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 앞 '리틀테라스' /조재환 기자 hohocho@ 

 
“우리 와인 한잔하러 갈래요?”

이 제안이 웬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아직도 우리가 와인에 대해 거리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거리감을 없애주는 친근한 와인바들이 요즘 홍대 앞거리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명 ‘캐주얼 와인바’라고 불리는 이곳은 기존 와인바의 가격대, 분위기들을 깨나가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있다. 이렇게 기존의 형식을 깬 ‘캐주얼 와인바’는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에 그 매력이 있다. 그 중 잘 알려진 와인바 두 곳을 가보자.

우선 홍대 앞 ‘프리하트’는 정해진 분위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프리하트’의 와인서버 준페이씨는 “격식을 중요시 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아 계속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그날 당시 손님들의 성향, 분위기에 맞춰 음악의 장르도 바뀐다. 야외 테라스에서 들려오는 홍대 앞 익숙한 소음도 전혀 밉지가 않다. 그 곳에 앉아 있으면 소음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와인이 어느새 나와 함께됨을 느낄 수 있다. 가격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존 와인바보다 훨씬 저렴한 1~2만원대의 와인들을 제공하고 있다.

파격적인 분위기보다는 와인의 고급스러움과 아늑함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홍대 앞 캐주얼 와인바 골목 끝자락에 한적하게 자리잡은 또 다른 분위기의 와인바를 추천한다. 이 곳은 기존 와인바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가격대를 낮추고 안주를 다양하게 제공해 젊은 학생들의 감각에 맞추고 있는 캐주얼 와인바 ‘리틀테라스’다. 이곳의 사장 김형인씨는 “좋은 와인이란 따로 없고 자신에게 맞는 와인이면 그게 바로 좋은 와인이다”라며 소위 격식에만 치우친 일부 와인전문가들의 말을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곳에서는 느릿느릿한 재즈선율이 흘러나오며, 조금 어두운 조명이 한껏 멋을 더한다. 와인바를 찾는 연령대는 다양하다. 가격대는 2만원에서 10만원대 중후반까지 고객의 취향에 따라 100여종 정도의 와인을 골라 마실 수 있다. 또한 곁들여 즐길 수 있는 해물야끼우동은 와인과의 색다른 조화를 선사하기도 한다.

당신은 와인에 대해서 거리감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거리감을 과감히 떨쳐버리자. 그저 당신이 그 와인에 취하고, 녹아들 수 있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느 날 와인의 향기가 머릿속을 문득 스쳐가는 날이 있을 때 캐주얼 와인바로 가는 발걸음을 주저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어떤 와인을 즐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즐기느냐니까. 느릿느릿한 재즈와 함께 즐겨도 좋고, 빠른 템포에 힙합과 즐겨도 좋다. 정해진 양식은 없다. 가을이 다가오는 이 때 와인의 캐주얼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속에 묻어나오는 편안함과 함께.

 

/이채현 기자 cheahyunv@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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