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에 존재하는 군대문화에 대해 조명하다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군사문화는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군사독재 시기가 끝났음에도 군사문화가 독립적으로 재생산이 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위계적이고 성별화된 우리 사회에 대해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가 그 원인을 분석한 내용이다. 그럼 과연 우리들의 대학사회는 어떠한 군대문화로 구성돼 있을까.

장면 하나.  우리들의 FM

“FM~ FM! FM~ FM! FM! FM! 한박자 쉬고, 두박자 쉬고, 세박자마저 쉬고 하나! 둘! 셋! 넷!”
“안녕하십니까! 통일연세! 자주상경! 그중에서도 막강~ 막강~ 막강○반, 잘나가는 새내기 ○○○입니다!”
‘FM’은 우리대학교에서 신입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다. FM을 할 때는 대중들 앞에서 자신이 속한 단과대 등을 포함한 자기소개를 매우 큰 소리로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수줍어하거나 작은 목소리로 FM을 하면 주위 사람들은 “이번 판은 나가립니다~ 다음 판을 기대하세요~♬”라며 좀 더 ‘강한’ 목소리로 할 것을 강요한다.

FM은 훈련교관이 병사들을 훈련시킬 때 지침으로 삼는 야전교범(Field Manual)의 약자로, 교관의 명령에 따르는 병사들처럼 새내기들은 선배들이 시키는 ‘강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현재 대학내에는 친해지기 위해서 FM을 할 수 밖에 없는 문화가 조성돼 있다. 정아무개(사회계열·07)씨는 “FM을 하지 않으면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했다”며 당시 강압적 분위기에서 FM을 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큰 목소리와 강한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FM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FM이요? 군대용어인지 몰랐어요. 그냥 예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하는 놀이인줄 알았는데…”라는 노승현(경제·06)씨의 말처럼,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자기소개를 FM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에 의문을 갖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처럼 아무도 모르는 사이 군대용어 FM은 대학사회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다.

장면 둘.  시켜만 주십쇼

‘어느새 통금이 있는 여학생들은 술자리를 떠난다. 테이블에 남아있는 여학생은 두명뿐이다. 군대에서 제대한 남자선배가 합석했다. 갑자기 남학생들은 경직된 자세를 취한다. 선배의 말에 무엇이든 할 것 같은 모양새다. 남자선배가 한잔씩 술을 따르면 매우 예의바른 자세로 술을 마신다. 이들은 선배를 깍듯이 모시고, 군대라는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유대감을 키우는 것 같다.’

정씨가 묘사하는 술자리의 모습이다. 그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친구들이 남자선배가 술자리에 참석하자 경직된 모습을 취했다고 지적한다. 유연한 사고를 가졌던 남학생들이 군대에 들어가자 권위주의적으로 변했다고 느낀 여학생들이 많은 것도 같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대해 군복무를 마친 김태순(전기전자·02)씨는 “명령과 복종이 의무인 군대 문화에 익숙해지다 보니 후배들에게 ‘지시’를 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고 답했다.

장면 셋.  여자면 다 좋아?

“군대에서 나온 선배들은 여자면 무조건 다 좋다고 한다”는 황수정(법학·05)씨의 말처럼 대부분의 남성들은 군복무 기간 동안 여성에 대한 시각이 변한다. 이선식(경제·02)씨는 “부대 내에서 음담패설은 일상화됐다”라며 “이 과정에서 여성을 도구적으로 바라보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며 군대 내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더불어 외부와 차단된 억압적인 상황에서, 텔레비전 속의 상품화된 여성을 접하는 군인들은 여성관이 바뀌고 그에 대한 판타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들은 2년 뒤 군은 제대해도 음담패설은 제대하지 못한다. 정씨는 “반방에서 큰소리로 음담패설을 하는 복학생들을 보면 불쾌감을 느낀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에게는 외모를 통해 여성을 평가하고 희화화하는 것이 익숙해졌다는 설명이다.

▲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 그러나 이곳에도 군대문화는 존재한다 /이미지디자인 석주희

이제는 바뀌어야 할 시간

반에 속한 여성주의 학회나 여성 소모임은 일상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자치성폭력규약 등을 통해 획일적인 반문화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과대 8반 여성주의 학회 ‘보자기’ 회원 황유나(인문계열·06)씨는 “모든 구성원이 편안함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의 문화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사회 전반적으로 존재하는 군사문화의 그늘은 대학 역시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늘 속에서 쉴 수만은 없는 법. 예비 사회인인 우리부터 조금씩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느덧 군사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조근주 기자 positive-thinki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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