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체 가족, ‘장애우 평등학교’ 이야기

   

“가족은 가족인데 가족이 아니다?”

마치 “가가 가가?”처럼 들리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현대 사회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부모와 자식으로 구성된 혈연가족 이외에 공동체가족, 동거가족, 다세대가족 등이 그것이다. 이런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 중에서 공동체 가족은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가족이다. 다소 낯선 방식의 가족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충남 금산에 위치한 장애우 평등학교(아래 평등학교)는 폐교된 흑암초등학교를 개조해서 만들어진 장애인 공동체 가족이다. 지난 2000년 8월에 현재의 모습을 갖춘 이곳에는 1급 장애를 가진 10명의 장애인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한 가족처럼 살고 있다. 현재 평등학교에 있는 장애인들은 꽃동네나 다른 복지시설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 장애인 공동체인터넷 사이트에서 만나게 된 사람들이다.

공동체 가족이란 혈연이 아닌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족들처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전국에는 신앙공동체, 도시노동공동체, 농촌공동체 등 그 목적에 따라 수십 개의 공동체 가족 유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동재산으로 생활하고 공동가사노동을

하는 등 생활하는 방식은 보통 가족과 동일하다.부득이한 사정으로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경우를 비롯하여 공동체 가족이 생겨나게 된 이유는 다양하다. 특히 어린이들이나 장애인들의 경우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생활은 가정과 같은 따스함을 느끼기 어렵다. 공동체 가족은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는 대안 가족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평등학교의 사람들 중에서도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 사람들이 많다. 이곳의 구성원인 임영채(38)씨는 이전의 복지시설의 까다로운 규율에 자유를 거의 가질 수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복지 시설은 많은 장애인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보금자리가 돼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복지시설에서 생활을 하다가 현재 평등학교의 대표인 이천수(44)씨를 만나 이곳에서 함께 살게 됐다. 함께 어울려 도우면서 살아가는 평등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은 그에게 가족의 소속감을 느끼게 해줬다.

평등학교를 시작할 때, 버려진 채 방치돼서 폐허와 다름없었던 학교를 개조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네 개의 숙소와 작업실 등을 갖춘 현재의 모습이 완성됐다. 그러나 여전히 어려움은 남아있다. 현재 평등학교의 경우 정부로부터의 지원은 일절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법인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 것이다. 다만 구성원 개인들이 장애인으로서 받는 기초생활보조금과 후원인들의 후원금으로 재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평등학교 대표 이씨는 “아직까지 공적인 운영비는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며 “재정에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넉넉하진 않은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국에서 지난 2006년에 발간한 가족 정책집인 ‘함께가는가족 2010’에는 공동체 가족을 비롯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들은 기타가족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가족들이 해당되는지 기타 가족의 범주가 명확하지 않아 이들에 대한 현황은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고, 제도적 장치도 미흡한 실정이다. 공동체 가족에 대해 이아무개(국문?05)씨는 “혈연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동체 가족은 일반적인 가족의 형태와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편견이 존재하기도 한다.

평등학교 역시 편견에 부딪혔었다. 처음에 마을에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을 때 이들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곧 마을 사람들과 가까워졌고 이들이 지은 시나 그린 그림 등을 발표하는 자리도 함께 하는 등 현재까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씨는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면서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나 자원봉사자 들이 종종 들러 도움을 주기도 한다”며 평화로운 학교의 현황을 전했다.

/김세정 기자 ksj1786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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