽이나 유명 호텔에서 파티를 하는 건 그곳 외에 천 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없기 때문이에요. 서울대 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특권층의 호화파티라고 하는 건 부당해요.” 그는 단순히 비싸게 놀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비판하지 말고 다른 파티들과 비교해 기준을 갖고 비판해달라고 말했다.

그에게 우리대학교에도 파티플랜 동아리가 생기면 교류할 의사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환영”이라며 반색을 한다. “사실 고려대에 파티동아리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기분이 좋아 술 한잔 했죠.” 대학생 파티문화가 필요하다는 좋은 의도를 받아들인 것 같아 힘이 났다고 했다. “다른 대학에도 파티동아리가 많이 생겨서 정기적으로 대학생 연합파티를 열면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

회장 박현식씨 뿐만아니라 스크루바 동아리 회원들은 당찬 학생들이었다. 이후 동아리 설명회에서 만난 기획팀 신영재(경영·02)씨는 “파티 준비과정은 책임이 많이 따른다”며 “준비과정에서 기획능력은 물론 의사소통능력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아마추어라고 해도 결코 얕잡아 볼 수 없는 책임감과 배움의 자세, 그리고 대학파티문화를 선도하겠다는 당찬 포부. 이 자신감에 찬 대학생들을 만나고 보니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아름 기자 diddpq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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