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특성화사업단이요?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대학교 인문학도인 김세린(인문계열·06)씨는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세춘추」에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연세메일과 설문지를 통해 각각 1백41명, 2백48명으로 총 3백89명의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대학교 ‘인문학 특성화사업단(아래 특성화사업단)’에 대해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약 60%에 달했다. 특성화사업단, 과연 무엇을 하는 곳일까?

외국어 연수부터 소통적 인문학 연속강좌, 연계전공 확대 운영, 발표 경시대회까지. 이 정도면 감이 잡힐까? 학교 안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인문학 포럼 혹은, 새롭게 신설된 인문학 강의 뒤에는 특성화사업단이 있다. 인문학 특성화사업은 지난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의 특성화사업으로 선정된 ‘소통적 인문학’ 창출 프로젝트로, 우리대학교 인문학자들이 스스로 창안하고 집행하는 인문학 위기 극복의 자구책이다. 특성화사업단 최경은 연구교수는 “우리의 최대목적은 인문학 전공지식의 통합 및 학문적 탈(脫) 경계화를 통해 창의적 경쟁력을 지닌 교육을 이뤄나가는 것”이라고 사업의 포부를 말한다.

   
▲ 인문학 특성화사업의 일환으로 열린 통합교과목 학생 심포지움 /사진 김영아 기자 imstaring@

특성화사업단이 진행하는 사업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문학 포럼 운영 △통합교과목 개편 운영 △연계전공 확대운영 △언어교육 모형개발 및 운영 △강의시스템 모형개발 및 운영이 그것이다. 특히 통합교과목 개편 운영과 연계전공 확대 운영은 인문학 위기에 대처해 학계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신화의 현대적 해석’과 ‘문화와 예술의 정신분석’ 등과 같이 문학, 역사, 철학, 응용인문학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통합교과목은 학제의 교류와 소통을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인문학’, ‘비교문학’ 등 각 전공 간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전공 영역으로 확대하는 연계전공을 통해 인문학 교육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한편 각 사업마다 세분화된 프로그램이 여러 개 있지만, 그 중에서도 언어교육 모형개발 및 운영 사업의 외국어 연수와 인턴십 지원 프로그램이 단연 인기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두 명 중 한 명 꼴인 약 45%가 외국어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여름, 포스터를 보고 지원해서 독일로 한달간 연수를 다녀왔다는 윤다혜(교육·05)씨는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면서 “세상을 좀더 넓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렇게 파격적인 지원이 뒷받침 되는 외국어 연수는 질적·양적으로 강화된 실용적 언어교육을 현지에서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하지만 이러한 어학연수는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혜택을 받는 학생도 극히 소수에 제한되고 만다. 따라서 ‘국내에 국한됐던 인턴십 제도를 해외 인턴십 제도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는 최 연구교수의 말처럼 실질적으로 취업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특성화사업단의 해외연수와 인턴십만큼 다른 프로그램도 인기가 있을까? 빈자리가 더 많은 인문학 강좌에서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의 참여는 현저하게 부족하다. 특성화사업단의 홍보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관심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종호(문정·02)씨는 “전문가 위주의 강연이라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좀더 대중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특성화사업단과 참여하고자 하는 학생들 사이에 충분한 의사소통 과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4년이란 기간 동안 운영 되는 프로젝트인 특성화 사업은 이제 겨우 절반을 지났을 뿐이다. 그래서 그 성과를 논하기에 아직은 이른 시기라 할 것이다. 인문학계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지금 당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성화사업단이 벌이는 작은 꿈틀거림은 “인문학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더라도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최 연구교수의 말처럼 충분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다만 그것은 일방의 헌신과 노력이 아니라 학생과 학계, 그리고 사회 모두가 합심해서 이뤄나가야 할 과제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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