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곳곳에 있는 무료신문을 진단하다

지하철 무료신문 「포커스」의 지난 8월 28일자 111개의 기사 중 57개 기사에는 기자 이름이 없다. 이런 기사들은 모두 「연합뉴스」와 같은 통신사로부터 제공받은 기사들이다. 보도기사의 50~60%를 통신사로부터 그대로 제공받는 무료신문의 상황은 「포커스」뿐만이 아니다. 현재 발행되는 지하철 무료신문인 △메트로 △포커스 △AM7 △데일리노컷뉴스 △더데일리줌 △매일경제 △더시티 △스포츠한국 중 자체 기사 생산량이 70% 이상인 신문은 △AM7 △데일리노컷뉴스 △스포츠한국 3개에 불과하다.


통신사의 보도기사를 주로 싣다보니 무료신문을 구성하는 기사의 90%가 정보 전달 위주의 단순보도기사다. 해설기사, 심층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매일 무료신문을 본다는 회사원 윤성준(29)씨는 “직장인들은 보통 아침 출근시간에 신문을 보기 때문에 기사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심층적인 기사보다는 짧고 간단한 정보성 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트로」 경영기획팀장 유종규씨는 “무료신문의 컨셉자체가 정보전달이기 때문에 사설, 논평, 칼럼을 싣지 않는 것이 메트로의 원칙이다. 무료신문에게 여론형성과 같은 기존 언론의 기능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라며 무료신문의 여론 형성 기능을 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일 아침 약 300만부의 무료신문이 배포되고 수많은 지하철 이용자들이 무료신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 사안에 대한 단순 정보를 토대로 여론이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무료신문이 여론 형성 기능에 미치는 영향력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무료신문의 상업성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는 무료신문의 수익구조에서 기인한다. 구독료를 따로 받지 않는 무료신문의 수익은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한다. 자연스레 무료신문에서 광고의 비중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메트로」 경영기획팀장 유씨에 따르면 현재 무료신문 내 광고의 비율은 50~60%에 육박한다고 한다. 무료신문의 두면 중 적어도 한면 이상이 광고로 구성돼있다는 얘기다. 무료신문 자체기사생산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무료신문의 발행면 수가 60매나 되는 경우가 있는 것도 무료신문이 광고를 그만큼 많이 유치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데일리노컷뉴스」 편집국장 이정희씨는 “무료신문의 상업성이 강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무료신문의 광고 역시 무료신문 독자들이 원하는 정보다”라고 말했다.

연예, 오락기사와 성인만화 역시 무료신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배포량이 높아질수록 광고 유치에 유리해지는 무료신문의 경제구조를 생각해 볼 때, 무료신문은 대중성 높은 연예?오락 기사에 치중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적게는 7명에서 많게는 20명 정도로 알려진 무료신문사 기자 중 대부분이 연예?오락 기사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선정적인 성인만화가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8월 21일자 「AM7」의 연재만화 『김세영의 갬블 일리아드』에는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묘사돼 있다. 실제 지난 1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데일리노컷뉴스」와 「데일리줌」이 ‘청소년유해매체물’로 판정받았고, 선정성 문제로 ‘의견제시’ 조치를 받았던 「AM7」연재만화 황혼유성군은 지난 6월 연재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AM7」 관계자는 “스포츠 신문에 비하면 선정적이지 않다”라고 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무료신문시장은 어떻게 될까. 하루 지하철 이용객이 380만명인 파리에서는 6개의 무료신문이 발행되며 350만명인 뉴욕에서는 4개가 발행된다. 현재 우리나라 8개 무료신문사 중 6개의 신문사들은 몇년째 적자 경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의 무료신문시장 상황과 비교할 때 하루 지하철 이용객이 850만명이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8종류의 무료신문이 발행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커져가는 광고시장에 힘입어 곧 흑자 경영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믿음이 업계 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믿음과는 달리 무료신문의 수요시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 무료신문시장에 대해 「메트로」 경영기획팀장 유씨는 “과거 호황이었던 스포츠 신문도 현재 3개밖에 남아있지 않은데 무료신문시장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글 김용민 기자

/사진 조형준 홍선화 기자 maximin@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