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켓모형에 부착된 태극기가 한국의 과학 기술의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듯 했다. /김평화 기자 naeil@ 하늘에 수놓인 무수한 별들 중에는 우주의 먼지와 가스가 모여 만들어진 ‘진짜’ 별 뿐만 아니라, 인류가 만든 별도 반짝이고 있다. 그것은 우주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에서부터 출발해 이제는 저마다의 독특한 목적을 갖고 우주를 항해하는 인간의 별 ‘인공위성’이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 전성기를 맞이한 인공위성은, 현재까지 약 5600개가 발사됐으며 지금까지 운용되고 있는 것만도 천여 개가 넘는다. 그리고 그렇게 발사된 인공위성은 그 목적에 따라 과학현상 관측, 기상현상 예측, 통신·방송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됨으로써 우리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대학교에서 첨단위성기술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박상영(천문우주학·위성역학 및 제어)교수는 “인공위성은 크게 세 가지 시스템으로 구분된다”며 “실제로 우주에 떠서 인공위성을 구성하고 있는 위성체, 우주에 위치하는 위성과 통신을 수행하는 지상국, 위성을 목적하는 궤도까지 올려 주는 운반체인 발사체가 있다”고 말한다. 위성체 시스템은 통신·지구관측 등과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탑재체와 그것을 보호하고 탑재체가 잘 작동되도록 돕는 본체로 구성돼 있다. 지상국에는 인공위성을 원격적으로 통제하거나 추적하는 장비가 설치돼 있어 위성과의 원활한 통신을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발사체 시스템은 위성을 임무궤도에 올려주는데 위성체의 무게와 궤도, 임무 목표 등에 따라 그 종류가 달라지며 발사체의 신뢰도 및 비용은 성공적인 임무 수행의 주요한 요인이 된다. ▲ 실물 크기로 제작된 우리별 1호의 모형 /김평화 기자 naeil@

인간을 닮은 인공위성, 수명도 정해져

 한편 인공위성은 ‘인간의 감정과 추리능력까지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로봇’이라고 불릴 만큼 인간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아래 항우연) 옥수현 행정원은 “위성체에는 냉·난방 기능을 하는 ‘열 제어계’가 있어 마치 인간이 온도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듯 지구보다 더 극심한 우주의 온도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한다”며 “여러겹의 표피층으로 돼 있는 인간의 피부처럼 ‘열 제어계’는 얇은 알루미늄으로 겹쳐져 있어 위성체를 보호한다”고 말한다. 이외에도 나침반 역할을 하는 ‘궤도와 자세제어계’,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 눈의 역할을 하는 ‘영상광학시스템과 분광기’ 등이 있어 우주 공간에서 정밀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알려진 인공위성이 이제는 컴퓨터 시장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386계열의 프로세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안전성 및 신뢰성과 관계가 깊다. 부품에 이상이 생길 때 바로 수리가 가능한 지상과는 달리, 우주에서는 부품 수리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작은 부품 장애에도 인공위성의 고장으로 이어져 수천 억 원의 재산 손실을 낳게 된다. 그렇다보니 각종 우주환경 시험을 통해 그 안전성이 ‘검증’된 제품만이 인공위성의 부품으로 선택되는데, 그렇게 신뢰성이 검증된 인공위성급 컴퓨터는 386계열이면 최신형에 속한다.
 이렇게 부품 하나에도 까다로운 검증을 거치는 인공위성은 심지어 그 ‘수명’까지도 미리 결정된다. 항우연 다목적실용위성3호 체계팀의 김응현 연구원은 “인공위성의 수명을 결정짓는 것은 자세와 방향을 바꿀 때 쓰는 연료와 각종 전기 장치들을 움직이는 태양전지판과 축전기”라면서 “일반적으로 설계수명이 약 15년인 방송통신 위성은 가상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계산된 연료를 싣고 우주에 올라간다”고 말했다. 물론 무궁화 1호처럼 발사 과정이나 유지 중에 변수가 생겨 그 수명을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인간의 별, 인공위성을 소개 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위성의 종류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 연구원은 “인공위성은 크게 위성의 궤도에 따른 분류와 임무에 따른 분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궤도에 따른 분류에는 정지궤도위성, 저궤도위성, 타원궤도위성 등이 있다. 지구의 자전 주기와 동일한 공전주기를 가지고 지구 주위를 도는 ‘정지궤도위성’은 우리가 하늘을 볼 때 마치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때문에 통신위성과 기상위성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고도 약 450~1500km 상공을 도는 ‘저궤도위성’은 지구와 가까이 돌고 있어 원격탐사와 기상관측과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며, 궤도의 찌그러짐 정도가 커서 계란모양의 타원궤도를 그리며 지구를 도는 ‘타원궤도위성’은 특수한 형태의 궤도 덕분에 러시아 같은 고위도 지방에서 통신이나 방송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인공위성은 그 맡은 임무에 따라 분류할 수도 있다. 지구와 그 주변 환경을 관측하고 우주과학 실험을 하는 ‘과학위성’, 첩보위성이라고 불리며 정찰·통신·경보 등 군사적 목적에 사용되는 ‘군사위성’, 지구표면과 대기의 관찰 및 사진촬영 등을 목적으로 하는 ‘원격탐사위성’ 등이 그것이다. 특히 GPS, 위성방송, 일기예보 등으로 우리 삶과 보다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항법위성’,  ‘통신위성’, ‘기상위성’은 이제 우리의 일상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황금알을 낳는 인공위성

 우리나라는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여타의 선진우주국가에 비해 30~40년 정도 늦게 우주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다보니 지난 1992년에 과학위성인 우리별1호를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에 따라 실용적인 목적에 초점을 맞춰 발달을 도모해왔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위성 4기, 다목적실용위성 2기를 비롯해 총 10기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쾌거를 거뒀다. 하지만 “그 성과가 이미 우리 실생활에 두루 사용되고 있음에도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김 연구원의 말처럼 우리는 우주와 인공위성의 개발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부족하다. 이것은 위성방송 서비스, 기상예보, 이동통신 서비스 등 인공위성을 통해 제공받고 있는 혜택이 우리의 삶과 놀랍도록 밀접한 것에 비하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구나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인공위성의 파급효과까지 고려한다면 국내의 더욱 활발한 인공위성 개발과 연구가 시급하다.
 옛 부터 밤하늘에 가장 밝게 빛나는 북극성은 길을 잃은 이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의 역할을 했었다. 비록 시작은 뒤쳐졌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의 미래에 훌륭한 나침반 노릇을 할 인공위성 개발에 힘써야 할 것이다.      

 /글 강조아 기자 ijoamoon@
/사진 김평화 기자 naeil@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