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신인영 정기자

지난 7월 비정규직법안이 시행되면서 이랜드 사태를 비롯해 많은 비정규직 관련 문제들이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 나는 이 시기에 학내 비정규직 문제를 취재했다. 정의감에 불타 우리 학교 내에서 비정규직들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지를 알리고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아이템을 덥석 받아 취재를 시작하려 하니 막막했다.
일단 음료수를 손에 들고 청소 아주머니 휴게실에 찾아갔다. 흘러내리는 땀을 애꿎은 날씨 탓으로 돌리면서 고단하지 않으시냐고 물었다. 한참을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문제의 핵심이 보이지 않았다. 소문만 무성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착취나 고통을 나는 전혀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세상을 통찰하고 문제를 꿰뚫어보지 못하는 나의 능력을 탓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기서 취재를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취재원으로부터 어렵게 소개받아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무직 직원을 찾아갔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돌연 무서워졌다. 그들에게는 밥줄이나 다름없는 이 문제를 내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같잖은 정의감에 불타는 취재태도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래도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비정규직의 정의부터, 우리 학교 내의 비정규직은 누구인지, 그들의 환경은 어떠한지,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이익관계까지 계속해서 생각이 확장돼 나갔다. 그러나 문제의 흐름은 어렴풋이 잡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문제였다. 내가 섣불리 움직여서는 오히려 그들에게 칼날이 될 수도 있었다. 고민이 계속되는 가운데 기사 마감 시간이 다가왔고 급한 대로 그동안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 그러나 쓰여진 기사는 비정규직들에 대한 단순한 서술만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내 기사로 인해 달라질 것도, 발전될 것도 없는 무미건조한 기사가 돼 있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명확한 팩트를 바탕으로한 기사여야 했다. 힘이 빠졌다. 나의 취재의 어디가 잘못됐는지 돌이켜 봤다. 기사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기자에게 있다. 기자에게 부끄러운 기사는 가치가 없다.
결국 기사는 엎어졌다. 한여름의 땀이 고스란히 담긴 기사를 날려 버렸다. 그러나 나에게는 기사가 날아간 고통보다도 기사에 절실함과 치열함을 묻어내지 못한 나의 능력 부족이 고통스러웠다. 나는 기자로서 갖춰야 할 판단력과 지적 능력이 부족한 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에 대한 나의 부끄러움은 나를 더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좀더 공부해야 하며, 좀더 발전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능력에 대한 끝없는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오늘 밤도 하얗게 지새운다.

/신인영 기자 kong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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