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조명해보는 대학 박물관
어릴 적, 부모님의 손을 붙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찾았던 박물관은 ‘타임머신 없이 과거로 떠날 수 있는 신기한 공간’이었다. 상상 속에서만 그려왔던 원시인과 공룡을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는 그곳은 신비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주던 그곳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들이 늘 거닐던 캠퍼스 안에서 과거와 현재를 매개해 주는 대학 박물관을 새롭게 조명해보자.
지역 문화 공간으로의 도약
일부에서는 대학 박물관이 학내에 위치해 있어 지역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 박물관은 단순히 학생들에게만 개방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이용 가능한 공간임을 잊지 말자. 대부분의 대학 박물관은 학내 문화 공간의 중심을 넘어서 지역민들에게도 열려있는 문화 공간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대학교 미술관이 관악구의 지원을 받아 지난 학기부터 실시하고 있는 ‘관악구민을 위한 현대 미술 강좌’는 이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현대 문화·예술의 다양한 주제를 간사의 강연과 청중의 질문을 통해 접근해보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많은 관악구민들의 참여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미술관 전희원 학예연구사는 “대학 내 구성원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과 더불어 관악구에 부족했던 문화·예술 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어린이 체험학습 프로그램 ‘제4기 박물관? 놀이터! 3007년, 내가 발견되었어요!’를 진행한다. 지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살아있는 문화 공간으로 박물관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박물관은 내 친구
이러한 노력은 비단 학교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 문화재단에서는 서울 시민 모두가 부담 없이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지난 3월부터 오는 10월까지 ‘문화는 내 친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네 번째 일요일을 ‘문화와 친해지는 날’로 선정해 서울 지역의 대학 박물관을 테마에 따라 매번 다른 코스로 순회한다. 서울 문화재단 서울문화팀 김형주씨는 “시민들에게 대학들이 갖고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같이 나누기 위해 기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한다. 대학 박물관의 딱딱함을 벗어 던지고 가벼운 나들이 장소로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을 때면 왠지 모를 경직감에 움츠러들고, 가야만 하기 때문에 간다는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바라 봄’을 통해
지식을 얻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뭔가 얻어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잠시 접어두고, 여유를 즐기는 공간으로 학내 박물관을
찾아보자. 딱딱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대학 박물관이 즐겁고 흥미 있는 주제들로 당신에게 새로운 문화를 만나게 해줄 것이다. 당신이 무심코 지나쳤던
바로 그곳이 당신에게 소중한 문화를 접하게 해줄 캠퍼스의 보물, 대학 박물관인 것이다.
/이승희 기자 unique_hui@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