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세미나를 점검한다

프레시맨 세미나에 비해 상대적 호평…일부 해결해야할 문제도  


“괜찮은 1학점 수업 없나?”

연세인이라면 한번쯤 딱딱한 전공 수업으로 채워진 시간표에 아쉬움을 느꼈거나, 최대수강학점에서 모자란 1학점을 채우기 위해 수강편람을 뒤적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 부담 없는 P/NP 평가인데다 전공학점으로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1학점짜리 수업이 있다. 바로 주니어 세미나다. 

▲ 주니어 세미나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조형준 기자 soarer@yonsei.ac.kr
“시사 문제에 이론을 적용하거나 전공분야의 새로운 화두에 대해 토론해볼 수 있어 시야가 넓어졌다”는 유가은(정외·04)씨의 말처럼 주니어 세미나는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간의 연계를 도모하고, 전공학문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세 학기 째 개설된 심리학과의 주니어 세미나 ‘마음 연구법’은 대학원생과 학부생이 최신 논문을 함께 읽은 후 대학원생의 설명을 더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수업을 맡고 있는 김민식(문과대·인지심리학)교수는 “현재의 텍스트들 대부분은 10년 이상 된 것들이다. 이런 것은 전공학문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기 어렵고 흥미도 떨어지기 쉽다”며 “주니어 세미나로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전공에 대한 소속감을 향상시키고 학생과 교수간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어 학부제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대안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김동노(사회대·역사사회학)교수는 “주니어 세미나는 교육적 효과 외에도 학부와 대학원 간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가능케 해 학문적 커뮤니티를 이루게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15명 정도의 소수정예로 관심 분야에 대해 교수와 심층적으로 토론할 수 있어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김인선(사회·05)씨는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학생들과 교수가 함께 토론할 수 있어 학습효과도 높고 친밀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과대는 23개의 주니어 세미나 과목을 개설해 단과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남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공과대의 현실을 고려해 여학생들을 위해 개설된 주니어 세미나가 눈에 띈다. ‘건설환경 여성인력의 진로설계’, ‘생명공학과 여성공학인의 역할’, ‘여성건축인과의 만남’ 등이 그것이다. 지난 2006년 우리대학교는 ‘여학생 공학교육 선도대학’으로 선정돼 교육부와 산자부로부터 연간 2억여 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공학교육혁신센터 한경희 책임연구원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여성 공학교육 활성화를 위한 주니어 세미나들이 개설된 것”이라며 “도시, 토목, 건축공학과 같은 유사 전공 간 그룹핑과 같은 보완적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학기 주니어 세미나 ‘여성과 산업공학’을 수강한 정희영(화학·05)씨는 “이공계 여학생으로서 고민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활동 중인 여자선배들의 강연을 듣고 비전을 갖게 됐다”며 이공계 전체 학과에 여학생을 위한 주니어 세미나가 개설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반면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주니어 세미나 수강을 원하는 학생수에 비해 개설 강의가 턱없이 적다는 것이다. 오하나(정산·05)씨는 “주니어 세미나를 듣고 싶었는데, 수강가능 인원이 적어 수강신청에 실패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나마 주니어 세미나가 있는 학과는 다행인 편이다. 제도 도입 이후 단 한번도 주니어 세미나가 개설되지 않은 학과만 10여개에 달한다. 이번 학기의 경우 의치간을 제외한 전체 53개 학과 중 주니어 세미나가 하나 이상 개설된 학과는 30개뿐이다. 개설된 주니어 세미나가 57개인 것을 감안하면 학과 편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과대의 경우 심리학과에 개설된 수업이 5개나 되는 반면 국문, 불문, 독문과 등은 단 한개도 개설돼 있지 않다. 최지우(국문·05)씨는 “주니어 세미나가 열리면 전공학문에 대해 재밌고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주니어 세미나의 부재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러한 상황은 세미나 개설에 대한 학교 차원의 규정없이 교수 재량에 맡겨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수업지원부 이종숙 주임은 “주니어 세미나 개설에 대한 제도적인 규정은 없다. 다만 학과 당 1~2개 정도는 개설되도록 권고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 권고만으로 주니어 세미나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주니어 세미나의 경우 학과에 한 학기 동안 개설하도록 규제하는 총 학점 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교수가 원할 경우에만 수업기획안을 내 세미나를 개설하는 시스템에서는 주니어 세미나의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 김문현 기자 peterpan@yonsei.ac.kr

/사진 조형준 기자 soarer@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