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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죠”- 지방 학생들에게 지워진 경제적 부담
  • 최혜진 기자
  • 승인 2007.05.14 00: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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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비용을 생각할 때, 이 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대학교에 재학중인 구 아무개씨의 말이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비용이 부담돼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지방 대학을 선택했다는 이 말 속에는, 서울로의 대학 진학을 고려하는 지방 학생들의 고민이 녹아 있다. 실제로 지방 학생 중 상당수가 ‘등록금이 상대적으로 싼 서울대 아니면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꿈은 꾸지 마라’는 부모의 진담 섞인 우스갯소리를 들으며 수험생 시절을 보낸다. 대학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 집세 등의 부담이 가중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수많은 지방 학생들이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한다.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자녀를 입학시킨 임수영씨는 “부담을 감수하고서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게 부모 마음이다”고 말했다.

서울로의 ‘유학’, 학부모에게 지워진 짐

▲ /사진 김영아 기자

지방 학생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유학’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비용이 많이 든다.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지방 학생의 한 달 생활비는 대략 30~70만원 정도다. 서울·경기 지역 거주 학생들과 달리 지방 학생들은 주거비가 가장 큰 문제다. 하숙비는 평균 40만원 선, 자취할 경우 보증금이 5백~2천만원 정도이고, 월세나 관리비로 나가는 비용이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한 학기 대학 등록금 3~5백만원까지, 이 모든 비용을 부모가 전적으로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학생이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며 학교 다닌다는 것은 70~80년대에나 가능했던 말이다. 변정윤(경영·07)씨의 경우, 한 달에 약 30만원을 용돈으로 받아 생활비로 쓰고, 하숙비로 따로 40만원을 받는다. 매달 약 70만원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변씨는, 한 학기 등록금으로 3백30만원이 넘는 돈도 지출하기 때문에 한 학기 당 약 6백만원이 넘는 돈을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매달 생활비 80만원을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는 홍아무개(아동가족·04)씨는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아르바이트를 부모님께서 금지하셨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대학생이 공부하면서 자신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 만한 여건이 되는 사회도 아닐뿐더러, 학부모들은 ‘아르바이트 할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도 학부모의 경제적 지원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과외를 통해 매달 40만원을 벌고 있는 이호진(인문·06)씨는 “과외비를 저축하는 데 쓰기 때문에 매달 70만원의 생활비를 부모님에게 의존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신의 수입이 있다 해도 매달 생활비를 전적으로 자신이 부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결국 부모에게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대학생에게 있어서 아르바이트란 생활비와 등록금을 버는 절박한 수준이 아니라 다만 씀씀이를 조금 더 크게 만들어주거나 부모님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빨리 독립하고 싶지만…”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이런 현실에 대해 많은 지방 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김정현(사회과학계열·06)씨는 “과외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 생활비 명목으로 30만원을 받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독립하고 싶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하숙비와 생활비를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긴 하지만, 별로 죄송하다는 생각은 안 든다”는 김아무개(공학계열·07)씨와 같은 ‘당당한’ 학생들이 일부 존재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며 하루빨리 경제적 독립을 하고싶다고 밝혔다.

▲ /그림 손혜령

경제적 부담, 학교와 사회는 나 몰라라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지방 학생들과 학부모의 경제·심리적 부담감은 전적으로 그들만의 문제로 남겨진 듯 보인다. 기획실 재산관리과 이철수 과장은 “현재 우리대학교는 2천 8백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 뒤, “현재 제2국제학사 건물을 짓고 있지만 일반 기숙사 증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지방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가 무학 1·2학사밖에 없는 것을 감안하면, 지방 학부생·대학원생 중 약 1천여 명만이 기숙사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대학교 기숙사의 매 학기 경쟁률은 3:1에 육박한다. 기숙사의 경우 한 학기 납부액이 이번학기 기준 68만 5천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하숙이나 자취를 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기숙사가 지방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지만, 재학 중인 지방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학가의 집값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와 가까울수록 높아지는 집값 때문에 우리대학교와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일부 지방 학생들은 싼 집을 구해 아현동, 대신동까지 가는 형편이다. 고려대의 경우에는 정문 앞 아파트 재개발 논의가 한창이다. 만약 재개발이 이뤄질 경우, 학생들이 머물만한 하숙·원룸이 아파트로 대체되고 주변의 땅값이 상승해 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방 학생들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그 근원을 파고 들어가면 ‘서울공화국’이 돼가는 한국 사회와 그로 인한 지방 대학의 몰락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현실의 급한 불부터 끈 후에 이뤄져야 할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지방 학생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 문제는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대학가 원룸·하숙·고시원에 머무르게 만들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인구가 자꾸만 유입되기만 하는 대학가의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으며, 자녀를 서울로 진학시킨 학부모의 등골은 휜다.

학부모와 학생의 부담으로 남아버린 경제적 문제, 꿈을 품고 서울로 온 지방 학생들이 경제적 부담으로 좌절하지 않도록 학교와 사회는 대책을 마련해 줘야 할 것이다.

학생의 경제적 부담, 해결책 없나?

지방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그들만의 문제로만 머물러야 할까. 각 학교와 정부에서 시행·추진하고 있는 제도 중, 지방 학생을 위한 대안이 될 만한 것들을 알아봤다.

우리대학교 원주캠퍼스의 경우에는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를 운영하고 있다. 레지덴셜 칼리지는 방과 후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심화학습을 가능케 하는 생활밀착형 교육프로그램이다. 그에 따라 신입생 전원의 기숙사 입사가 가능해져, 학내외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박상욱(정격법학·07)씨는 “기숙사 입사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덜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에서는 생활비 현황을 조사해 장학금 수혜 혜택을 주는 ‘맞춤 복지 장학금’을 논의 중에 있다. 단순히 성적순으로 장학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생활비 내역을 제출하게 해 실질적으로 장학금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이는 서울·경기 거주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지방 학생들이 보다 나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국대의 경우, 많은 대학에서 겪고 있는 기숙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체납’이라는 형태로 2천 34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캠퍼스 기숙사를 지난 2006년에 완공한 바 있다. 산은자산운영이 건국대 기숙사를 짓는 비용을 대는 대신 앞으로 13년 6개월 동안 기숙사 운영권을 갖게 된 것이다. 기부체납은 학교의 예산에 큰 부담을 지우지 않고 시설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숙사 증축에 소요되는 예산 문제의 해결책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최근 열린우리당 김교흥·정장선 의원이 입법 추진 중인 ‘학생복지주택’관련 법안도 주목할 만하다. 학생복지주택이란, 주택을 포함한 제반 부대시설이 함께 갖춰지는 형태다. 정부는 그 업주에게 세제 혜택 등을 주는 대신 저렴한 집값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주거비가 지방 학생의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만큼, 주거비가 저렴하게 유지된다면 학부모는 한시름 덜 수 있을 것이다.

최혜진 기자  chibiedward@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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