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과 노점상, 그 깊어만 가는 갈등

장사를 하다보면 단속 때문에 마음을 졸이게 된다”고 말하는 정운책(53)씨. 노점상을 운영하는 정씨는 7번이나 포장마차를 구청에 압수당한 경험이 있다. 신촌 사거리에서 장사하는 박춘심(60)씨 역시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단속반이 오면 말도 못했지”라며 “길에서 장사하는 것이 불법인 것은 알지만 늙은 나이에 이것 말곤 할 일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는 모두 위생과 시민 보행 등의 이유로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노점상을 단속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과거에는 노점상을 막기 위해 구청이 용역 업체를 고용하는 등 무차별한 단속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노점상들이 연합해 만든 것이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아래 서부노련)’이다. 20년이 넘어가는 서부노련의 규모는 점점 커져 현재 서대문구와 마포구지역에 걸쳐 약 200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그러나 노점상을 단속해야 하는 구청의 입장에서는 이들은 반갑지 않은 존재다. 서대문구청의 가로정비팀장 여석종씨는 “수십 년간 단속을 해도 노점상은 전혀 없어 지지 않았다”며 “요즘은 단속을 하면 구청 앞에 서부노련 회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데모를 해 단속도 못한다”고 불만을 말했다. 이런 현실에 맞춰, 서울시는 기존 정책의 방향과는 다른 ‘노점상특별관리대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은 시범 구역에 한해 정해진 규격의 포장마차에서 노점상이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대문구에서는 ‘걷고 싶은 거리’를 시범구역으로 정했으나 노점상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현재 서부노련은 구청의 실태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는 등 격렬히 투쟁중이다. 지난 7월, 서대문구청 앞에서 이 대책에 항의하는 서부노련 지역장 장봉준씨를 구속해 구청과 서부노련의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서부노련 조직처장 이경민씨는 “규격화된 마차 한 대의 가격이 400만원에 육박한다”며 “영세한 노점상이 이를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조직처장은 “실제로 시범거리에 들어 갈 수 있는 노점상도 매우 소수”라며 “시범구역 외에서는 무차별적으로 노점상을 단속하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서대문구청은 시범거리의 운영이 효과적이라면 이를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서대문구청 여팀장은 “서부노련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구청에 협력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해 구청과 노점상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인영 기자 kong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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