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복학생’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것이 연상되는가? “무척이나 권위주의적인 느낌이 든다”라는 송진섭(철학/경제·04)씨의 말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은 복학생이란 단어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 복학생이란 단어는 군대에 다녀온 남성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긋고 복학생을 뭔가 다른 존재인 것처럼 인식하게끔 한다. 그럼 지금부터 복학생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해보자.

▲ 낯선 환경 속에서 복학생의 학교 생활 적응은 힘들기만 하다./일러스트레이션 석주희

복학생들의 가장 일반적인 고충은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많은 복학생들이 처음 학교로 돌아왔을 때 낯선 느낌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고 이야기한다. 올해 1월에 제대한 후 바로 복학한 남광진(중문·02)씨는 “저학년들이 중심인 반방에 들어가는 것이 민망하다”며 “같이 어울리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고백했으며 지난해 6월에 제대한 정욱(중문·04)씨도 “처음에 아는 사람이 적어서 학교를 다니는 데 적응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아는 사람이 없으면 학교 내에서 시간을 보낼만한 곳도 마땅치 않다. 조민우(중문·02)씨는 “반방은 낯설어서 가기 힘들었고 과방도 없어서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었다”며 머무를 만한 공간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밖에 수업에 적응하기 힘든 문제도 생긴다. 제대 후 3학기 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이승준(화학공학·02)씨는 “복학 후 처음엔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다”며 “공과대 수업의 특성상 앞부분을 알아야 뒤의 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데 2년간 쉰 것이 크게 부담이 됐다”고 말한다.


군대에서 익숙해진 생활습관이나 사고방식이 고쳐지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다. 인터넷 사이트 도깨비뉴스의 복학생 관련 게시물에서 작성자 ‘새우꽁’은 ‘교수님 질문 있는데 말입니다, 제생각은 그게 아닌데 말입니다, 다시 설명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등 강의 시간에도 군대식 말투로 말하게 돼 이 말투를 고치는데 1년이 걸렸다’며 군대식의 권위적인 말투가 생활 속에서 표출돼 곤혹스러웠다고 토로한다. 또한 장종환(국문·02)씨는 “군대에서의 계급관념이 너무 강하게 각인돼서 사회에 나와서도 ‘나이=계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선배에게는 무조건 깍듯하게 대하고 후배들 역시 내게 그렇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제대 후 얼마 동안은 남아있었다”며 군생활을 하면서 몸에 배인 서열의식에 대해 말했다.

취업은 복학생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이번 학기에 복학한 오종선(국문·04)씨는 “복학하고 보니 주위 친구들이 모두 고학년이라 다들 취업걱정을 하고 있었다”며 “이전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었는데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복학 후 느꼈던 취업의 부담에 대해 이야기했다. 복학을 하게 되면 취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이가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복학생 A씨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는 20살에 대학에 입학해 2학년 생활까지 마치고 군대를 간다. 육군에 현역으로 입대했다고 가정하면, 그가 제대하는 나이는 24살. 24살에 3학년 1학기 과정에 복학한 후 휴학하지 않고 계속 학교를 다니더라도 26살에 졸업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이 바로 4학년 과정을 마치고 졸업하는 경우는 드물다. 영어공부나 인턴 등 취업 준비를 하느라 휴학을 할 수도 있고 특히 고시를 준비하는 사람의 경우는 졸업이 더욱 늦어지게 된다. 인사취업전문기업 인크루트에서 2006년 4년제 대학 졸업자(1만7천933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 입학 후 졸업까지 걸리는 기간이 남학생의 경우 평균 7년 2개월(군복무포함)인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응답자들 중 79.3%가 7년 이상 대학을 다닌 것으로 나타나 10명 중 8명이 ‘7년제 대학’을 다닌 셈이 된다. 이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학교를 다니게 되는 이유는 취업에 대한 부담감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복학생은 대학에 재학중인 남학생이라면 대부분은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될 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복학생들을 ‘복학생’이란 단어로 타자화하는 경향이 있다. 복학생은 우리와 다른 범주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또한 군대를 다녀왔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우리들과 다른 부분은 없다. 다만 뭔가 불편한 혹은 낯선 느낌이 들게 하는 것이 있다면, 이는 군대에서 파생된 문제일 것이다. 군대, 그리고 대학생. 복학생들이 학교에서 겪는 문제들은 그들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


/김세정 기자 ksj1786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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