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보다 더 재밌는 인터넷 놀이터를 들여다보다

놀이터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무도 없는 텅빈 공간에 쓸쓸한 놀이기구만 있는 놀이터의 모습, 혹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신촌이나 명동과 같은 도심의 모습 등 ‘놀이터’란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다양하다.

이런 놀이터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도 존재한다면? 놀이터가 꼭 오프라인에만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인터넷이 일상이 돼버린 요즘은 온라인에서 ‘논다.’ 온라인 놀이터는 이용자에 대한 나이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어린아이들에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까지 누구나 참여해서 함께 놀 수  있다. 그리고 인원제한도 없다. 이곳에서는 언제, 어디에서도 자유롭게 놀 수있다. 간단한 사용법만 숙지한다면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온라인 놀이터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노는지 살펴보자.

다음(Daum)의 간판 놀이터-텔존과 아고라
다음은 네이버 다음으로 사람들에게 인지도 있는 포탈이다. 검색면에선 네이버에게 1순위를 내주고 있지만 미디어 콘텐츠 부분에 있어선 단연 선두를 달린다. 특히 텔레비존(아래 텔존)과 아고라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놀이터로 유명하다. 다음의 텔존과 아고라의 하루 접속자 수는 수 십만명에 이르며 이는 거의 대도시의 하루 평균 유동인구수와 맞먹는 수치이다. 텔존은 TV프로그램(대부분 드라마)과 관련된 자료를 올리는 곳인데 그중 가장 활성화된 곳은 역시 게시판으로 각종 연예이슈를 접할 수 있다. 주로 10대와 20대 여성들이 즐겨찾는 이곳은 연예계의 온갖 소식과 자료들이 가장 활발히 올라오는 곳 중 하나다. 연예인들의 사진이나 포토샵 자료는 물론이고 수많은 악플들과 소문의 진원지이기도 하기에 연예기획사에도 상당히 중요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고라는 ‘광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로 그 의미에 걸맞게 각종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는 곳이다. 사회전반에 대한 여론이 모아지는 곳이기에 서명운동이 일어나기도 하고 집회에 대한 의견이 수렴되기도 한다. 이런 서명운동은 곧 사회현상에 대한 여론으로 반영되기도 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실제로 촛불집회나 시위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온라인 소통은 흔히 유희적이고 깊이가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이곳에서는 상당히 깊이 있는 토론도 꽤 이뤄지는 편이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블로그와 미니홈피
많은 사람들이 흔히 인터넷에 접속한 뒤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공간을 관리하는 것이다. 소위 ‘1인미디어’ 라고 일컬어지는 개인공간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싸이월드(아래 싸이)의 미니홈피와 네이버의 블로그다. 블로그 서비스는 다른 포탈에서도 제공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네이버가 이용자 수 측면에서 최고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먼저 하루 방문객 수를 체크하고 어떤 새로운 흔적이 남아있나 살핀 후에 다른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들러본다. 사진을 올리거나 자유롭게 글을 쓰기도 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등록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자신만의 공간을 가꾸며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고 현실에서는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이웃집을 방문하듯 남의 홈피나 블로그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이러한 놀이 문화는 이젠 상당히 익숙한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현재까지 급속히 성장해왔다. 포탈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의 홍보실 남지웅씨는 네이버의 총 가입자 2천4백만명 중 약 8백만명의 유저(user)들이 블로그를 활성화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숫자도 지난해 이미 1천8백만개를 넘어섰다고 하니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인터넷 이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온라인 유행의 본고장-웃대
인터넷 놀이터의 본래 개념에 가장 충실한 것이 바로 유머 관련 사이트이다. 그 중심에 웃긴대학(아래 웃대)이 있다. 웃대의 주 접속층은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며 직장인들도 꽤 있다고 한다. 현재 하루평균 접속량은 10만명 정도이나 방학 중에는 몇 배로 늘어난다(아래 인터뷰기사 참조). 웃대는 인터넷 문화들을 양산해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리플에 대한 등수놀이나 ‘즐’로 일관하는 답변 등 웬만하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법한 현상들이 이곳에서 많이 생산됐다. 웃대는 특히 유행어 창출의 최선봉에 서있다. 웃대는 이용자 자신이 콘텐츠를 만들어 남들과 그것을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창출하는, 인터넷의 기본적인 속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사람들은 공감놀이를 비롯해 새롭게 개발한 기발하고 톡톡튀는 시리즈들로 다른 이들과 웃음을 공유한다. 웃대의 이러한 속성은 현재 새로운 인터넷 유행인 UCC(User Created Contents)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나로부터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웃대를 비롯한 디시인사이드 등의 유머사이트 유저들은 새롭고 참신한 문화를 만들어내는 문화생산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프라인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새로운 놀이공간은 만들어질 수 있다. 인터넷 놀이터는 기존의 놀이터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그리고 기발한 온라인 놀이터를 기대해 본다.

/김세정 기자 ksj17860@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